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bic를 시작하던 날, 이탈리아 아주머니가 감기기운이 있던 나에게 사우나를 가자고 하셨다.
7월에 왔을 때 부끄러워서 못 갔던 터라 갑자기 용기를 내고 싶었다. 그래, 해보자! 토욜 저녁 5-7시는 여자만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음 놓고 갔다.
탈의실에 아저씨옷?? 설마.. 아닐 거야...
아주머니보다 늦게 샤워를 하고 무거운 나무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별로 안가리고 편안히 이야기 나누고 계셨다. 헉;;;;;;;;;;
내가 너무 당황하는 걸 보셨는지 아저씨께서 난 이미 오래 했다고 하시며 나가셨다. 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근데 그래도 처음 만난 bic 멤버와 홀랑 벗고 있자니 참 눈을 어디 둘지 모르겠고 좀 그랬다. 그래도 편한 척 있었고 원래 사우나 안해서 난 5분 있으니까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그래서 마무리. 그런데 몸에 있던 한기가 가시고 밤에 따뜻하게 잘 잤다. 오~ 사우나 좋네~^^
지난 주에도 감기기운이 왔고 마침 토욜이어서 15분 정도 여자들끼리 하고 왔다. 이제 여자들끼리 있는 건 적응. 여전히 좀 가리지만 ㅎ
그리고 지난 수요일 남자만 하는 시간이 있고 나서, 사우나를 즐긴다는 lcg 멤버가 사우나실 2층에 쉬는 곳이 있고 그 밖에 실외 수영장이 있어서 춥지만 몸에 좋다는 거다. 몸을 식히고 다시 사우나 하고 반복해보란다.
오케!!
그리고 어제 수요일. 사우나가 공짜가 아니어서 자주 갈 생각이 없었는데 한 삼십분 추운 데서 키친팀 회의했더니 열이 나기 시작했고 어깨에 다시 한기가 왔다. 두 시간 자도 소용이 없었다. 후미카가 알려준 노구치 족욕도 하고.. 저녁 먹고... 쉬다가 결국 다시 사우나에 갔다. 9시. 남자 여자 다 가능한 시간이었는데 여자들 옷만 보여서 맘 놓고 시작.
10분 하고 2층 밖에 나갔다. 와~~~
별이 가득하다. 그리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다만 발이 시려서 곧 들어왔다. 다시 몸을 덥히고 또 나갔다.
별과 바람과 숲과 나.
수영장엔 추워서 못 들어갔지만 그래도 바람을 온 몸에 맞는 경험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새로웠다. 순간, 핀란드에 사우나 해보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ㅎ
누가 들으면 엄청나게 돈 많은 중 알겠다. ㅎ 강에? 바다에? 몸을 식히러 들어가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다시 사우나에 들어가는데 와글와글한다. 엥...;;
여자 남자들이 다들 벗고 편한 자세로 이야기 중이시다.
눈을 최대한 땅으로 내리고 ㅎ. 자리를 잡았다.
아,,, 명상하는 척 눈을 감고 있었는데 온갖 생각이 든다.
나만 수건을 두르고 있는게 맘에 걸렸다.
문화차이인 거야, 하다가
다들 가지고 태어난 자연스런 몸들인데 감추지 않아도 되지 뭐, 하다가
나만 부끄러워하고 있는 이 상황이 왠지 나도 안가려야 할 거 같은 분위기?
그래!! 언젠가는 나도 몸에서, 시선에서 자유로워보리라!!!
하며 다시 아무 말 없이 잘 가리고 나왔다 ㅋㅋㅋ
그래서 지금 감기기운 없다.
근데 아침에 포컬라이저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그렇게 벗는 게 자연스럽냐고.
그랬더니 핀드혼이 그런 거라고 하신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alternative해서 그렇다고. 생각이 더 자유로워서 그런 거라고.
그 분도 처음 왔을 때 다같이 강에 갔는데 자기만 수영복을 입고 있더란다. 그래서 자기도 안 입고 강에 갔었다고 하신다. ㅎㅎ 그래 나만 혼자 뭘 하는 게 참 힘들다.
그리고 ... 이제야 옛날 옛적에 본 서머힐 학교 영상에서 아이들이 수영복 없이 수영하던 게 이해가 된다. 그래... 이제 그게 이해된다.
다음엔 나도 자유로워져 볼 거다. 그런 상황에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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