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0171022 핀드혼에서. 위, 아래!

홍풀 2017. 10. 23. 00:07

 

 

 

 

 

 

난 lcg 1개월 동안 cluny kitchen에서 일한다. 아니 love in action을 한다.

 

키친에 두 요리사?가 있다. 한 사람은 스프와 메인요리, 한 사람은 그 밖의 샐러드 등등 세 네가지 음식을 맡는다. 그리고 lcg 멤버들이 있다.

그 밑에 lcg가 있다고 말하려고 하다가 수정했다. 위 아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살아온 문화가 그러니 참 ..

 

오늘은 일요일이라 아침에 죽이 빠지고 11시에 브런치가 있다. 근데 모여보니 세 명이 전부다. 헐,,, 셋이서 가능한가? 역시나 좀 바빴다. 휴... 설거지는 쌓이고, 치울 새는 없고, 게다가 채소 종류도 많고 오븐도 많이 이용해서 설거지 거리가 더 많게 느껴졌다. 수많은 칼질...

 

그런데

leap 과정 중인 우리 요리사 아주머니가 계속 바쁘신데도 마음을 써 주신다.

 

'음악 뭐 듣고 싶니?'

'한국 노래 틀고 싶니?'해서 노래 틀면 노래 칭찬도 잊지 않으신다.

그리고 몸을 좀 꼬았더니 , '스트레칭 좀 하고 할래?' 하고 다같이 나가서 철제 계단에 매달리기 하고 왔다.

그리고 항상 please와 if you don't mind, If you want 를 쓰며 다음 일을 부탁하신다.

그리고 가끔은 어떤 일 할래? 오이, 감자, 토마토 중에? 하시기도 하고.

'버섯하면 어떤 요리가 떠오르니?' 하며 즉흥적으로 내가 요리를 할 수 있게도 하시기도 한다.

 

음... 그런데 내가 더 신기하게 느낀 건, 허드렛일이라고 생각되던 일들을 하시는 거다. 나는 셰프는 설거지나 청소나 단순 칼질, 과일 채소 씻기 등은 안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밥도 우리한테 제 시간에 먹으라고 하시고는 계속 모자른 음식 챙기시느라 바쁘셨다.

 

그리고

오늘 설거지는 밥 먹고 급하게 했는데 그 때도 한 명이 센물살로 애벌설거지 하고, 내가 비누칠하고 헹구고, 그 요리사 아주머니가 수건으로 그릇 닦고 제자리에 두셨다.

그리고 고맙다고 안아주시고..

난 이런 게 감동이다.

 

내가 이상한가?

원래 윗사람(?)들은 이런 거 안하는데??? 아랫사람(?)들이 마무리하고 보고하면 지적이나 안하면 다행인 게 윗사람(?)아닌가? 그래서 격려해주는 윗사람 만나면 행복해하고 고마워하고 그랬는데...

그런 게 다 이상한 곳에 와 있다.

 

서로 이름 그냥 부르고, 존대말 반말이 따로 없어서 그런건가? 영향이 없진 않을 거 같다. 매 순간 사용하는 언어에 위아래가 있으면 아랫사람이라고 말로 하대하는 게 마음까지 그렇게 되기 쉬울 거 같다.

그리고... 많이들 빠져사는 드라마를 봐도 돈 많고 나이많고 아니 젊어도 돈만 많으면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하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극은 너무 당연하고.

집에서도 그렇다. 어리다고 막 심부름시키고 .. 의견 무시하고.. 또는 나이 많다고 무시하기도 하는구나..

 

그러고보니 위 아래가 나이로만 하는 것도 아니네. 강자 약자 뭐 그런건가? 아;; 깊게 들어가면 감당 못 한다.

 

뭐 .. 많은 곳에서 우리가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을 거 같다. 평등을 주장하지만 평등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우리가 평등하지 못한 곳에 그냥저냥 버티며 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모든 일을 함께 시작하고, 물이 흘러가며 서로의 빈틈을 메워가듯 일하고 마무리한다. 항상 고마워하고. 그래서 일이 아니라 love in action이라고 하나보다.

 

아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적어도 남이 힘들 때 쉬고 있진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