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인 우리반 분홍이가 점심 먹고 지들끼리 잘 놀고 들어 오더니, 수업 준비하는 내게, 뭔가 작심한 듯한 표정으로 크게 물었다.
"선생님, 결혼했어요?"
'뭐지? 이 질문의 의도는? 평소에 나한테 관심도 없던 아이가?'
6학년만 하던 나의 머리에 여러 대처방법과 그에 따른 교육내용들이 떠올랐다. 아주 순식간에 준비는 끝났다.
"아~니."
(뭔가 발견했다는 듯 밝은 표정과 큰 소리로) 어!!!!!! 그럼 선생님 미인이네요? "
푸핫! 순간 너무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
하지만 처음 듣는 기분 좋은 말에, 난 순간 교사이기를 포기했다.
"(뻔뻔한 표정으로)그치, 선생님 미인이지. 선생님 원래 미인인데 몰랐구나!"
ㅎㅎㅎ
분홍이는 내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뭐지? 왜 저렇게 좋아하지?' 생각했을 것이다.
질문이 더 들어올 듯한 낌새를 채고 난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틀린 말을 해도 용서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이다.
살짝 미안한 감이 있지만
아직은 분홍이가 누군가에게 이런 즐거움을 더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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