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20231211 적정규모학교 육성 회의... 그리고 닭.

홍풀 2023. 12. 11. 20:30

우리 학교는 초등인데 3학급이다. 그래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아이 안 낳고 싶은 나라라면 10년 안에 문 닫겠다. 그런데 게다가 적정규모학교 육성. 한마디로 통폐합. 

헌법에 명시된 교육권은... 최대한 돈을 아껴서... 학교가 멀리 있더라도... 뭐 그런 게 내포되어 있는 것인가.

어느 지역이라도 학교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이 죽지 않는다. 학교가 없으면 학교를 보내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으므로 젊은 부부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게 아닌가. 

그냥 다 대도시에 살라는 건가.... 

"아이 몇 명에 돈 드는 거 싫으니까 잔뜩 데리고 꽉찬 교실에서 28명씩 가르쳐!" 이런 건가.

28명... 집에서 한 둘 키우는 것도 힘들면서... 게다가 요즘 아이들을... 교사들끼리 하는 말.. 16명이 딱 좋아. 난 12명... 

코로나 때 어느 과학고 한 반이 15명이어서 학교에 더 나갈 수 있었다. 안전거리 확보가 되니까.

왜 일반 학교는 28명인데?

애들도 줄어든다는데 요즘 애들 문해력이 뭐 어쩌고 하면서 더 깊이 있게 대화하고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나라는 그저 일 부려먹기 딱 좋은 국민이 좋은 거 같다. 거기까지 더 이상은 똑똑해지지마.  일제시대가 떠오르는 건... 

학교마다 여건이 달라서 교실 만들기 어려운 지역이 많다고?

그래. 그럼 거긴 28명 해. 여건이 되는 많은 학교는 20명 하면 되잖아. 그럼 더 좋은 교육 찾아서 사람들이 옮겨가겠지. 조금이라도.  조금씩 학교 늘리고. 

 

 

그런데 오늘 회의는 내가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로 막무가내가 아니었다. 난 당장 학교 없애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학부모의 찬성이 있을 때만 가능해서 다행이다. 그래서 교직원들이 참 잘 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참 좋다. 관리자가 멀리 있어서 교사들끼리만 잘 지내면 되고, 업무도 적다. 게다가 자연이 끝내준다. 운동장에 나오면 마음이 확 트이고 차분해진다. 아이들은 더 잘 느낄 거다. 아주 신나게 잘 논다. 형, 누나, 동생들과 사이 좋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밖에 없다. 선배가 되면 그렇게 멋져질 수가 없다.  어쨌든 정말 좋다. 지금. 난 1년 남았다.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좋다. 분교... 정말 이상적이다. 계속 분교만 다니고 싶다만... 하긴... 이것도 학부모, 학생, 교직원이 다 합이 잘 맞기 힘들지. 우리 학교는 진짜 0.00001%다. 너무 난 운이 좋다.

 

다음 주에 학부모에게 적정규모학교 육성 설명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알고는 있어야하니까. 언젠가 사라질 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다음 주제.------------------------------------------------------------------- 닭!!!

 

우리 학교 옆에 2년 전인가... 캠핑장이 들어섰다.

월요일마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학교 물품들이 여기저기,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그 때 분교장이 자주 가서 얘기했으나 나아지지 않고 월요일마다 청소하겠다더니 안 하고 그러다가 계속 얘기해서 캠핑장은 아이들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우리는 그래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어 얼기설기 흉하게 대문을 삼아 막았었다. 그런데 정문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힘들게 돌아와야했다. 작년 겨울엔 아이들이 눈벽돌로 만든 이글루, 눈삽 등을 다 망가뜨리고 내빼다 걸린 캠핑 온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보상받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초 대문을 해서 달았던 거다. 400? 500? 들었다. 그러고는  언제 깨끗해진지 모르게 깨끗한 채로 있었다. 별 신경 안써서 좋았는데...

 

 2학기 초였나? 캠핑장 사장님이 와서 닭 소리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하셨단다. 닭 목에 기계를 달든지하라고 하고 갔단다. 헐...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여직 아무 말 없다가. 게다가 닭 더 많이 키우는 집도 있는데...  

바쁜 2학기 나는 잊었다. 챙길 여유도 마음도 없었던 거다.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인가? 목요일인가? 캠핑장 사장님이 본교에 민원 전화를 넣었단다. 도서관, 행정실, 교무실 여기저기 전화 걸어서 교육청에 민원 넣을 거라고 했단다. 헐...심지어 다짜고짜 학번이 뭐냐, 나 대학원 나왔다 어쩌구 했단다. 헐...

