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들이 숙제하느라 바쁘다. 이런... 그래도 00이는 거의 다 해왔다.
9시가 되어서 운동장 두 바퀴 각자 속도대로 뛰고 오자고 했다. 몸이 튼튼해야 공부도 잘 하는 거라고 하며.
우리 00이... 역시나 혼자 경쟁하고 난리다. 원 안으로 뛰어 앞질러 1등이라며 들어 온다. 다른 아이들은 대꾸도 안 한다.
"아니야, 반칙이야."
아무 말이 없다. 찔리기는 한가보다.
도움반 ##이는 늦게 나와서 다리 아프다며 한 바퀴만 뛰려고 했는데 다른 친구들 다 두 바퀴 뛰었다고 하니까 도전한다. 마지막에 살짝 안으로 돌았지만 끝까지 해서 잘 했다고 하이파이브 해주었다.
콩주머니 6번까지 도전하기였는데 00이는 1번 밖에 못 했다고 죽상... 괜찮다고 했다. 사람들이 다 잘 하는 게 다른 거라서 연습하면 된다고. 그랬더니 연습해도 안된단다. 어쩜 작년 그 녀석과 말이 똑같니... 부정이... 말이 씨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야겠다. 콩주머니를 던진다. 물건한테 화풀이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콩주머니 아프다고 하니 콩주머니는 아프지 않단다. 이성적인 녀석.. 시 쓰긴 어렵겠다. 나처럼. ㅋㅋ
감사나누기도 00이만 감사할게 없다며 버틴다. 다른 아이들도 한참 뜸을 들인다. 속 터진다. 그게 뭐라고.. 결국 00이는 긴 의자에 앉아서 다 하고 들어왔다. 귀찮다. 정말...
1블럭 어제 이어서 @@이가 읽어주는 준치가시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연극을 했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서 웃겼다. 연극에서 00이가 자기의 가시를 나누어주는 역할을 해서 기뻤다. 엉뚱하고 재밌었다.
!!이가 '으리으리한 개집'을 읽어 주었다. 버림받은 개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다른 사람가족을 찾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자기라면 복수하겠다고 난리다. 으아... 우짜꼬... 4학년은 복수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하고 못 하게 했는데 3학년은 그냥 뒀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쉬는 시간 30분. 숙제 안 한 세찬이만 두고 개구리알 보러 갔다. 찻길을 안전하게 건너고, 뛰어 갔다. 전엔 콩알 같더니 조금더 길어지고 꼬부라졌다. 어떻게 될까? 거기만 나가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개구리알이 거기 있어 줘서 고맙다. 아이들이 밭을 밟더니 느낌이 달라졌단다. 더 땅이 녹아 부드러워졌나보다. 그런 것도 00이는 느낀다. 과학자 해야 할 것 같다.
2블럭 형태그리기. 딱보면 어려운 거 같은 직선 그림.
가까이 가서 보고 연구하고 다 되면 운동장에다가 샘보다 크게 그려보자고 했다. 부정가득 00이. 해보지도 않고 난리다. 둘이 하면 안되냐... 안된다. 왜 안 되냐, 혼자 할 수 있다. 안 된다. 왜 안 되냐. 안되니까 안된다... 우리반은 혼자 해보고 못 하면 다 도와주는 반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해보고 말해라. 했는데... 안 한다. 아... 피곤하다. 다른 아이들은 다 시작하는데 시작도 안 하고... 구석에 앉아 있다. 내버려뒀다.
내가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도 시작하면서 기역 하나 끝~ 기역 두 개 끝~ 하며 차근차근 해나가는 걸 들으라고 얘기해주고 칭찬해주고, 이거 외계인이 그린 그림 같지 않냐며 이야기가 시작되자 00이도 하기 시작한다. 신경 안 썼다. 아는 척 하면 또 자존심에 안 할까봐.
결국 모두 다 완성했는데 4학년 아이는 ... 나뭇가지로 선을 그리라고 했더니, 나뭇가지를 연결해 선을 표현하느라 바쁘다. 게다가 내가 3번은 들어갈 정도로 크다. 에공... 우리가 도와주자고 했더니 다른 아이들이 좋단다.
