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출근해서 태극권으로 옆반 샘과 몸을 풀고 일찍 온 아이와 닭 관찰하러 갔다. 밥도 주고... 아침마다 닭을 풀어주는데 쪼르르 나와서 놀이터로 가는 빠른 뒤태가 참 귀엽다. 정말 공룡 같기도 하다. 공룡의 후예가 닭이라더니... 뼈에 구멍만 있는 거 아니구... 달리는 모습도 그런 것 같다. 닭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침 감사나누기를 하면서 녹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님들은 아직 글을 잘 못 쓰셔서 말씀하시는 걸 글소식지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모임은 번쩍 손을 든 5학년 세땡이부터 요즘 있던 일을 나누었다. 6샘이랑 산책을 다녀와서 좋았고, 아이들이 새로온 샘을 속여서 교회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단다. 사실은 차로 5분인데 '차로'라는 말을 안 했지 사실은 사실아니냐고 자기들은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고 한다. 그렇네... 자기가 했던 말의 주어는 없었다고 한 그가 떠오른다. 하하하하~
동네 개구리알, 도룡뇽알이 없다고 걱정하는 이야기, 오빠들이 가마 태워줘서 고맙다는 이야기, 할 말 없다는 이야기, 어떤 놀이가 재밌다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말실력이 늘었다. 쭈뼛대지도 않고 전보다 자세히 말한다.
학교 청소 역할을 정하자는 나의 제안에 한국화 작품 정리는 1학년, 복도 청소는 3,4학년이 하기로 했다. 우편물 정리는 작년에 3,4학년이 했었는데 샘들이 그걸 왜 애들시키냐고 한다. 그럼 복도 청소는 왜 아이들이 하냐. 모두가 같이 사는 학교고 우편물도 교사 개인으로 오는 것들은 아주 적다. 학교 돌아가는데 필요한 잡지나 홍보글 등이다. 작년에 내가 아무말 없이 다 정리했으니 아무도 그런 게 있었는지 모른다. 하.... 나보다 뒷정리 더 안되던 사람들만 있었던 작년... 그래서 내가 올해 아무 것도 정리 안 한 건데 그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 사람들만 있었던 거다. 2년간 뒷정리만 도맡아했는데... 음...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담샘이 맡아주신다고 했다. 고마운데... 자기 뒷정리 하는 거 교사들도 잘 해야 한다. 그 날도 복사지 채우고 비닐 그냥 펼쳐 놓고 간 누군가가 있었다. 안 치웠다. 일부러 그냥 한쪽에 두었다. 그 사람은 그걸 봐도 그게 자기가 한 일이라는 거 모를지도 모르는데... 난 앞으로 남의 뒤를 치우지 않을 거다.
몽양 여운형 이야기 온작품 시간. 한장 읽고 요약해서 한 줄로 정리하는데 한 아이가 글씨를 그린다. 아... 맞춤법도 심하게 틀리고. 걱정된다. 책 많이 읽히고 글도 많이 쓰게 해야겠다. 이번만 이렇게 해보고 다음 책부턴 그냥 읽어줘야겠다. 책을 읽는 기쁨이 사라진다. 그래도 우리 애들 참 잘 듣고 생각도 잘 말한다. 책을 즐겁게 읽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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