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친구들 – 나무
자꾸 참새들이 닭밥을 먹는다.
향나무에 잔뜩 앉아서 놀다가, 배고프면 닭장에 와르르 몰려 들어가 닭들이 남긴 쌀을 먹는다.
그러다가 우리가 닭장으로 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호로로로 소리를 내며 다시 향나무 위로 올라간다.
물론, 당황해서 문을 못 찾고 빙빙 도는 아이들이 있다. 어리거나 어리석거나 한 아이들이겠지.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러고 보니 닭밥을 먹는 참새들이 이 제목의 주인공들 같네. 그걸 쓰려고 한 게 아닌데.
음.. 이 제목의 주인공은 바로 00이랑 @@이다.
둘은 실로폰 연습 중이었고, 나는 참새들을 소리로 쫓아보겠다며 도자기 장식품을 닭장에 달려고 소리로 쫓아보려고 했다. 내가 가는 도중 참새 몇 마리가 또 도망나왔다. 그런데 벽에 뭐가 계속 꿈틀거린다. 엥? 자세히 보니 참새다. 벽에 꼈다. 엥? 거기 왜 들어가 있니? 안에서는 그 벽에 들어갈 수가 없다. 바깥 벽을 타고 들어왔다가 낑겨있다.
아고... 얼마나 무서울꼬... 착한 사람 만나서 다행인 줄 알아. 난 너 풀어주기만 할 거야.
그런데 난 마음이 선하지만 겁이 많다. 작은 생명을 다치게 할까봐... 만지기 겁난다.
아, 우리 용감한 00이가 있지!!
“00아~ 도와줘~~”
하고 소리치자
“선생님, 저도 나가도 돼요?”
하는 @@이.
“어~”
@@이도 겁이 많을 거 같지만 뭐든 같이 하면 힘이 되니까 나오라고 했다.
00이가 앞뒤로 가서 살피더니 닭장 안으로 들어간다. 난 밖에서 쭈그리고 벽의 간격을 넓히고 있었다. @@이도 안에서 참새 나오게 뭔가 열심히 했다. 참새가 버둥버둥 넓어진 곳으로 움직이다가 내 쪽으로 올라 왔나보다.
00이가
“선생님, 참새가 선생님 쪽으로 올라가요!”
“으아!!”
내 우악스러운 손에 닿으면 날개가 부러질지 모른다. 최대한 손을 멀리 보내서 벽을 넓히고 있었다.
작은 참새가 재빨리 호로로 날아갔다.
착하고 용감한 사람들 덕분에 참새가 낑겨 있다가 살았다.
그 참새가 친구들에게 말하겠지?
“오늘은 닭장에 색다른 방법으로 들어가려다가 내가 낑겨 있었어. 아마 그 상태로 있었다간 배가 고프거나 피가 안 통해서 죽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세 사람이 왔어. 걔네가 무시무시하게 크고 이상하게 생겼지만 나를 구해줬지 뭐야. 잡아서 괴롭히지도 않고 말이야. 진짜 착하지? 귀찮아하지도 않았어. 난 오늘 정말 운이 좋아. 그 친구들 내가 가끔 보면 짹짹 고맙다고 쫓아다닐 거야.”
그럼 다른 참새들이 이렇게 말할 거 같다.
“그런데 앞으론 조심해. 이상한 길 괜히 가서 낑기지 말고. 너 진짜 큰일날 뻔 했잖아. 으이구~ 너 진짜 오늘 운 좋았어.”
우리반 용감한 두 친구들 덕분에 좋은 일 했다. 뿌듯하다.
'학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1211 적정규모학교 육성 회의... 그리고 닭. (1) | 2023.12.11 |
---|---|
2023.6.14(수) 천연염색(쑥, 애기똥풀) (0) | 2023.06.18 |
2023.6.15(목) 양평곤충박물관, 수반쭈꾸미, 군립미술관 (0) | 2023.06.18 |
6.9(금) 탁자 만들기, 1학년 100일 기념 잔치, 실로폰, 리코더 (0) | 2023.06.10 |
6.8(목) 선배님 면담, 오디, 딸기, 양말목 공예, 용문 더샌디 김밥 (0) | 2023.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