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20210317 화요일 사진, 책 읽고 글쓰기, 체육

홍풀 2021. 3. 17. 19:47

오늘 아침 일찍 학교에 왔다. 할 일이 많은데... 방과후수업 오가는 걸 챙기다보면 시간이 없어서다...

그런데... 청소하고, 여사님과 화분 정리하고 오니 아이들이 와 있고, 아침에 사진 강사는 6샘만 만나고 우리는 만나지 않는다. 헐... 무슨 상황? 우리랑 수업할 건데... 담임도 안 보고 아이들도 모르면서 그냥 수업한다고?

 

아이들에게 몸 풀기 시키고 1샘과 강사분 찾아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님과 아이들이 같이 하면 좋겠다. 40분 수업은 하다마니 80분이면 좋겠는데 마무리 10분 정도 아이들이 글쓰고 마무리 하면 좋겠다. 경험하면 바로 말과 글로 남기기 때문이다. 뭔가..  쪼개서 가르치는데 익숙하신 분 같다.  서로 배우는 게 얼마나 큰데... 무학년제 수업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데... 강하게 밀어부쳤다. ㅎㅎㅎ 마음으로만.

 

수업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우리반 00이는 마음이 급하다. 왜 하죠? 그게 뭐죠? 아는 것 말하고 싶어서 자꾸 수업을 방해한다.

기다려. 00아, 다 말씀하시는 중이야. 다 듣고 질문하자.

다른 학생들은 너무 대답을 안해서 탈이다. 아직 낯설어서 그런가보다. 할머님들도 잘 들으셨다. 사진은 담고, 찍는 게 아니라 빼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설명하셨다. 새롭다. 역시 배워서 나쁜 건 없다.

미션. 0-9까지 조별로 사진 찍어 오기.

할머님들이 핸드폰이 다 있으셔서 다행이었다. 할머니 네 분을 중심으로 2명씩 배치! 내 맘대로 했는데 아무 말이 없다. 이 학교는 마음대로 하고 시키면 다 하는 문화가 있다. ㅡㅡ;; 아깐 나도 편해서 몰랐는데 글 쓰다보니 그렇네. 순종적인 거 별로인데... 다음엔 회의를 해야 하나.. 계속 조로 짜면 제비뽑자고 해야겠다.

 

나는 ##이를 도와야 해서 그 모둠을 도왔는데... 이 무뚝뚝한 남자 녀석들. 할머니 폰을 제 것처럼 찍으며 협업할 줄 모른다.  그냥 우리 모둠 친구에게 할머니 돕는 법을 알려주었다.  주위에 있는 숫자 찾기가 참 재밌다.

 

다 마치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자르고 돌리며 숫자를 만들었다. 시간은 다 되었지만 마무리 소감을 한 마디씩 하는데 할머님들의 재밌다가 재밌다가 아니다. 예의상 그러시는 거 같다. 솔직하셔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폰 뺏기고 돌아다니시기 힘드셨을 것이다.

감사의 박수로 수업을 마무리 하고~~

 

쉬는 시간 개구리알 보러 가기~~~~ 숙제를 안 해온 **이는 못 간다. 오늘은 2학년 아이 두 명도 같이 갔다.

처음엔 알이 비어있어 죽은 줄 알았는데 부화하는 중이다. 개구리알 밖으로 나와서 5미리도 안되는 올챙이 모양을 하고 있다. 와~~ 참 신기하다~~

 

2블럭 국어.  자기가 고른 동화책을 읽어주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생각나누며 글쓰기 하는 시간이다.

00이는 자기 책 읽고, 공책 찾느라 느릿느릿 수업준비를 한다. 잔소리 몇 번 해야 한다. 목이 아프다.

처음엔 사진 수업 소감을 쓰게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모둠원 모두가 즐거울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역할이 없으면 심심하고 재미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래서 아이들이 찔려했다. 다음엔 모두에게 역할을 주는 선배,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하니 뭔가 으쓱해 하며 진지해졌다. 기대해 봐야지.^^

 

아이들이 책을 잘 못 읽는다. 빠르거나,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작게 읽는다. 이를 어쩌나... 서서 읽게 해봐야 하나.

중간에 ##이가 중얼중얼해서 또 못 알아듣기도 했다. 무지 재밌는 책을 시시하게 읽게 됐다.

그래도 아이들은 용케 자기 생각을 적는다. 시로, 편지로, 소감문으로, 그림으로.

