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20210312 금 체육, 학급회의, 마을지도공부, 개구리알, 상담

홍풀 2021. 3. 14. 20:46

오늘은 아침에 **이가 늦는다. 기다리며 아이들 각자 할 일 하다가 9시에 콩주머니 제자리에서 던지고 받는 것을 한다. 00이는 오늘 좀 노력해본다. 다행이다. 아이들 모두 조금씩 몸을 잘 쓰게 되길 바란다.

00이가 내가 한  어떤 말이 기분이 나빴나보다. 눈을 내리깔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기분 나빠요. 전 그런 거 아니라고요."

내가 주의를 줬나보다. 순간 무슨 말 했는지도 모를 정도의 말이었다.

그냥 무시했다. 일일이 대꾸하면 피곤하다고 생각해서다. 다음엔 내가 뭐라고 했는지 물어봐야겠지? ..

 

감사나누기. 오늘은 다들 빨리 생각해낸다. 2주만이다. !!이와 내가 똑같이 소에게 고맙다고 했다. ㅎ 너도 어제 소 먹었구나.

 

미세먼지 상당히 나쁨이다. 어제도 그러긴 했는데... 어젠 **이가 처음으로 '공부해랑'숙제를 다 해와서 데리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개구리알을 그렇게도 좋아라하다니 닭 키우면 난리날 것 같다.

 

1교시 체육을 6학년과 따로 하게 됐다. 내가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물으러 갔는데 6학년 여자 아이들이 자기네 교실은 안 된단다. 뒷정리도 안 하고 가서 싫단다.  어제 로봇하고 쓰레기 안 치우고 왔나보다. 혼내주겠다고 하고 다음엔 너희가 다 하고 가게 하면 된다고 했다.  나오는데 6샘이 얘기하니 교실이 더 더럽다며 나가신단다. 그래서 따로 한다.

 

먼저 2년 전에 떠 둔 뜨개질 줄넘기를 꺼냈다. 지나가는 연습하다가, 혼자 들어가서 뛰기 하다가, 꼬마야 꼬마야 했다.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00이만 땀흘리면서 하고 다른 아이들은 땀도 안 난다. 와... 덤비지 말아야겠다. ㅎ 오늘 모두 열심히 했다. 도움반 ##이도 나름 열심인데 00이가 해봤자 뻔하다는 둥, 여러 번 놀린다. 그런데 얼굴은 놀리는 얼굴이 아니다. 그저 사실을 말할 뿐, 놀리고자 하는 의도는 없는 거다. 기분 나쁠 줄 모르는 거다. 헐... 이럴 수가... 표정과 손짓으로 그만 하라고 몇 번 하니 멈춘다. 뭐지.. 오늘 뭔가 좀 순하다.  

둘이서 콩주머니 주고 받기를 했다. 잘 못 한다. 음... 이거 열심히 해야겠군. 5각형 모양으로 서서 콩주머니 2개만 이용해서 던져서 전달하기를 했다. 도움반 ##이가 세게 던지는데 @@이가 그저 잘 받아준다. 계속. 정말 착하다. ##이를 이해하는 거다.

 

2교시 학급회의

지난 주 약속과 나에 대해 생각해서 글쓰기를 하자고 했다. 3줄 채우기가 어렵다. 자세히 쓰지 않아서다. 00이는 남의 몸에 손댄 거만 쓴다. 안 지킨게 얼마나 많은데...  다른 아이들도 자기 잘 못 지킨 것들에 대해 쓴다. 다같이 지킬 것은 밥 먹을 때 마스크 안 쓰고 얘기하지 않기다. 카누 비용 12000원 용돈 모아두자니까 00이 빼고 다 안 간단다. 그 돈이면 치킨을 사먹겠다는 아이, 그냥 집에서 쉬겠다는 아이, 남들따라 안 간다고 하는 거 같은 아이. 이런... 이런... 모험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경제 관념이 좋은 건가.. 그냥 내가 내줄까. 아니다. 그건 아니지. 밥만 사주는 것 정도가 좋지. 물소리길 걷고 카누타면 딱인데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 같기도 하다. 요거 다음에 안건으로 올려봐야겠다.

 

3교시 마을 지도 공부

다음지도에서 전철역까지 나오는 지도와 우리 학교 근처만 있는 지도를 출력했다. 전철역 지도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물길에 하늘색으로 칠해보자고 했다. 우리 학교 물길 알려주는데 잘 모른다. 교육청에서 준 지도를 보며 그리게 했다. 몇 명만 잠깐 도로에 칠하고 다 잘들 한다. 핏줄 같다, 꼬불꼬불하다며 재밌게 그린다.

