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3.14(화) 글소식지, 마을공부, 교사회의, 닭

홍풀 2023. 3. 14. 22:30

 1블럭은 영어. 할머니들의 영어 수업은 어떠시려나... 학기 초라 쉬는 시간에도 준비물 챙기고 하느라 이야기할 여유가 없네... 

 2블럭은 지난 주까지 수업시간에 쓴 글들을 읽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글소식지. 

할머니들을 위해 17포인트로 만들었다. 굵은 글씨. 아뿔싸... 쪽번호가 너무 작다. 할머니들이 한 번 놓치면 못 찾으신다. 쪽번호 크기도 정할 수 있나?

   글 순서대로 자기 글을 읽으며 글을 다시 한 번 고치는 시간이다. 남자 아이는 자기의 실수를 미리 고치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안 듣고 미리 앞서서 자기 글을 고치려고 하고 글도 마음이 급해 자꾸 잘못 읽는다. 여자 아이는 글 쓰는 건 느리고 맞춤법도 많이 틀리는데 글은 잘 읽는다. 그냥 잘 읽는 거 아니고 감정까지 넣어서 재밌게 읽는다. 놀랍다. 이런 아이도 있구나. 다행이다. 걱정했었는데.

 할머님들은 글을 잘 못 읽으신다. 받침도 어렵고, 마음만 급하시다. 천천히 하시면 더 잘 하실 거 같다.  본인 차례에는 긴장해서 더 못 하시고 할머니친구들이 읽을 때는 옆에서 잘 읽으면서 자꾸 알려주신다. 아이고... 급기야 내가 "00할머니, 조용히 들으세요. '라고 했다.  수학 시간에도 옆 사람 거 괜히 훈수 두시던데... 조금 더 계산 빠르다고... 큰일이다. 비교하고 우월감 갖고... 겸손하셔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30분만 하고 다른 책 읽을까 했는데 고칠 때마다 모든 학생들 자리에 가서 하나하나 어디에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은 잘 찾는데 두 개 고칠 거 하나만 고치고 있고, 할머니들은 아예 그 단어가 어디있는지 찾기가 힘드시다. 수업시간에 이렇게 많이 걸어다닌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오늘 피곤했구나. 운동 많이 해야겠다.

 

3블럭  마을공부 시간이다. 선배들이 2년 전 만들어 둔 책이 교재다. 고송의 지도, 식물, 동물,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고 이야기 만들고 인터뷰 하고 정리한 자료. 지금 보니 꽤 잘 했는데 글씨만 손글씨 하지 말걸 그랬다. 아이들이 선배들이 글씨를 엉망으로 쓰고 띄어쓰기를 안 해서 읽기 힘들다고 난리다. 그래, 우리가 새로 만들어 보자!! 

지난 번 장만대 쪽 개구리 알이 있는지 다시 확인하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반대방향 쪽으로 식물들 찾으러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작은 봄풀들엔 관심이 없다. 꽃이 없다면서. 그리고 논 웅덩이에서 움직이는 게 개구리라면서 뛰어 갔다. 개구리 알고 개구리들이 있었다. 개구리들은 갈색이었는데 우리가 다가가니 다 숨고 가만히 있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남자아이가 개구리 알을 나뭇가지로 헤집는다. 이런... 녀석. 왜 애기들 괴롭혀!! 안되겠다. 얼른 자리를 뜨자. 다시 길로 올라와 가는데 그 아이가 미안하다고 잘 있으라고 한다. 이런 귀여운 녀석.. ^^

 마을회관 앞의 정원석들을 힘들게 넘고 넘는 아이들. 하나가 그러니 셋 다 쪼르라니 가서 한 줄로 걷는다. 일정하지 않은 큰 돌들을 밟으며 기분 좋아한다. 쉬운 길로만 가지 않는 아이들. ^^

 회관 앞 동산에 오르자고 했는데 오른쪽에 산을 깎아서 벌건 흙이 드러난 절벽이 있다. 여기 또 뭐가 생기려나... 하고 있는데 여자 아이가 거길 자기가 기어 올라가 보겠단다. 아무래도 6미터 정도 되는... 거의 수직의 흙벽인데... 이 도전 정신!

 좋아!! 해보자!! 

아이가 오르고 미끄러지고 몇 번 하는데 재밌어 보였는지 남자 아이들도 도전. 오르다 미끄러지다 오르다 미끄러진다. 한 열 번씩 하다가 도저히 안된단다. 그래. 경사가 너무 심하다. 작년에 그 곳보다 심하네. 다음에 또 해보자. 

아이들은 힘을 뺐고, 나는 운동부족. 앞동산 오르는데 숨이 찬다. 몸집있는 남자 아이는 손을 잡아달란다.

 "아니야. 샘도 힘들어. 우리 같이 천천히 가자.00이 할 수 있어!"

결국 끝까지 갔고 00이도 올라왔다. 다같이 손뼉을 마구 쳐주니 씩 기분좋게 웃는다. 그러더니 내리막은 1등으로 갔다. 

그러나 평지로 오자 00이와 나는 점점 쳐지기 시작했다. 에고에고... 우리 너무 겨울에 늘어져있었나보다. 이렇게 해서 체험학습 어떻게 가냐...  시 하나씩 쓰고 자기 자리 청소하고 다 갔다. 