결국, 오늘 교육부에 민원 넣은 것이 양평교육청으로 전달되어서 교장이 닭없애겠다고 했단다. 우리 얘긴 듣지도 않고. 전화 며칠 받으면서 스트레스 받았겠지. 그 심정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우리 얘긴 듣지도 않고 마음대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거다. 문제 만들지 말고 쉬쉬 좋게좋게 그냥 넘어가 줘. 그런 거다. 

 

9월이 떠올랐다. 갑질 당하던 교사들이 죽어나가던.... 그래서 검은 옷 입고 여의도에 다니던 때가 생각났다. 우리가 만만하지.   논리적인 어떤 증거도 없이 너네 닭 처리해.  안 하면 민원 넣는다. 그러면 관리자 점수 이런 거 반영되고 하니까 얼른 설설기며 정리하는. 

 

내가 닭을 안 키웠다면... '그래,  치워주자.' 쉽게 말할 수 있다. '수탉만 어디 잠깐 치워.'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동물 키우는 사람은 다 안다. 닭이 개 고양이만큼 친하지 않지만 닭도 무뚝뚝한 교감있다. 신뢰감 있고. 무게감 있는.

 

우리 수탉은 3년 전 이 학교에 와서 동물 수업을 위해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직접 닭장을 만들고 얻어 온 청계 병아리였다. 수묵화처럼 농담이 있어 기품이 있다. 하는 행동도 그렇다.

위급할 때 소리를 내고 우리를 부른다. 가보면 바람에 문이 닫혀서 알 낳으러 들어갔던 암탉이 못 나오는 상황이거나, 깜박하고 아침에 문을 안 열어줬을 때다. 고양이가 있을 때도 있었다.  못 나오던 암탉을 조금 떨어져서 기다린다. 우리가 문을 열어주면 암탉이 쪼르르 수탉에게로 가고, 그러면 암탉을 한 바퀴 돈다. 그리고는 암탉을 데리고 다른 닭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정말 신사다. 낯선 사람이 닭장에 알 낳는 곳 쪽으로 가거나  암탉에게 가까이 가면 공중부양하듯 직선으로 뛰어가며 위협한다. 용감하기까지 하다. 

아줌마 닭2마리, 딸 닭 2마리와 같이 살고 있다.  퇴근 시간에 내가 손뼉 치면서 들어가자고 하면 수탉이 항상 무리를 이끌고 먼저 닭장에 들어간다. 그러면 늦게라도 다른 닭들이 따라 들어간다. 물론 신참들은 말 안들을 때도 있다.

먹을 때도 자기만 먹거나 다른 애들을 괴롭히며 먹지 않는다. 사이 좋게 먹는다. 

3년 동안 이 무리의 멋지고 든든한 가장이 되어 준 닭을... 남의 집에 보내라구? ㅜㅜ 너무 슬프다. 물론 우리 수탉은 어딜 가나 잘 살겠지만... 싫다. 매우 싫다. 이 사람들 다음에 닭으로 태어나서 한 번 느껴봐야 한다. 계생에 큰 시련을 주다니. 

 

처음 닭을 키우기 위해 귀동냥을 할 때다. 수컷은 쓸모가 없단다. 병아리 낳을 때만 필요하단다. 쌈질이나 하고 암컷들이나 괴롭힌단다. "엥? 그래요? 키워보고 쓸모 없으면 치우죠. 뭐. "

그 얘기를 남자선배님들한테 했다. 

선배님들이 수컷에게 감정이입이 되셨다. 에이, 그래도 유정란 먹어야지. 그래도 닭들이 든든하긴하지. 암수가 있어야 자연스럽지 ... 

 

맞다. 든든하다. 덩치크고 아름다운데다가 신사다운 우리 수탉. 수탉이 사라지면... 우리 암탉들은 어떠려나... 나름 또 강하게 살아가겠지만... 에효...  

 

교사, 교육당국, 닭들. 다 힘이 없다. 동료들이 죽어나가도, 닭들이 가장을 잃어도, 닭 가장이 가족을 잃어도, 우린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보다. 이런 거지 같은 세상. 이러니 애를 안 낳지.  하하하.. 너무 심각한 일반화인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고 선진국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을 막 대하니, 어린이도 멀리 학교 다녀도 된다고 생각하고, 힘없는 교사도 소리 지르고 협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좋은 나라 살아보고 싶구나.... 그런 나라가 세상에 있을까?

 

글을 마치고 싶고 졸립고 피곤한데... 이렇게 내 마음만 가라앉히고 조용히 끝내야 하는 것인가... 나도 법조인 지인 하나 있음 싶구만... 이 더러운 세상. 그래서 부자들이 검사 사위 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