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블럭 우리반 아이 아버님이 학교 졸업한 선배님이어서 모셨다. 부녀가 같은 학교 졸업생이라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일주일 전 아이들과 질문지를 만들어 보냈고, 아버님께서 바쁜 부추농사 중에도 와주셨다. 그런데 아버님이 인터뷰 진행을 정말 잘 하신다.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신다. 이래서 딸 아이의 말솜씨가 좋았나보다.
아버님은 73년생. 80년에 1학년이셨다. 고학년 때 학교 뒤뜰에 직접 계곡에서 돌을 옮겨 연못을 만들었던 이야기, 소풍은 동네 약수터에 제일 많이 갔고, 6학년만 버스 대절해서 학부모님과 다같이 용문사로 가셨단다. 4학년 때 싸리빗자루를 다같이 만들어 5개씩 묶어 들고 1호선을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 전철을 탄 적이 있으시단다. 부평의 자매결연 맺은 학교에 버스타고 기차타고 전철타고 가서 책 한 상자씩 이고 오셨단다. 다른 것보다 싸리비 들고 사람들 많은데 탔던 게 부끄러우셨던 기억이 있으시단다. 사람들이 신기해서 많이 쳐다봤나보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공부하란 얘기였다. 하고 싶은 거 하려면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 했다. 농사 짓는 게 보람있지 않으신 눈치셨다. 농부님이 얼마나 중요한 직업인데... 농민기본소득 시행해야 한다. 얼마나 힘든데 그런 보전도 안 하고 우리 나라의 먹거리를 맡겨 놓을 수 있냔 말이다.
수업 다 끝내고 아이들이 1학년이 사라졌단다. 엥? 바로 집히는 데가 있었다. 오디, 앵두, 보리수 먹으러 갈 거라고 며칠 전부터 얘기하시더니 가셨구나!! 역시 전화하니 그렇다.
"우리반도 갈까?"
"네~~~~"
00이네 보리수는 아직 덜 익었고,,,, 00할머니네 뽕나무밭에 일학년들이 폴짝거리고 나무 밑에 서있다. 그러더니 샘이 나무를 흔들면 잘 봐뒀다가 줍는다. 손이며 입이며 보라색이다. 이런 귀요미들...
난 안 따모으고 그냥 다 먹었다. 미국선녀벌레가 벌써 와서 별로 먹을 게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 오디 먹으면 목이 간질거린다. 알러지인가...
00할머니댁에 들렸다. 뒤뜰 딸기 따 먹으라고 하신다. 딸기 순 밟지 말고. 우와... 진짜 맛있다!!! 작고 울퉁불퉁 못 생겼는데 맛있다. 나중엔 할머니 못 따시니까 우리가 다 따드리자고 해서 잔뜩 따드렸다. 가져가 먹으라고 하시는데 내내 두고 드시라고 휭 나왔다.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참 좋아하신다. 그 귀한 딸기도 막 주시고.
저녁 6-8시 교사 학부모 양말목 공예 연수를 준비했다. 그래서 용문 더 샌디 검색해서 샐러드 김밥을 미리 주문해놨었다. 사진만 봐도 맛있을 것 같아서. 찾으러 갈 땐 혹시 맛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엄청 친절하시고 맛도 예술이다. 채소의 맛이 다 살아있다. 햄을 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겨자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고. 다음엔 샌드위치로 시켜봐야겠다.
양말목이 버려지는 옷감쓰레기인데 여러 색이 자연스럽게 섞여있어서 뭘 만들어도 예쁘다. 양말목 공예, 뜨개질을 잘 하는 사람은 잘 이해하고 할 수 있다. 아버님 한 분, 어머님 6분, 교사 2명이 참여했다. 뜨개질처럼 익숙해지니 재밌는 얘기도 나누고 학교 얘기도 나누어서 분위기가 사랑방 같았다. 색을 신중히 계획적으로 고르시는 감각있는 분들이 많으셨다. 나는 그냥 아무거나 숫자 맞춰서 했는데... 그런데 그냥 다 예뻤다. 아버님도 엄청 잘 하신다. 모든 일에 힘써 주시는 분이셔서 손재주까지 좋으실 줄 몰랐다. 오.. 팔방미인이셨다. 즉석에서 동아리가 꾸려졌다. 평생학습센터 배달강좌... 오케~!! 이렇게 마음 모아지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신기하다. 고맙고. 몸은 고된데 재밌다. 재밌음 됐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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