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찐 교육과정 준비 워크샵(1일차)

홍풀 2025. 2. 23. 11:10

근처 다른 학교로 이동하게 되었다. 운좋게 1지망인 학교로 가게 되어 뻤다.

혁신초등학교로 유명한 학교이다. 그냥 별 교장샘 좋으시다고 해서 갔다.

 

2월 19-21일 2박 3일로 학생야영장에서 교육과정 워크샵을 한다고 했다. 집이랑 가까워서 다들 밤에 가는 분위기면 나오려고 생각했다. 사실 동료들과 잠까지... 요즘 분위기랑은 좀 안 맞지 않은가. 요즘 박으로 교직원들끼리 워크샵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9-10시 등록 및 담소.

10시까지 여유 있게 가도 된다는 뜻? 강당에 가니 따뜻한 인사가 오고간다. 간식이 왔다고 하니 몇이 나가서 잔뜩 들고 오고 다른 몇이 간식을 풀고 정리한다. 양이 어마어마하다. 페트병에 든 물도 잔뜩. 그건 좀 아쉬웠다. 텀블러 가져오라고 해놓고 마음이 안 놓였나보다. 정수기 쓰면 되는데...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지 않다. 물론 간식도...좀 더 건강한 것들이면 좋았을 것 같다. 

 

10시 전입교사 소개와 마음열기

소개가 끝나고 마음열기를 진행해주실 30대 초반의 남자 선생님이 나오셨다. 입만 열면 빵빵 터진다. 진진가를 진행해주셨다. 나에 대한 진실 2개, 거짓 1개를 써서 읽고 다른 사람들이 거짓을 찾는 거다. 이게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중간중간 질문하면 부연설명을 하면서 사람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상품도 반전이었다. 말을 마구 부풀려 기대하게 해놓고 반전인 선물을 준다. '무슨무슨 가구' 라고 하고 나무 젓가락을 주는 식이다. ㅎㅎ 그래도 재밌었다. 

 

11시 2024년 나의 00학교 이야기 

작년에 전입온 샘들의 00학교 이야기를 듣는 시간. 함께 했던 교육과정, 열정으로 했던 교육과정,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등...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하는 자리였다. 

 

12시 점심식사(비빔밥 배달)

그냥 비빔밥 아니었다. 나물도 다 따로 담겨서 각자 넣을 수 있었고, 고등어, 물김치, 계란찜, 제육까지 왔다. 그리고 연구부장님이 김장김치와 파김치를 잔뜩 가져오셨다. 와...  

어떤 학교는 5일이나 나오라고 해놓고 밥도 안 주고 첫날 전달할 것만 한 다음에 밥도 안 줬다던데...

교장샘이 근처에 계셔서 여쭤봤다. 이렇게 첫 끼부터 맛있는 거 주시면 기대감이 커지는데 저녁도 맛집인가요? 웃으셨다. 사실 맛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법. 교장샘은 진중한 스타일이셨다. 먹는 거 진짜 중요하다. 내용이 별로여도 먹는 걸 잘 먹으면 그나마 좋은 행사가 되는 법이니까. 웰컴투 동막골에서 인민군이 이장님께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을 물었을 때도 '뭐 잘 믹이는 거지.' 라고 했다. 그렇다. 먹는 건 진짜 중요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손님한테 꼭 새 밥을 지어 줬나보다. 뒷정리도 서로 눈치 안 보고 척척 할 일을 찾아서 마무리 했다. 난 이런게 진짜 좋다. 맨날 하는 사람만 하거나 막내만 하거나 그런 일이 많기 때문이다. 