00이는 한 이야기는 안 했다. 자기가 딴짓하느라 늦게 듣는 바람에 다시 읽어달라고 요청하는데 거절했다. 그걸 다 받아주면 계속 준비 안하고 딴짓할 거기 때문이다. 안 해서 좋았으려나... ㅜㅜ 어렵다.

 

점심시간. 00이는 남자샘들만큼 먹는다. 조리사님이 다행히 어제부터 1번만 먹게 하신다. 뭔가 먹는 걸로 칭찬받으려고 하는 것 같으시다면서 걱정되어서 그러신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말했다. 배가 2만 분의 1도 안 찼단다. 에공...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진정성이 없다.  그냥 맘이 허한가보다.

 

5교시 체육인데 6학년이 다른 수업을 시작했다. 체육이 아닌가보다. 우리반만 그럼 산에 가서 어제 못다한 끈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집도 하긴 해야 해서 뭘할지 팀으로 나누어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산팀이 이겼다. 00이는 가려다가 갑자기 안간다고 소리지르며 들어간다. 그냥 두고 갈까하다가... 계속 이러면 안될 거 같아서 따라 들어갔다. 소리지르며 말했다.  정정당당하게 정했는데 뭐 문제 있냐고 하니 없단다. 그런데 자기는 맨날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단다. 안돼. 자기 맘대로 할 거면 학교 오면 안되는 거야. 엄마더러 데리러 오라고 할 거야. 하니 소리지르며 알았다고 한다. 다만 물통을 바닥에 던지며 계단에 올랐고, 난 주워주지 않았다.  과학샘이 같이 가주셨다.

또 안와서 보니 현수막 줄 하나를 풀고 있다. 입학, 전학 축하 현수막이 보기 싫단다. 결국 하나를 풀었다. 잔소리도 지친다. 네거 아니야. 네 마음대로 풀면 안돼. 다모임 때 의견으로 내. 3월까지는 달아두어도 좋을지 지금 풀지.

10분이 지체되었다.

따라 온다. 찻길을 건너고 빠르게 가는데 갑자기 00이가 앞장서더니 갑자기 평온해진다. 말을 걸더니... 갑자기 뒤로 뛰어간다. 안 쳐다봤다. 지쳤다. 과학샘도 계시니까. 과학샘이 부르시더니 00이 물 가지러 간다고 학교 가니 찻길 때문에 자기가 데리고 오겠다고 먼저 가라신다. 으이구... 이 녀석을 그냥. 지가 내팽개칠 땐 언제고. 정말 ... 힘들다.

 

얼른 정상까지 끈달고 내려와야 하는데... 벌써 40분이 다 지났다. ##이 데리러 와주시는 분 시간을 모르니 수업을 마치면 바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시 나무계단 밖에 못 갔다. 나무 계단에 쌓인 미끄러운 낙엽들을 발로 쓸고 바로 내려가자고 하자 이 순한 녀석들 열심히 치운다. 같이 치우고 급히 내려가는데 00이가 온다. 눈을 안 마주쳤다. 온 게 너무 기특하지만 함께 움직이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내려오니 갑자기 괴성을 지르고 나뭇가지를 들어 내팽개치고, 작은 나무들을 뽑으려고 힘을 쓴다. 아... 저 녀석에겐 얼마나 많은 화가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무섭다고 했다. 그냥 내려왔다. 저 화를 스스로 다 풀고 내려오길 바랬다. 그리고 그 때 옆에 있다간 나도 맞을 거 같았다. 무서운 거 아니고.. 아직 화를 다룰지 몰라서 그래. 그냥 와. 과학샘이 멀리서 오고 계셨고 사정을 말하고 먼저 빨리 내려왔다. ##이가 나보다 힘이 세다. 손은 잡았지만 매달려서 오지 않는다. ##이를 돌봄교실에 데리고 오니 3시까지 괜찮다고 하신다. 앗... 괜히 빨리 왔네. 얼른 00이 데리러 갔다. 과학샘께 너무 민폐였다.  급히 가지 찻길 건너기 전이다.

 

과학샘 곧 오셔. 같이 건너. 왜 너 먼저 와. 과학샘이 너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같이 와.

그렇게 한다.

얼굴이 많이 순해졌다. 눈치를 보고 내 손을 잡는다.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대변이 급하단다. 그래.. 다녀와.

