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10.20 코로나시대 근육 키우기

홍풀 2021. 2. 2. 19:46

(양평교육잡지에 올렸던 글인데 나는 간직할 길이 없어 올린다.)

코로나19...

간만에 사람들 안 만나고 혼자 지내는 김에 쌓여가는 책이나 읽어야지 했으나... 갑자기 그게 될 일인가요.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눈만 나쁘게 했습니다. 만나서 밥 먹고, 단 거 먹으며 수다를 떨어야 사는 맛이 나는 저는 지난 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코로나 블루가 저에게도 왔던 거 같습니다. 아직도 있겠죠. 코로나가 사라져야 제 마음이 편해질테니까요.

매일 친구와 페톡이나 그룹콜로 이바구를 해야 기분이 조금 좋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도 못 만나 봄 기운을 맞이할 수 없어 그랬는지 부용리로 봄 농사 공부도 몇 번 갔었답니다. 자연에서 땀 흘리고, 새참 먹으며 좋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오는 게 좋았습니다.

가끔 양수리도 걸었죠. 지금 생각하니 몸부림 같은 거였습니다. 자연을 대할 때 잠시라도 생각이 없어지는 게 좋았습니다.

 

5월엔가 친구가 달리기 앱을 추천해줬습니다.

달리기라니... 생각도 안 해본 건데... 그 격한 것을 내가 즐길 수 있을까?’

평생 운동을 안 해서 하나도 안 땡겼습니다. 그 친구는 달리기 하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 작게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술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몸을 건강하게 하려하니 몸이 스스로 더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잠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진대요.

, 그래... 그렇게 좋다니, 조만간 해볼게.”

 

조만간은 좀 길어서, 7월 여름방학 즈음이 되어서야 달리기를 해보았습니다. 엔간히 답답했나봅니다. ‘그래, 나 발목도 안 좋으니 무리하지 말고 몇 번 해보기나 하지 뭐.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첫 날, 그 앱이 1분 뛰는 걸 몇 번 반복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쉽게 시작하니 할 만했습니다. 게다가 속도에 맞는 음악, 힘들만 하면 나오는 활기찬 격려의 말들. 달리기 앱에서 교사로서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양수리 자전거길로 달리니 여름이라도 저녁 강바람이 좋았고, 풍경도 참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자연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참았다가 세 번을 뛰고나서 친구에게 자랑했습니다. 세 번이나 뛰었으면 계속하게 될 거라고 친구가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성취감이 있습니다. 가끔 무릎이나 발목이 살짝 시큰거렸으나, 아주 오랜만에 땀을 흘리니 몸에 변화가 느껴져 할 맛이 납니다. 양수리가 더 좋아졌습니다. 내 주거 조건에 자연 속에서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0/20 오늘은 달리기 시작한지 93일째입니다. 달리기와 연애하는 거 같네요. 앱이 날짜도 세어줘요.(광고 아님.^^) 친구 말대로 전 계속 뛰게 될 거 같습니다. 연예인 김종국씨가 왜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전 쉬지 않고 천천히 30분 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지평막걸리도 잠시나마 끊고 있고, 9, 10시면 졸려서 자고 5:20에 일어납니다. 운동한다고 맘 놓고 먹어서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지만, 저는 처음으로 멋진 종아리 근육을 얻었어요. 멋모를 때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얇은 다리가 좋은 건 줄 알았는데, 이제야 뭐가 나에게 좋은 건지 알게 되었네요.

언젠가는 여행지에서 달려서 여기저기 이동하는 꿈도 꾸고 있습니다. , 갑자기 이렇게 얘기하다가 언젠가 달리기 안하게 되면 부끄러울 거 같다는 생각이 훅 들어왔습니다. ... ... 그러면 어떤가요. 원래 뭘 진득하니 오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정도도 대단한 겁니다.

 

갑자기 제가 단련한 근육의 정도를 알려드리고 싶네요.

 

저는 지금 4학년인 아이들을 2년째 담임으로 만나고 있어서, 올해 다른 많은 교실처럼 아이들과 서먹한 사이가 아니랍니다. 운이 좋죠. 그리고 저는 작년에 아이들에게 150살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나이에 관한 논란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 중이랍니다. 중학년이 이런 재미가 있네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저는 줌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들과 화상으로나마 얼굴을 보고 방학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거들먹거리며 자랑을 했습니다.

홍샘이 말이야~(거들먹 거들먹) 이제 건강한 151살이 될 거라고. 방학 동안 얼마나 달리기를 많이 한 줄 알아~. 언제 보여주나. 난 곧 있으면 3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될 거다~”

방학 이야기를 마치고, 방학 내내 늦잠 자던 아이들이 여전히 피곤해 하는 거 같아, 다같이팔 벌려 뛰기를 40번인가를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가뿐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등교할 때 거의 매일 몸 푸는 뭔가를 했기에 아이들도 순순히 하자고 합니다.

 

오랜만인데 좀 줄여줄까? 너넨 40번은 좀 힘들텐데~.”(거들먹 거들먹)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너무 힘든 사람은 하다가 멈춰도 된다~(사실상 거들먹거리기)”

 

 

 

이런,

다 끝나고 저는 의자에 풀썩 앉으며 책상에 엎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안 그러고 싶었는데, 그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입니다.

 

에고 에고, 헥 헥

아이들이 마구 웃습니다.

뭐야, 너네 왜 안 힘든 척 해?”

안 힘들어요.”

숨 안 차? 숨 차는 사람~”

아무도 손을 안 들고 웃기만 합니다.

그래? 너네 체력이 대단한데! 다음엔 너희는 나보다 좀 더 뛰어도 되겠다.”

아니에요. 힘들어요.”, “사실 숨 차요!”

하며 아이들 몇몇이 손을 들며 너스레를 떱니다.

 

매일매일 뛰어 놀았던 수입초의 어린이들에게 괜한 자랑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올해 아이들에게 꾸준히 음악줄넘기 시킨 게 효과가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준 것도 기뻤습니다.

 

이렇게 제 기준으로는 멋진 종아리 근육을 얻었으나 아직도 팔 벌려뛰기 30-40번에 힘들어지는 수준이랍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입던 바지가 갑자기 종아리가 끼는 느낌 아시려나. 하하

 

제목의 근육이 진짜 근육이었단 말인가... , 그렇습니다. 하하~~

그런데 제 마음에도 아주 조금의 코로나 근육이 붙은 거 같아요. 제 느낌에. 하하~

 

모든 분들이 이 시기를 건강하고 즐겁게 넘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