 

13:30 학년, 업무, 학교 공간 안내

학년 발표를 했다. 아침부터 특수샘이 나에게 누구 있는 반을 맡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경력이 많긴 하지만 나도 강한 F라서 상처 잘 받는데... 그냥 뽑기 하자고 맘 먹었지만 안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 아이를 맡자 4-5분이 나에게 오셔서 조언을 해주셨다. 너무 따뜻했다. 얼마나 힘들면 전입들한테 6학년을 맡겼겠는가. 그래도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맡는 거지. 원래 전입하면 1년 힘든 거지 싶어서 마음을 다잡는다. 힘들면 병가내는 거다. 서이초 이후로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면 맘 편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걸 감당하는 건 절대 안될 일이다.

 

14:00 나의 교육철학 나눔- 배움, 나눔, 성장에 대한 생각 나눔

해달별로 3모둠으로 나누어서 배움, 나눔, 성장 마당에 가서 편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이라 나를 드러내는 게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그랬지만 이겨내고 걍 아무 말이나 했다. 난 이제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ㅋㅋ  별 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성장은 돌아볼 기회가 있어야 느낀다는 것, 긍정적인 시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배움도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프로그램 좋다!  이런 걸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했었나? 오랜만에 해보니 좋다. 

 

15:30 쉼

 

16:00 00초 교육 비전, 공유 및 학교교육과정 방향 나눔(교장)/ 자율과제안내(연구)

요즘 일찍 일어나본 적이 없어서 피곤했기도 했고, 교장샘이 ppt자료를 읽으시는 바람에 졸았다.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자료에 단어만 넣고 설명을 따로 하시라고. 

자율과제 안내와 함께 하는 교육과정 안내를 들으며 답답해졌다. 와... 하는 게 진짜 많구나. 큰일 났다. 체력을 길러야겠다.

1년 해보고 줄이자고 해야겠다. 세상에 좋다는 건 많고, 사실 좋게 생각하면 안 좋은 게 없는데 그걸 다 교육과정에 넣으면 힘들다. 교사가 여유로워야 하는데 행사에 허덕일까봐 걱정이 된다. 그리고 외부강사 수업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쳐주고 싶은 걸 전달할 시간이 없다. 그냥 평생학습센터처럼 강좌를 열어주고 관리하는 사람이 될까봐 걱정된다. 그래서 전 학교에서 많이 바꾸고 나온 건데... 

 

18:00 저녁 식사 - 솥뚜껑 감자탕

한 번도 안 가본 인근 식당이었다. 친절한 사장님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으나 이닦을 때 보니 깨가 이에 잔뜩 끼었다. 많이 웃었는데 부끄럽다. 말해주는 이 하나 없다니. 사람들이 얼마나 뜨악했을꼬... 난 다 말해주는 스탈인데 ㅎㅎ

 

20:00 나의 교육철학을 교육과정으로 담기( 알고보니 술자리^^)

나는 너무나 프로그램이 좋아서 저녁도 기대하며 자료와 필기도구 들고 갔는데 ㅎㅎㅎ 과자와 치킨과 맥주와 음료수들이 보였다. 웃음거리... 역시 난 너무 진지하다. 

밝은 두 분이 주제를 계속 던지면서 자리를 재밌게 해주셨다. 전입교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맞춰보면서 이야기를 듣다가 전체가 다 같이 말할 수 있었다. mbti, 혈액형, 지역, 교대 때 심화과정, 등등 시시콜콜한 것들을 추측하고 맞추는 즐거운 자리였다.  내가 어떤 분에 대해 3개나 맞추었더니 어떤 샘이 내가 명리도 좀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년월일 좀 달라고 부탁했다. 너무 신기하게 합이 좋은 이유를 찾고 싶다고 했다. 

샘들이 진짜 너무 재밌고, 따뜻하다. 뭐 이런 학교가 다 있지. 이건 기적이다. 똑똑하면 성격이 나쁜데. 다 갖췄다. 혹시 다들 운동을 못하려나...  운동을 해봐야겠다. 부족한 걸 찾아내려는 내... 이 심보는 무엇일까? 

 

22:00 쯤 다같이 치우고 잤다. 

숙소가 따뜻하고 깨끗하다. 이런 곳을 무료로 빌려주다니...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