과학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00이와 앉았다. 그늘이 좋아, 햇빛이 좋아. 어디 앉고 싶어. 해서 자리를 잡았다.

 

별 이야기를 다 했다.

자긴 평생 마음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엄마 아빠가 크게 싸운다.  3번 그랬다더니 2번인 거 같단다. 엄마랑 같이 얘기해보자고 했더니.

자기는 마음대로 살고 싶다. 테러와 살인을 저질러 경찰서에 가더라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단다.

뭐가 그렇게 하고 싶냐니 2만개가 되어서 말할 수 없단다. 1순위가 아니라 다 좋아서 한 가지만 말할 수 없단다.

생각해본 적이 없으면서.... 둘러댄다.

 

그러면서 학교에 안오는 거란다.

아, 엄마 얘길 했다. 엄마가 돈이 없어서, 몸이 아파서 예민하고 짜장면도 안 사준단다.

 

방과후 수업에 가는 아이들이 00이 안가냐고 해서

'우리 데이트 중이야.' 라고 농담을 했는데

순간, 00이가 **이에게 먹던 물을 뿌린다. 듣자마자 0.1초나 걸렸을까? 헐...

나한테 뿌릴 물을 약한 00이에게 뿌린 거다.

순간 너무 놀랐다. 오던 1샘도 놀랐다. 헐... 이제.. 더 놀랄 일이 있을까. 지 먹던 물을... 코로나 시대에... 친구한테...

빨리 사과하라고 했다.

다행히 사과한다.

 

너 나한테 뿌릴 걸 왜 친구한테 뿌려. 농담은 내가 했는데.

농담하지 마세요. 저 솔로로 살 거예요. 데이트 싫어요.

 

작년 그 아이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아빠는 몬스터란다. 힘세고 화를 잘 낸단다.

누나는 같이 놀아본 적이 없단다.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그래도 한지공예는 가야 한다고 했다. 간다. 손도 잡는다. 가면서 이 얘기, 저 얘기했다.

도착하니 안 할 거란다. 그냥 내가 먼저 했다. 그랬더니 바로 지도 한다.

빠다코코넛 과자가 뜯어져서 한 쪽에 있는데 먹어도 되냐고 하지도 않고 집어 온다. 누나에게 한 소리 들었는데 그냥 들고 온다.

 

간식 못 먹어서 배고팠구나?

알았어. 이번만 얼른 입 속에 넣어. 다른 아이들도 먹고 싶잖아. 이제 수업 열심히 해.

경쟁시키니 좀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걸 같이 하잔다. 같이 해줬다. 내가 잘 못했더니 혼자 두 번째 건 한다. 다행이다.

 

내가 도움반 2학년 친구에게 관심을 보였더니 와서 놀다 간다. 집중이 잘 안되나보다.

 

샘 일해야 해서 가봐야 해. 수업 차분하게 잘 하고 와.

순순히 대답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

 

일하다가 아이들 마칠 시간에 다시 데리러 갔다. 거의 다 갔는데 00이가 혼자 먼저 뛰어 내려온다.

아니야, 친구 기다렸다가 안전하게 다 같이 가는 거야.

엥? 빠다코코넛 과자를 하나 보여준다. 나 주려고 가져오는 길이란다.

와~ 고마워~~ 우리 나눠 먹자.

미안했다. 난 순간 몰래 가져오는 건 줄 알았다. 3조각으로 잘라서 다른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보석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석 관련된 책을 읽고 외웠나보다.

샘은 무슨 보석 알아요? 세 개만 말해 보세요. 하더니..

결국 자기가 아는 거 다 말한다. 아... 하나도 관심없는데...

 

학교 거의 다 와서 아이들이 뛰어가니 자기도 뛰어 간단다. 그러더니 손을 놓고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빨리는 못 뛴단다.

괜찮아. 천천히 뛰어도 돼.

 

사자상에 앉다가 유치원 친구도 올려주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올려준다.

10분 후에 차 탈 거야. 하는데 피곤하다며 운동장을 배회하고 미끄럼틀을 탄다.

2분 전이라고 알려주니 온다. 다행이다. 뭘까. 소리를 지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서 좀 누그러진 걸까?

 

내일이라고 기대되진 않는다. 다만... 가족이 얼른 더 나은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 너무 괴롭다. 나에게 그 괴로움을 떠 넘긴 거 같은 느낌이다. 나 뿐 아니다. 우리반,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