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0509 왜, 싫어??

홍풀 2020. 5. 9. 13:24

어제 금요일, 학교에서 거의 삼십 년 전에나 쓰일까말까 하던 말을 들었다. 왜? 싫어?

이제 꿈인가 생신가 싶었다.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이런 걸까?

내 뇌는 생각을 멈췄고, 난 불편함을 표정으로, 소극적인 말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잠시 시간을 가져야했으나 상황은 그저 나를 약하게 우습게 만들었다. 아니지, 내가 바보같이 그저 그의 말에 응했다. 하기 싫었으나 해줘버리고 말았다.

원격수업과 긴급돌봄으로 정신없이 바쁘던 차라 그냥 해줘버리고 교실로 돌아왔고 바로 잊혀졌다. 그러다 다른 동료의 전화에 다시 그를 찾아 질문을 하러 간 순간, 그가 나를 불편해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 상황이 다시 떠올랐다. 나만 불편한 상황이 아니었나?

그래도 교실로 오니 또 바로 잊혀졌고, 퇴근해서 저녁먹고 코바늘 연습중에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 화가, 분노가 끓어올랐다. 내가 등신같았다. 뭐 때문이었을까. 사소하지만 부당한 부탁이었다. 나는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 착한여자컴플렉스인건가? 내 사주 때문인 건가. 금기운이 없어 맺고 끊기가 안되어 손해보는 일이 많다는데...

 

이런 저런 생각들로 애꿎은 초콜릿만 먹어 없애다가 친구에게 10시에 연락했다. 이런... 수술했단다. 음... 맞아. 수술할 거라 했는데... 이런 중요한 걸 잊고, 그런 인간 생각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내 감정과 그 악영향. 절대적으로 내 손해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을테니. 코로나 때문에 가보지도 못하고, 다음에 가본다고 잘 지내라 하고 다른 친구에게 연락했다.

 

그 친구는 금이다. 나한테 뭐 그렇게 관계 안 망치려고 하냐고, 왜 좋은 사람인 척 하려 하냐고 그런다. 척을 하려면 뒷담화도 하지 말란다. 내가 왜 그러는지 살펴보란다. 화가 더 났다. 그 친구에게 성질을 냈다. "도움이 안돼. 화가 더 나. 넌 어디가서 상담하지마! "

그래. 충조평판 하지 말랬다. 당해보니 도움이 정말 안된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성질을 내니 친구가 고맙게도 전략을 바꾼다. 역시 지혜로운 친구다. 내 편을 들어주는 척하는 게 보이지만 계속 내 탓이다. 내가 문제라는 것. 맞다. 자학하니 또 위로한다. 사람들 왜 그러냐며. 사람들하고 경계를 분명히 하란다. '당신이 옳다' 다시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바빠서요. 라고 말하라고.

죄송하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면 상황은 안 나빠진다고. 당하지 말란다. 갑질. 이런 거다. 갑질. 직장 내 괴롭힘. 관계가 좋은 건 그저 싫은 말을 안 하는 게 아닌데. 우리 학교가 그렇게 되어 버렸다. 누구도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 나만 참으면 다 그냥 넘어간다. 경계가 사라져간다.

 

마음일기의 힘을 빌어볼까.

 

아, 그래서 내가 분노가 치밀었구나.

앞으로는 "잠깐만요." 하고 시간을 벌고 생각을 정리해서 당하지 않겠다. 저도 바빠요. 라고 말하겠다. 죄송하진 않으니까. 그가 왜 그랬는지 너무 궁금하지만, 말 안꺼내겠다. 뒷수습할 자신이 없다.

그래, 세상에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이 엄청 많을텐데 좋은 경험을 했다. 도움이 되는 책들을 다시 읽고, 지혜로운 친구들에게 그들의 대처법을 배워놔야겠다. 이또한 공부였다.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휴~~ 역시 글의 힘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