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급하고 슬픈 날..
아침 명상마저 안하면 더 슬플 거 같아서 6:30
명상실에 갔다. 한국에서 할 일들이 마구 떠오르고 ' 아 내가 그래도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구나 .' 알아차린 후 다시 감사하기 연습했다. 내 몸, 가족, 지인, 한국, 자연... 마지막에 이런 기회를 가진 것에 벅차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7:45 테제 시간, 열 명 정도 모여서 좋았다. 듣기 좋은 합창 소리가 머리를 맑게 해줘서 감사할 즈음,
목소리 큰 두 분이 알토로 오셨는데 하필 내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다리을 크게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고 자기를 따르라는 듯,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아... 뭐지? 귀가 아프고 화가 나는데... 혼자 그 감정에 실망하고 좌절하기 시작했다.
' 뭐야, 고작 이런 일에 지금 화나는 거야? 핀드혼에서 이런 걸로 넘어지면 한국가선 어쩌려고? 맨날 화내고 그럴 거야? 나 이것 밖에 안되는 거였어? 나 나아지지 않은 거야? '
아무리 생각을 고쳐보려고 해도 귀가 아팠다.
그 사람 목청이 원래 클 수도 있다고, 그 사람이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걸거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3분도 견딜 수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너무 미숙하다.
그래서 다다음 노래 도중에 아마도 구겨졌을 얼굴로 나왓다. 눈인사도 안하고 눈 깔고 나왔다.
그리고 부엌. 먹으면서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이 생각날 거야!!!
근데 토스터 앞에서 테제 리더분이 계셨다. 요즘 나한테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분.
다 안다는 듯이 "how are you?" 하신다. 별로 안좋지?가 가득 담긴 질문.
i am good.... 하는데 온몸으로 온 소리로 '별로 안좋아 아니 아주 안 좋아... '했다.
하면서 또 눈물이 났다. ㅜㅜ
평생 억눌러온 눈물들이 여기서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아저씨가 어깨를 토닥토닥하시더니 오늘 테제 중에 시 읽은 거 다 이해했냐고 하신다. 당연히 아니죠.
그 시에서 말했단다. 네 모든 감정을 welcome하라고.
그래서 또 눈물이 났다.
그래 그 사람은 이해하려고 그렇게 노력노력했으면서 나한테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걸 이해하려고, 위로하려고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분이 한낱 방문객인 나의 감정을 알아채주고 토닥여주시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다. ㅜㅜ 아 .. 핀드혼..
고맙다고 하고 나와서 포크를 챙기는데 이사벨과 버지니가 내가 얼굴이 이상하니까 따라와서 앉고 질문한다.
"왜? 떠나는 거 싫어? 가지마! 취소하면 되잖아?"
부터..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라. 누구나 다 화 난다. 등등...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안아줬다
아, 얘기 도중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더니 뒤통수에 뽀뽀했다. 놀라서 돌아보니 테제 노래 같이 하던 할머니다.
ㅠㅠ 도대체 얼마나 감동을 주시려고 ...
기분이 95%좋아졌다. 아... 사람들이 신경써주는 것, 손잡고 안아주고 머리카락에 뽀뽀해주는 것들이 나를 되살려준다는 걸 또 다시 경험했다.
자!!! 그럼 5%는 도미니크한테!!
sos메모를 남기자 저녁 같이 먹자고 하셨다. 얏호~^^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둘만 앉을 테이블이 없고 게다가 여러 사람이 같이 앉으려고 왔다. 전처럼 사적인 내용이 아닌 거 같아서 같이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도미니크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둘이 앉을 테이블을 손수 만드셨다.
알고보니
내일부터 한달짜리 워크샵을 맡으실 거라 더이상 나에게 내줄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와 완전 감사!
도미니크에게 아침에 있던 일을 설명하고 그래서 나한테 실망했다고 했다.
도미니크 왈.
그 상황에서 좋게 요청해볼 수 있는데?
'미안해 네 목소리가 참 예쁜데 지금 내가 좀 예민해서 너무 크게 들려. 작게 불러주겠니? ' 이렇게 하면,
그럼 아마 해결 됐을 거란다. 내가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신뢰하지 않나보다고 하신다. 맞다. 난 누구나 다 기분 나빠할 거라 생각하고 참는다. 자폭 ㅜㅜ
그리고 그건 sharing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단다.
내 불편한 감정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힘들고 결국 주변 사람도 다 불편해진다는 거다. 맞다... 불편한 감정을 처리하지 못한다.
용기를 내고 평생 아니면 다음 생애까지 연습해야한다고 하셨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다 그런다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신호로 받아들이란다. 아, 내가 이 상황에서 균형을 잃는구나. 차분하게 상황을 조절해볼 시간을 갖고 용기를 내어 공유하고 해결하란다.
정 요청하기 어려우면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단다.
'네? 그러면 그 사람이 기분이 나쁠텐데요? '
왜 너를 최우선에 두지 않냔다. 맞다. 그 사람은 별로 너한테 관심 없다. 맞다. 맞다.
나를 위해 선택하고 움직이고 행동하란다. ㅜㅜ 아... 맨날 그런 건 이기적인 거라고만 생각했다.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데' the little soul and the sun'책에서, 나를 사랑하던 천사가 지구에서 자기를 괴롭히며 용서할 기회를 갖게 하지 않냐고 했더니,
accept와 forgive는 다르단다.
수용할 수 없는데 수용하면 그건 나에게 해를 끼친단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예를 들면서 그들이 그걸 수용하고, 남편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혼자 살 것에 대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용기를 잃고 쭉 그렇게 산다는 거다. 그건 용서도 수용도 아니란다.
1999년 forgiveness workshop얘기를 해주셨다. 딸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고 유일하게 그와만 딸 얘기를 나누게 된 분이 오셨었단다. 아직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 과정을 자세히 말해주셨는데 다시 들어봐야되겠다. 정말 신기한 이야기였다.
나 용서 잘 못한다. 다만 잊을 뿐이지. 바빠서.
아마 내 마음엔 다 남아있을 거 같다. 어딘가에. 혼자 밝은 척 하고 있지만.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한테 결혼한 적 있냐고 하시더니
몸을 믿으라고 하신다. 네?? 갑자기 왜!?
노랫소리에 귀가 아프게 느껴졌다면 그게 사라지도록 해야한다는 이야기이실 거다. 당연하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악수하거나 포옹할 때 편하지 않다면 조심하라는 말씀이셨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표현도 못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나보다.;;;
맞다. 그래서 내가 결혼 안 한 것 같다. 홧병생길까봐. 아직 이런 삶의 중요한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와 누군가의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나를 괴롭게 할 거 같아서 그랬나보다. 음...내가 한국에서 내 몸과 마음을 고되게 해가며 다른 사람 편하게 하려고 했었지. 결국 모두를 불편하게 했지만.
그래... 이제 알았다. 나를 보호하려고 그랬다고 생각하다. ㅎㅎ 고맙다. 내 몸. 내 감정.
앞으로 오래오래 내 불편한 감정을 잘 표현해가며 살아봐야겠다. 그래도 그런 일이 별로 없음 좋겠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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