학교이야기

6.7(수) 환삼덩굴 기피제, 유채잎 덮기, 유일한, 땅과 놀기.

홍풀 2023. 6. 7. 22:41

 아침에 가보니 병아리가 많이 컸다. 한달이 되니 청소년이 됐다. 날개가 다 어른 깃털이 됐고, 키도 15센티는 된 거 같다. 검정이는 수컷인 게 확실하다. 회색이는 암컷이면 좋겠다. 병아리 두 마리를 엄마 둘이서 돌보니 잘 살고 있다. 가끔 고양이가 다니는데 걱정이 없다. 어른 닭들도 있으니... 그런데 어른 암탉 한 마리가 안 보인지 2주는 된 거 같다. 여전히 여행중이리라...ㅜㅜ 

 

 

 오늘 생태수업시간. 1학년은 지난 주에 만든 환삼덩굴발효액을 기피제로 뿌리게 했다. 정말 기피할 거 같다. 우선 사람은 안 간다. 손에 묻었다는 샘이 몇 번이나 씻어도 안 지워진다. 처음엔 맡을 만한데 깊이 숨을 들이쉬면 음... 토할 거 같다. 모든 동물이 싫어할 거 같다. 

 

 환삼덩굴 발효액은  밀폐할 수 있통에 환삼덩굴 줄기를 좀 찧어서 가득 넣는다. 그리고 물에 잠길 정도로 비슷하게 물을 넣는다. 물 위로 뜨지 않게 돌로 눌러놓고 한 주 동안 발효시킨다.  물 안 섞고 뿌린다. 잎이 죽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웁.. 내일 식물들 다 죽는 거 아니야...  영양제도 된다고 하긴 하셨는데...

 

 3,4학년은 지금껏 자란 유채를 바짝 잘라서 다른 식물들 멀칭하는 데 썼다. 전지가위를 들고 가서 서로 조심하며 잘라서 다른 식물들 근처에 덮었다. 수분 증발도 막고, 썩으면서 영양도 준다고 한다. 씨도 못 받게 싹둑 잘랐다. ㅜㅜ 난 씨앗을 받는 농부가 되고 싶었는데...  

 그리고 동그란 꽃밭을 만들었다. 지름 1미터 정도 되는 원. 흙을 퍼오고, 거름을 섞고, 돌들로 테두리를 둘러서 흙이 쓸려가지 않게 하고... 그리고 다년생 꽃들을 심었다. 이름은 모른다... 다음에 잘 알아놔야지. 고학년들도 도와줬다. 자기 거 다 하고 쉴 줄 알았는데 알아서 척척 돕는다.  참 예쁜 녀석들이다. 

 

 시간이 다 갔고... 비가 잠깐 온다는데 적게 올 거 같아서 호스로 물을 잔뜩 줬다. 점심시간에. 이렇게 곱게 키우면 안되는데 싶은데... 내가 전에 너무 강하게 키운다고 쬐그맣게 키워서 못 먹은 적이 많아서.. ㅎㅎ  올해는 곱게 키워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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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위인전은  유일한. 비룡소 새싹위인전

- 전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장사하는 사람에 대해 배운 적 있는데 누군지 기억나니?

= 네~ 김만덕이요~

- 맞아! 오늘도 크게 장사하는 사람에 대해 배울 거야. 이번엔 남자. 

 

 유일한은 9살 때 일제강점기에 미국으로 혼자 보내진다. 미국인 아주머니 자매 두 분이 키워주시고 고등학교 때부터 구두도 닦고 하며 돈을 벌어 한국의 가족에게 보낸다. 인종차별도 당한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때는 미식축구 주장까지한다.

 일하며 학교 다니며 숙제까지 하느라 코피 흘리기도 했다는 말에 우리반 한 아이가 엄청 놀란다. 자기라면 그냥 학교 그만두고 돈 벌어서 한국으로 도망 갈 거란다. 자기는 숙제를 너무 싫어하는데... 탱자탱자 놀면서도 ...  유일한이 신기방기하단다. 

 한 아이는 자기라면 미국에서 그렇게 사업이 잘 되어 성공했으면 일제가 물러간 다음 한국에 올 거 같단다. 그래서 대단하단다.  한국에 안 오는 사람이 99.9퍼센트일 거다. 오긴 온다는 그 아이가 대단하다. 

 일제시대 때 일본이 비싸게 파는 약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싸게 판다. 그래서 일본이 엄청 괴롭혔다. 

 이승만이 정치자금을 주면 장관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거절해서 세무조사 받는 장면도 나온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바른 길을 간다. 멋지다. 게다가... 직원 복지도 멋지고, 학교도 세우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죽는다. 이렇게 멋질 수가... 

  한국 사람이지만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배운 좋은 것들을 한국에서 잘 활용한 것 같다. 그래... 유학 가는 거 좋다. 이것 저것 배워 대다수 국민이 행복한 방향으로만 간다면...  

 이런 사람... 지금 우리 나라에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이런 마음을 가진 서민들은 본 거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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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담시간에 난 학교 텃밭에 갔다. 물 잔뜩 주고, 잡초도 뽑고, 토란싹 찾아서 옆에 나뭇가지로 표시해주었다. 사람들이 밟을 수 있어서. 씨앗 여러 개가 다 난 옥수수도 하나하나 갈라 심어주었다. 물 잔뜩 주어가면서... 그래도 몸살 좀 할 거 같다. 싹이 아직 손바닥 길이인데 뿌리가 그만큼 깊었다. 내가 너무 물을 안 줘서 그런지 뿌리가 실하게 뻗었다. 이래서 물을 자주 주면 안되나보다. 곱게 키우면 뿌리가 약할 수 밖에 없다.  사람 키우는 것도 똑같은데... 난 뿌리가 어떨까... 여전히 곱게 자라고 있다. 장단점이 있지...  난 아직... 어른이 된 거 같지가 않다. 곧 50인데도...  곱게 컸다. 운이 좋다만... 뿌리가 약한 느낌이다.

 

오늘 밭에서 오래 놀아서 기분이 좋다. 못 자라던 애들 물도 주고 잡초 멀칭도 해주고. 오이 싹도 나왔다. 진작 모종으로 키울 걸. 잔뜩 나온 봉숭아도 퍼트려주고. 너무 기분 좋다. 나... 땅에서 살아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