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디자인 수업. 디자인과 미술의 차이는 목적과 계획이 있냐의 차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발명품 외에 다 디자인에 속한다는 것도 알았고, 우리나라가 신호등이 앞에도 있어서 정지선을 안 지킨다는 것도 알았다. 치밀해야 한다. 디자인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불편한 걸 찾아 그림으로 나타내는 걸 잘 해서 깜짝 놀랐다. 9개월 쌍둥이 동생들을 위한 장난감을 리모컨으로 조정하고 싶다는 1학년 아이, 강아지에게 사료와 물을 주는 기계를 디자인 한 아이, 더운 물이 바로 나오는 수영장을 그린 아이. 한 할머니는 모르겠다고 안 하시고 두 할머니는 일할 때 쓰는 편한 의자를 그리셨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 아이들 말도 잘 들어주시고 대답도 재치있게 바로바로 잘 해주신다. 다행이다.
첫 수학 시간. 세 자리수의 덧셈. 할머니들이 자꾸 까먹지만 하신다. 80분을 꼼짝않고 덧셈만 했다. 그래도 할머니들 집중력이 약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손이 별로 안 간다. 할머니들은 자꾸 마음대로 이것저것을 더하시거나 1+0이 10이라고 하신다. 국어가 안되니 수학이 안된다. 빨리 푼다고 자랑하는 한 아이도 문제를 대충 읽고 풀어서 자꾸 틀리거나 받아올림을 빼먹는다. 그 아이를 좀 놀려주었더니 할머니들이 웃으신다. 얘네도 나랑 같네. 그러시는 거 같다. 평생 안하시던 걸 하시려니 뇌가 빨리빨리 연결하지 않는다. 얼른 신경세포가 연결되게 맨날맨날 수학문제 내드려야겠다. 숙제도 안 하시겠다고 하시던데... 숙제공책 무겁다고 하실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도움반 친구가 포크 없이 급식 먹은 날. 00이는 도움반 샘 오기 전까지는 숟가락으로만 먹었다. 그러다가 샘이 오시니까 젓가락이 무겁다는 둥, 안 할 거라는 둥 반항을 조금 했지만 새로오신 샘은 얄짤 없다. 그러니 젓가락으로 반찬을 대충 집어 밥이나 국에 빠트린다. 그러고는 숟가락으로 밥이나 국이랑 같이 퍼 먹는다. 이런... 어떻게 이런 머리는 좋을까.
마지막에 국물까지 싹 먹던 습관대로 식판을 들고 마시려고 한다. 내가 말렸다. 샘도 말렸다. 왜 안되냐고 한다. 국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 말하긴 너무 길고... 식판 드는 거 아니라고 하니까 식판 들면 경찰아저씨가 잡아가냔다. 숟가락으로 먹는 거야. 들지 못하게 하니 머리를 숙여서 식판만 기울이려고 한다. 아냐, 멍멍이만 그러는 거야. 다 먹으려면 숟가락으로 먹어.라고 하고 조리사님께 국물 적게 달라고 했다. 00이... 올해부터 제대로 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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