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믿음. 운전 중 차에 돌이 날아오다.

홍풀 2020. 9. 1. 07:24
2020.8.24 월.
처음으로 아이들과 줌 수업을 해보기로 한 날이었다.
나도 줌이 처음이니 일찍 가서 친구랑 연습하겠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화도-양평간 수도권순환도로 공사장이 있다.
공사를 하는구나 하면서 지나는데 차 앞에서 퍽 소리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1차선 도로고, 갓길도 좁고, 바로 삼거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에 많은 생각이 났으나 수업에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ㅡㅡ
당연히 순조롭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 주차장에 세우고 차를 보고 보험회사에 신고했다.
밤퍼가 세로로 조금 쪼개졌다. 수업 중 직원분이 오셨고 블랙박스를 폰으로 찍어가서 공사현장에 말했는데 발뺌한다는 연락이 돌아왔다.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좋겠단다. 종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휴... 죽을 뻔 했다. 놀란 마음과 살았다는 기쁜 마음이 널을 뛰었다. 내 믿음에 배신감도 들었다. 밥도 먹히지 않았다. 난생 처음.

퇴근하고 경찰서에 갔다. 파출소와 경찰서가 다르다는 걸 이제 알았다. 읍까지 갔다. 교통조사계였나? 엄청 친절하셨다. 그 때까지도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았다. 억울한 마음? 어떻게 인정을 안해? 난 경미한 사고로 끝났지만 더 큰 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크게 다쳤다면 너무 억울하잖아? '어디서 왔는지 안 보이잖아.' 하면 끝인가?

종이 두 장 쓰고 지장 찍고 블랙박스 sd 카드 내고 나오면서 무서워서 바로 sd 카드 사서 꽂았다. 사장님이 보상받기 어려울 거란다. 그래도 살았으니 다행인 거라고.
그냥 감사하라고. 그 때 마음이 진정됐다. 그래, 내가 살아서 기뻐서 흥분이 되었던 거구나. 그래. 감사하자.

기쁜 마음에 한살림에서 잔뜩 장을 보고 빵을 먹으며 집에 왔다. 부모님께 살았다고 자랑했다. 웃으며.
부모님이 경찰이 알아서 잘 해결해줄거라고 이제 걱정말라고 하셨다. 난 이제 다 믿어지진 않았다.

8.28 금요일에 보험회사 직원이 전화왔다. 경찰서에서 아직 소식이 없냐며 전화해서 언제 결과 나오는지 일아보란다. 자기가 먼저 확인했는데 안될 거 같다며 자차로 할지 그냥 탈지 민사로 갈지 정해놓으란다. 난 자차가 뭔말인지도 모르는데,, 민사라니.. 내 인생에 이런 일이... 그냥 내 돈으로 해야되나.

8.28 경찰서에 전화하고 8.29 토요일에 연락이 왔다. 공사중인 차가 멈춰있는 걸로 보여 교통사고가 아니란다. 종결할 거란다. 재물손괴로 형사과로 넘기려 해도 증거가 불충분해서 안될 거 같단다. 돌의 시작점이 안 보여서 그렇단다. 믿음이 상처받았다. 증거가 있어야 하다니... 현장에 가봤다면서.. 직원들이 알텐데... 다 돈 몇 푼 때문에 쉬쉬했다는 거야???? 너무 슬펐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는구나 싶었다. 세상이 내 맘같지 않다는 배신감. 내가 바로 멈추고 따졌어야 했나?? 그래 내 잘못이구나. 이런 사람들이라면 바로 따져도 발뺌하면 그만??

부모님은 경찰서에서 종결하라고 하니 그냥 타란다. 잘 안 보이니. 그냥 산 것에 감사하자고 했다. 나도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 빽없으니 그냥 당해야지. '그러신다. 갑자기 화가 났다. 내가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이제야 스스로 검색. 돌맞아서 수리하는
정보가 더 많다. 억울하다는 얘기 몇 건 찾았고. 그 중에
국도관리청에 연락해서 보상받은 얘기가 있었다.
한국도로공사얘기도 많았는데 고속도로 아니면 아예 안되고 고속도로 노면 문제인데도 보상 안 해준다는 말이 많다.
수도권 제2순환도로 화도 양평 구간 사업자를 검색하니 한국도로공사란다. 내일 연락이나 해보자.

일요일에 친구가 착해보이면 안된단다. 진상 좀 부리란다. 경찰이 뒷 차 블랙박스도 보고 해서 돌 시작점 알아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냥 경미한 사고라 쉽게 넘어가려는 거 같다. 에잇. 정말 그런 건가... 이 사회의 불신들이라니....

8.31월. 한국도로공사에 상담원은 참 친절했다. 차종, 내 전화번호, 사고 장소를 묻더니 두산건설 직원과 연결해주었다. 그 분도 친절하셨다.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연락해보겠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내달라.

그러더니 오후에 그 분이 양평 한국교량 직원의 연락처를 주셨다. 영상에 나오는 직원들을 알아보셨단다. 돌이 날아오는 게 보여서 직원에게 연락하니 사고가 있었는데 내가 그냥 가서 이상했단다. ;; 이런... 그냥 바로 말하면 쉽게 될 일이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했다. 뭐랄까 돈도 돈인데 믿음이 되살아났다.

저녁 5시경 한국교량 직원에게 연락했다. 왜 그냥 갔냔다. ㅎㅎ
포크레인이 움직이며 돌이 튀었고 차에 맞은 것도 알았단다. 근데 소식이 없어 이상했단다. 포크레인 회사에서 보험처리해줄 거라며 연락 기다리란다.
ㅎㅎㅎ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했다.오해해서 너무 죄송하기도 했다. 내가 더 알아보지 않고 빽없는 설움의 나쁜 역사를 만들 뻔 했다.

오늘 포크레인 회사 연락을 기다려야겠다. ^^ 기쁜 마음으로.

나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