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8

전화하고 싶은 친구

오랜만에 한 친구랑 통화를 했다. 이 친구와는 정말 참다가 참다가 전화를 한다. 가족도 있고 동생도 많고 모임도 많아서 나까지 시간을 뺏으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가하고 별일없이 지내는 내가 가끔 너무 힘들어서 속을 터놓고 싶거나, 너무 좋은 걸 배우면 감동을 전할 사람이 없어서 이 친구에게 전화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왜 이 친구에게 전화할까? 잘 들어줘서 그런가보다. 잘 들어주기만 해서도 안된다. 중간중간 추임새도 해야 하고 온전히 들으며 적절한 질문도 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의견과 느낌도 표현하며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 나아지게 해주는 사람이다. 가끔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해결의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 그래. 이 친구는 완벽하다.   이 친구는 참 잘 들어준다. 나를 참 좋게 봐주..

나의 이야기 2024.09.09

20230815 개학 전날 밤

덜 쉰 건가... 학교 가야 하는데 마음이 그저 그렇다. 우울하다는 말을 무력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이라 그런가. ... 더 그래지는 거 같다. 뭘해도 기쁘지가 않네. 제주도 연수 때 태풍을 헤치는 기분은 좋았던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좋은 사람이랑 좋은 거 배워서 그런가? 불편한 상황을 뚫고 나다니는 게 좋았나? 내 삶이 너무 평온해서 생기는 건가? 그런가보다. 힘든 걸 하지 않으니 너무 평온하기 때문인가보다. 복에 겨웠다. 이러다 ... 말 하지 말아야지.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복에 겨운 소리다. 나라 때문에 정신이 없다. 정신 못차리게 이상한 나라. 도망가고 싶은 나라.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교육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그저 덮이고 책임지지 않고....

나의 이야기 2023.08.15

2023.6.10(토) 9살->30살 제자 가족과 만남

이런 저런 일로 많이 쳐져 있었던 5월... 통합메신저로 도교육청에서 스승찾기한 제자가 있다며 제자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오. 바로 떠오른다. 과거를 바로 잊는 나인데... 눈이 초롱초롱하고 까무잡잡한 귀여운 남자 아이. 난 당연히 그 제자에게 연락이 닿았다고 답신이 갔을 줄 알았다. 반가웠지만 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내가 뭐라고... 나같은... 사람을... ... 하는 마음에... 뭐든 하고 싶지 않았던 때라 2주 넘어서야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 저녁 연락이 왔다. 아이 때 음색이 살짝 남아있는 예의바른 청년의 목소리였다. 2학년 때 사진을 보고 너무 감사했다며 찾아뵙고 싶단다. 앗... 난 그저... 마음가는대로 마음을 썼던 것 뿐인데... 그걸 감사하다며 21년만에 연락을 주다니... 세상에..

나의 이야기 2023.06.10

2020.10.20 코로나시대 근육 키우기

(양평교육잡지에 올렸던 글인데 나는 간직할 길이 없어 올린다.) 코로나19... 간만에 사람들 안 만나고 혼자 지내는 김에 쌓여가는 책이나 읽어야지 했으나... 갑자기 그게 될 일인가요.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눈만 나쁘게 했습니다. 만나서 밥 먹고, 단 거 먹으며 수다를 떨어야 사는 맛이 나는 저는 지난 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코로나 블루가 저에게도 왔던 거 같습니다. 아직도 있겠죠. 코로나가 사라져야 제 마음이 편해질테니까요. 매일 친구와 페톡이나 그룹콜로 이바구를 해야 기분이 조금 좋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도 못 만나 봄 기운을 맞이할 수 없어 그랬는지 부용리로 봄 농사 공부도 몇 번 갔었답니다. 자연에서 땀 흘리고, 새참 먹으며 좋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오는 게 좋았습니다. 가끔 양수리도 걸었..

나의 이야기 2021.02.02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시냐고? 왜??!!(부끄러운 두물머리)

이런 부끄러운 설치물이라니... 초등에서 폭력예방교육, 성평등교육할 때 차별이 폭력을 낳는다고 배운다. 가장 쉬운 차별과 폭력이 쉽게 농담처럼 할 수 있는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2년 전 쯤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배우고 나니 세상에 외모에 대한 막말들이 너무 많다. 대중매체에서 개한테도 숨막히는 뒤태라느니, 꿀이라느니, 다른 사람의 외모를 어떤 기준에 맞춰놓고 웃음거리로 삼는 일들을 아직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두물머리에 몇 년 전에 이런 게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누군가가 무슨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지도 모르는 나무틀에 자기를 우겨넣어보고 웃고 놀리고 좋아한다. 이런 발상은 어디서 나올까? 목적이 뭘까? 그 목적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밖에 이룰 수 없는 걸까? 즐..

나의 이야기 2020.10.13

믿음. 운전 중 차에 돌이 날아오다.

2020.8.24 월. 처음으로 아이들과 줌 수업을 해보기로 한 날이었다. 나도 줌이 처음이니 일찍 가서 친구랑 연습하겠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화도-양평간 수도권순환도로 공사장이 있다. 공사를 하는구나 하면서 지나는데 차 앞에서 퍽 소리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1차선 도로고, 갓길도 좁고, 바로 삼거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에 많은 생각이 났으나 수업에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ㅡㅡ 당연히 순조롭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 주차장에 세우고 차를 보고 보험회사에 신고했다. 밤퍼가 세로로 조금 쪼개졌다. 수업 중 직원분이 오셨고 블랙박스를 폰으로 찍어가서 공사현장에 말했는데 발뺌한다는 연락이 돌아왔다.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좋겠단다. 종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휴..

나의 이야기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