00이가 가장 열심히 도왔다. 어찌나 생색을 내는지... ㅎㅎㅎㅎㅎ 우짜꼬... 인정욕구가 엄청난다. 인정을 못 받았다는 이야기인가... 스스로 인정하는 연습 해야겠다.
기념 사진을 찍고 교실로 들어와 스케치북에 옮긴다. 흐리게 5번씩 잘들 알아서 그린다. 와... 이 녀석들.. 정말 멋지다. 말도 없이 집중하는 게 벌써 1년 함께 한 아이들 같다. 00이는 직선을 곡선으로 그린다. 직선 연습 더 해야겠다. 다른 아이들... 세찬인 더 진하게 하도록 유도해야겠다. 자기도 다른 거 보고 알겠지?? 완벽주의자 @@이. 오늘도 늦게 완성했지만 전보다는 빨라진 거 같다. @@이는... 세밀한 기계를 만들거나, 회계사? 검사? 이런 거 해야 하나. 곧이곧대로 뭔가 제대로 하는... 그런 거 하면 무지 잘 할 거다. 작품이 잘 나와서 좋았다.
5교시 체육시간~ 전에 못 했던 피구를 한다.
00이 빼고 아이들이 다 천사다. 동생들에게 공 줄줄도 알고, 재밌는 말 하며 즐긴다. 운동도 잘 한다. 00이는 자기가 감독 해야 한다. 경험도 없이 시키고만 있으니 아이들이 불만이 많다. 공도 자기가 많이 던지고 싶다. 공을 잡았는데 못 던지고 살아나니 열폭했다. 살아난 걸 기뻐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 6샘이 진정 시켰는데 아이가 팔을 부르르 떨며 참는다. 참는 거 배웠다. 기특하다. 6샘도 좋다. 혼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한다. 이성적인 아이에겐 이성적으로!!
끝나고 돌봄으로 보냈고, 한지공예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6샘이 교육과정 달라고 해서 안 갔다. 돌봄샘이 같이 마을회관에 가셨을 줄 알았다. 그래서 끝날 때 데리러 갔는데... 돌봄샘이 안 가셨다는 걸 알았다. 도움반 아이 좀 봐주시지. 담임샘이 계속 계셨다. 이런... 왜들 그러냐.. 알아서 자기 일 제대로 좀 해주지. 잔소리 못하는 거 알고 그냥 두시간 쉬면 좋은가. 좋을대로 살아라 내년엔 없다.
2학년 도움반 친구가 내가 하던 운동기구에 덥석 올라가 운동한다. 아주 여유롭다. 한 손 놓기도 해서 조마조마했는데 잘 하고 내려 온다.
아이들 기다리는 동안 산을 보며 나도 운동한다. 마을회관 뒤에 개와 닭들이 있는 집이 보인다. 닭 참 예쁘다. 전엔 무섭고 징그럽기만 했는데 이젠 예쁘다. 많이 컸다. 나도.
교사별 교육과정 안 해도 된다는 거 알았다. 그냥 낼 거다.
7:30 학부모 모임을 줌으로 했다. 다들 무사히 줌을 깔고 들어오셨다. 5명이라니.. 참... 편하다. 게다가 유난한 분도 안 계시는 거 같다. 한 번도 모임을 한 적이 없으시다니... 움... 놀랍다.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데... 나야 안 하면 좋지만, 우리 아이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알면 좋을 거 같은데... 초대도 하고.. 집에도 가고 . 30분만에 끝났다.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하면 좋았을텐데... 괜히 긴장됐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기로 했다. 카누 얘기도 말씀드렸다. 비용도 말씀드려야겠지?
간만에 책 좀 보려고 누웠다고 바로 자버렸다. ㅎㅎㅎㅎ 너무 체력을 많이 쓰고 있는 건가.. 난 체력 기르는 건데... 기르지 말고 아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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