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감사나누기는 디자인하러 일찍 온 1학년들도 같이 했다. 할머니들은 아직 작은 일에 감사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신가보다. 주말은 길고 누워 있기만 하는데 학교에 오는 게 감사하다, 선생님들이 공부 알려주시는 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시면서 밭일 한 건 얘기하고 싶지도 않으시단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시는 것 같다. 우리 나라 사람들 먹여 살리시면서. 어떤게 훌륭한 일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야겠다.
디자인 시간에는 물건으로 사람을 표현한 화가의 그림을 보고 우리가 만든 것 중에 자연을 본따지 않은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보고 우리도 우리 주변에 우리와 비슷한 것을 찾아서 그려보자고 하셨다. 아...
도움반 친구 옆에서 나도 열심히 그리고 있었는데 ... 할머니들... 그냥 원래 그리던 대로 사람을 그리셨다. 강사샘은 참 칭찬을 잘 해주신다. 좋은 샘을 만났다. 할머니들은 그 수업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아직 할머니들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 했다. 어른이니까 잘 하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 할머니는 머리에서 팔다리가 다 나오는 사람을 그리셨다. 뜨아... 이럴 수도 있구나. 우리 할머니들 그림 지도도 해야겠다. 그림은 손 안대는 게 내 신조였는데... 그냥 손대지 말고 언제 달라지는지 봐야 하나...
수학 시간. 할머니들 2학년 거 잘 하고 다시 3학년 할까요? 하니 제 학년 거 하고 싶으시단다. 그래요. 세자리수 덧셈 뺄셈 뭐 계속 해보죠. 아뿔싸... 서로 나만 보라고 하신다. 나만 봐~~~
여기다 써유?
이거랑 이거랑 더해유?
맞았어유?
아니 난 틀린 줄 알았지...
더 친절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기대가 높았다. 확 낮추고 다시 가야 한다. 돈 모형을 좀 만들어야겠다. 색종이로 크게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두 자리 수 덧셈부터 다시 가자!!!! 책 따위!! 버리자!! 각자 진도에 맞게 가즈아!!!!
수업 다 마치고 닭이 알 잘 품고 있나 가봤는데... 엥.. 다 나갔다. 우리가 자주 열어봐서 기분이 나빴나보다. 알6개, 평소보다 많은 속깃털, 엥? 그리고 작년엔가 보았던 수탉알!!!!!!!! 오늘 아침 수탉이 놀다가 집에 들어가 요상한 소리를 또 냈는데... 알 낳는 소리였나? 돌봄교실에서 클레이 쪼물딱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수탉이 알 낳았어. 엄청 귀여워. 보러 갈 사람~~~~"
다행히 다 나왔다. 도움반 친구 빼고.
난리가 났다. 메추리알 아니냐, 전에 깨봤을 때 흰자 밖에 없었다, 품게 해보자, 등등...
6학년 도움반 친구가 자꾸 들고 장난처럼 벽에 치더니 금이 갔다. 새로 온 샘들한테 얼른 자랑하고 우리 같이 깨 보자고 했더니 나무데크 위에서 퍽. 탱글탱글한 흰자 안에 희면서 노란 작은 실 뭉친 거 같은 게 있었다.
1학년 여자 아이가 나뭇가지고 헤집었는데 태아같이 생겼다. 뜨아... 병아리 되려고 했나?? 그런데 노른자가 없는데... 양분 없어도 되나? 별별 의견이 난무할 때 1학년 샘이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을 찾았다.
수탉이 낳은 알. 영상이 많았다. 신기하다. 암탉처럼 알에 집착하는 수탉이 한 달에 한 번씩 작은 알을 낳는다는 영상...
그래.. 수탉도 성별의 스펙트럼이 다양한가보구나.
오늘 참 신기한 추운 봄날이었다. 덕분에 하늘도 맑았고. 땅도 푹 젖었고. 일찍 나온 개구리와 꽃망울들이 안 죽었길 바라며... 이런 봄날도 인정하며 고맙게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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