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회 교사회에서 배운 마음일기. 잘 쓰고 있다. 동사섭에 다녀왔다는 샘의 아이디어도 더해져서 마무리 글쓰기가 꽤 어렵다. 처음엔. 보통 잘 쓸 때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
오늘 처음 숙제장 쓰는 법을 배우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할머니들은 정말 느리고 하나하나 봐주지 않으면 대충이라도 무슨 글을 쓰는지 알아챌 수가 없다.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런 건 하나도 안 힘들다. 당연한 교사의 일이고 조금씩 나아지니깐. 배배 꼬이고 삐뚤어진 힘든 아이는 없다.
나에게 감사한 걸 쓰는 칸이 있는데... 너무 생각을 오래 한다. 나한테 고맙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다. 그렇구나... 그렇지. 10살은 그럴 수 있지.... 그런데 80살... 그럴 수 있지. 그런 기회를 갖기 어렵지. 하긴 나도 그렇다. 바쁘게 살면 ... 나에게나 남에게나 고마움을 글로 쓰며 살기 어려운 거였다. 나한테 감사하라는데 다른 사람한테 감사하라는 건지 알고 미리 칸을 채운다. 아닌데... 그리고... 가족과 사람만 생각한다. 사람 중심, 가족중심. 넓혀 나가야지. 점점...
또 ..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칸이 있는데 ... 할머니들은 남편이 뭐하고 있는지, 아들이 뭐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하신다. 아... 넓혀 나가야지... 점점...
드디어 마음일기 쓰는 법. 사실... 나도 아직 어렵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맘이 불편했던 일을 먼저 떠올려보고 그 일에 대해서 쓰자고 했다. 교실 뒤, 마음 표현 단어를 참고하라고 했다.
한 할머님이 마음단어를 두 개나 찾아 쓰셨다. 절망스러운, 혼란스러운.
헐... 왜요? 뭐가 그렇게 힘드셨어요?
어제 겨울방학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말로는 잘 되는데 글로 안 써져서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우셨단다. 잘 못해서 화가 나신다는 거였다. 내가 학교 못 다닌 것도 슬프고, 공부한 게 머리에 쏙쏙 안 들어가고 다 빠져나가서 절망스러우시단다.
듣고 있던 첫째 할머님.
"에이~ 지금이라도 다니는 게 어디야, 그리고 다 늙어서 그 정도 하는 것도 대단하지. 욕심이야, 욕심!!"
"맞아요. 할머니. 2년 밖에 안 하셨잖아요. 1년만 지나면 다 잘 되니까 걱정마세요!!!"
"아이고~ 말씀만이라도 고마워요."
'그 때 내 마음은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왜냐하면 어제 글쓰기 시간에 온천여행 다녀온 글을 쓰려는데 잘 안 됐기 때문이다. 진작 학교에 왔으면 잘 했을텐데 너무 늦었다.
아, 그래서 그 때 내가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웠구나. 내가 진작 학교 갔으면 잘 썼겠지.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녀서 다행이다.
내가 공부를 잘 하고 싶어하지 않았으면 절망스럽지도 않았겠지. 공부 잘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려는 내가 고맙다. 학교와 선생님도 고맙다.'
이렇게 쓰게 됐다. 할머니의 애쓰는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졌고, 1년동안 열심히 도와드리고 싶다. 그런 할머님들 앞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할 수가 있나. 글 적게 쓰려고 잔머리 안 쓰고 어떻게든 자세히 쓰려고 노력한다.
교사로서의 보람이 오랜만에 팍팍 느껴진 날이었다. 이 학교 정말 잘 왔다. 덕분에 나도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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