 

아이들 글 정리하고... 주문 취소 된 거 다시 검색하고 품의 올리고... 

어느새 회의 시간. 아... 우리 부장. 전 부장한테 다 맞춰주더니... 자기 뜻대로 간다.  뭔가 처음부터 까놓고 목적을 생각해보거나 조사해보는 과정은 없다. 내 얘기다. ㅎㅎㅎ 다 그렇지 뭐. 우리 세대가 다 그렇지. 요즘 젊은 이들은 좀 다르려나... 교육이 뭐 바뀐 게 있나...  협의 문화... 몸으로 배는 건데 말이다. 가족회의부터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할텐데... 악순환이다. 부모도 배운 적이 없고, 불만은 묻히고, 권력을 가지면 다시 권력을 부리고...  그대로 다시 크고 까라면 까는 ... 엄청 효율적인데 모두의 뜻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하하하.. 내 얘기다... 나도 그 안에 있고 나도 내 뜻대로 안되어서 성질 부리는 거니까.   그래도 여기니까 이 사람들이니까 내가 꿈틀거리는 거다. 다른 데선 그냥 까라면 까고 뒷담화만 했다. 

 오늘은 학부모총회 국민의례 때문에 국가주의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 그냥 하던 거니까, 지침에 있으니까, 그래, 국가주의가 뭔지 아는데 그냥 해. 그래 그냥 하자. 왜 시작한 건지... 고민 따위는 없다. 그냥 태어나보니 하고 있었고 안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을 거니까. 그래 노래에 경례까지 하진 않으니 됐다. '현실과 타협하면서 가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 하던대로, 살던대로 사는 게 싫다. 편관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옆에서 한 샘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생각이 없었네. 그래. 비아냥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내 생각일 뿐. 그저 내가 만든 기분 나쁨이겠지. 모르면 몰랐다고 하지. 입을 다물어야겠다. 까라면 까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이다. 그래서... 다들 큰 학교에 묻혀지내나보다. 소수의 결정에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되는...   나랑 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그냥 잘 살자. 둥글둥글. 제일 자주 만나는 샘도... 똑같다. 더 알려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랄뿐.  지식은 노예가 되지 않도록 돕는다. 그 지식이 뭔지 중요하겠지만... 알지 못하면 당할 수 밖에 없다. 당하지 않도록, 알면서 당하도록 공부하자. 알자. 

 요즘 정세가 엉망이라 걱정이 크다. 이러다 전쟁이 날까봐 걱정된다. 불안하다. 뭘 해도... 기쁘지가 않다. 평화롭게 살 수 있는데... 다들 권력과 돈을 잡기 위해 모든 이의 평화를 망친다. 미친...  

 틈만나면 실속없는 영상들만 보고 있다.  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제대로 쉬고, 제대로 깨어 있어야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뭐라고... 

 

 아이들과 있으면 참 좋은데 ... 난 교사가 아니었음 뭐하고 있었을까?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앗. 닭 얘기 써야지. 

오늘 본 건... 자꾸 알 낳으러 들어갔다가 바람에 문이 닫히면 나를 부른다. 문 열어 달라는 신호가 있다. 그럼 나간다. 어김없이 알 낳으러 들어가고 싶은 닭이 있거나, 알 낳고 나가고 싶어하는 닭이 있다. 닭들과 마음이 통하는 건가. ^^  나를 피하면서도 문 열어주고 조금 뒤로 가면 호다닥 나간다. 너무 귀엽다. 알 주는 것도 고맙고, 날 불러주는 것도 고맙다. 동물도 이럴진데... 내가 낳은 자식들의 소리는 오죽하랴...  힘들게 자식 키워내시는 많은 분들이 대단하다. 

 

닭들이 문 열어 달라고 그런 건지 내 교실 창문에 몰려 있었다. 5시 쯤. 문 열어 줄까? 하며 나갔더니 졸졸졸 나를 따라 온다. 갈매기만 빼고. 다 들어가고 갈매기 데리러 갔는데 계단으로 오더니 나랑 숨바꼭질 한다. 그러더니 호다닥 들어갔다. 

사료를 더 넣어주니 종일 나가서 허탕만 쳤는지 다같이 동그랗게 모여 정신없이 먹는다. 그런데 이 갈매기 녀석. 괜히 좁은데 가서 다른 애들 얼굴을 쫀다. 그리고는 밥그릇에 들어간다. '어허, 갈매기 나와.'했더니 신기하게 바로 내려왔다. 그런데 한 바퀴 돌더니 또 들어가서는 말 안듣고 계속 들어가 있다. 이녀석... 잘 보니 그릇을 한 발로 잡고 있는 아이도 있고 흰검이는 쑥주 먹는 꼴을 못 보고 물도 자주 먹는다. 너무 귀엽다. 너희들 있어서 힐링한다. 

 

대충 마무리 하고 나왔다. 옆반샘 얼굴도 안 보고 복도에서 인사하고 집에 왔다.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누웠다. 페북 좀 보다가 자버렸다. 왜케 피곤하지.   지금은 잘 자서 개운하다. ^^ 다시 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