이제 길을 노란색으로 칠하게 했다. 잘 모른단다. 그렇지. 모르겠지. 학교에서 개구리알 건널 때 건너는 도로라고 알려줄 걸. 지도 보고 칠해보라고 했다. 좀 하더니 두 선으로 그린 하얀 게 길인 줄 안다. 길이 여기저기 다 연결 되어있단다. 많단다.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 아이들이 다 열심히여서 좋았다.

그 다음 축척을 알려줬다. 먼저 전철역부터 우리 학교까지 거리를 자로 재어보게 했다. 약 13cm였다. 아이들이 줄을 그었다. 지도 오른쪽 아래에 축척표시를 따라그리게 했다.

"지도의 1cm는 실제 1km와 같다는 거야. 그러면 전철역까지 거리는 실제로 얼마일까?"

" 13km요." 호~ 단번에 맞춘다. 

"그럼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걸 찾아 볼까?"

8km, 5km 거리에 있는 것도 찾아보도록 했다. 다들 잘 따라온다.

 

이번엔 근처 '리' 이름을 진하게 써보면서 알아보기로 했다. 망미리, 무왕리 등등 요상한 한자 이름들이 많다. 무슨 뜻일지 궁금하다. 이장님들한테 전화를 해봐야 하나...

 

방위표도 알려줬다. 4자를 쓰고 다음에 동서남북에 대해 알려줘야겠다. 다음 시간이 기대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마을 걷기길 지도도 언젠가 완성할 거다. 미세먼지만 잘 도와주면 봄에도 완성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요즘 같으면 당최 나갈 수가 없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가 3시반 쯤 그쳤다. 미세먼지도 좋음이다. 비가 고맙다.  돌봄가서 선생님께 아이들과 개구리알 보고 와도 되냐고 했는데 허락해주셨다. @@이만 간다고 했는데 1학년 여자 아이도 같이 간다고 했더니 00이 마음도 바뀌었다. 정말 좋아하는 건가. ㅎㅎ  가는 길에 서로 이야기하려고 난리다. 다른 사람 얘긴 안 듣고 끼어들기 바쁘다. 많이 얘기하고 싶은가보다. 비가 와서 못 나가다가 나오니까 신이 나서 그랬나? 다행히 개구리알을 보니 다들 바쁘다. 해캄도 막 걷어내고, 쓰레기도 치우고, 오빠 노릇하느라 멋지게 행동한다. 여자 아이도 아주 말괄량이 삐삐같이 씩씩하고 힘쎄다. 내 스타일이다. ^^ 한참을 놀다가 비가 와서 빨리 가야 하는데 00이가 주워 놓은 쓰레기를 들고 가야 한다며 기다리란다. 월요일에 치우자고 하는데 뭔가 보여주고 싶은 눈치다. 그래, 그렇게라도 좋은 일 하는 건 좋은데... 우리가 너 때문에 다 비 맞아야 한단 말이다. 이 녀석아... 으이구.. .. 기다려줬다. 저 고집... 찻길만 없었어도 먼저 갈텐데 그걸 못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와서 나도 좋았다. 

아이들 잘 보내고 핸드폰을 보니 00이 어머니께서 녹음파일을 보내셨다. 아이와 가정에서 어제 일로 지도한 것을 보내셨다. 왜 보내셨을까... 집에서도 열심히 지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으셨던 거 같다.

30분 넘게 들었던 거 같다.  어머님도 꽤나 애 쓰시는 거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난 2주만 만나도 힘든데... 휴... 그래도 내가 할 말은 해야 한다. 다른 아이들 힘들게 할 순 없다.

퇴근 전에 잠깐 교실에서 이야기 나누셨다.  2시간은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데...  아이가 불안도가 높단다. 약은 무기력해질 수도 있어서 자살시도를 할 수도 있단다. 안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 부정적인 특정사례 하나로 시도하지 않는 건 너무하다. 뇌파 검사도 해봐야할 수도 있다. 뇌의 문제라면 약을 먹고 행동을 개선해야 한다. 오늘은 별 문제 없었지만 또 다른 친구들 때리면 학교에서 친구사귀기 어려울 수 있다. 여름까지 지켜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다른 아이들이 견디고 적응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말씀드렸다. 답은 안주셨다. 안 먹어도 어쩔 수 없다.

 

아, 내가 전생에 죄가 많은가보다. 아님... 이번 생에 더 큰 사람이 되려고 왔나보다. 그래도... 이 정도의 미션은 클리어해야지. 다른 힘듦도 많은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는 잘 이겨내고 더 커야지. 힘듦이 없으면 성장하지 못 한다. 그러니 감사하고 아이의 성장에 작은 도움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