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는 야영 시간이다. 사계절의 별을 공부해보기로 한 첫 시간.
1시에 학교버스 타러 갈 때 6학년 아이가 왜 전체 다 가냐고 했다. 귀찮다는 표정. 한 팀이 6명인데 선배들이 어린 후배들까지 챙기랴, 물건 사랴, 얼마나 정신이 없으랴... 걱정이 될 법도 했다.
"이것도 다 공부야. 선배들이 물건을 사는 걸 보며 현명한 소비를 배울 수도 있고, 요즘 나오는 과일이나 채소들을 알 수도 있지. 같이 하는 재미도 있고. 그래야 얘들도 선배 되면 장도 보고 동생들도 잘 챙기지. "
알겠다는 끄덕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갖췄다. 효율보다는 공동체성을 기르며 과정을 중시하는 마음을 얼른 심어주고 싶다.
가는 버스 안. 왁자지껄. 이 아름다움 봄. 추워서 이제 벚꽃이 제대로다. 가끔 꽃비도 만나고. 가는 길에 있는 친구는 자기 집을 소개하기도 한다. 물가엔 가마우지와 백로, 원앙도 있다. 가마우지 가르친 보람이 있다. 어찌나 반기는지.^^ 아는 만큼 보인다~~~~
마트 도착!! 직원 분들의 약간 긴장한 눈빛들이 보였다. 엄마들이 이런 마음이려나... 우리 애들이 얼마나 괜찮은데...
아.. 이런.. 다음엔 인사부터 잘 시키고 장 보러 왔다고 얘기하고 화기애애하게 시작해야겠다. 아.. 인사는 기본인데....
역시나 그분들의 염려대로 아이들은 딸기를 만졌다. 그래서 과일코너에서 주의를 들었다. 만지면 사야 한단다. 마트 가기 전 교육을 시켰어야 했다. 다모임 때 같이 얘기해야겠다. 김밥, 부추전, 김치전 팀, 짜장떡볶이, 계란볶음밥 팀의 장보기가 끝나고 남은 예산으로 아이들에게 같이 과일을 고르자고 했다. 설탕토마토, 천혜향, 고구마, 딸기를 샀다. 아이들에게 남은 돈을 알리고 정하라고 하니 순간순간 암산한다. 오~~ 나보다 빠르다. ^^
학교에 가기 아쉽다며... 아이들과 하천변 산책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운전주무관님께 좀 죄송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시간 넘게 걸릴 거라고 말해둘 걸. 자꾸 늦어진다. 쉬시지도 못하고 하교 시키셔야겠다.
고로쇠 나무의 형광빛꽃을 보며 걷다가 천변의 운동기구를 좀 하다가 그 앞에 산에 올랐다. 난 안 가고 천변의 데크를 좀 걷다가 운동기구를 탔다. 음.. 밤까지 있으려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하하하하~~~
역시나... 40분 후 아이들이 얼굴이 벌개져서 가속도가 붙어 뛰어 내려온다. 나더러 왜 안왔냐며 배신자란다.
'샘은 나이가 많잖아... 이해 좀 해줘.' 자기들도 힘들었던 지옥산이란다. 다시는 안 간단다. ㅎㅎㅎ
3시. 오자마자 돌봄 간식을 먹고 감자심기 시간!! 대부분 농사짓는 가정의 아이들이라서 호미질이 예사롭지 않다. 20분이나 걸렸나? 100여개 심고 세월호 리본 꽃밭 만들기를 했다. 한 강사분께서 집에 있는 낮달맞이가 많이 번져서 한 상자 캐주셨다. 재작년엔가 평지에 심었더니 예초 업체에서 나와서 다 베어버렸다. 돌멩이로 테두리도 다 해놨는데 ... 업체 안 쓰기로 했으니 이번엔 볼 수 있겠지? 아이들이 열심히 심는다. 물론 그냥 얹어 놓는 아이도 있었다. 이러면 죽지. 뿌리는 흙으로 들어가야 살 수 있어. 라고 말했다. 1학년이니까 봐준 거다. 말이 곱게 나간다. 귀여운 건 정말 큰 특권이다.
4시 축구 시간! 지옥산 다녀온 아이들 같지 않게 날아다닌다. 컴퓨터로 할 일이 많았지만... 분노조절 안되는 아이가 하나 있어서 맘이 안 놓인다. 나가보니 1학년 여자 아이가 힘들어서 축구 안 한단다.
- 그래. 괜찮아. 쉬어. 나도 힘들어서 냉이랑 쑥이랑 캐면서 운동장에 있으려고.
- 나도 해도 돼요?
- 그럼~
그냥 와서 뭘 어쩌려나 했는데... 나뭇가지 실한 걸 하나 찾아서 냉이 뿌리를 한 번에 공략한다. 헐... 냉이캐기 고수님이셨다. 나랑 서먹서먹한 친구였는데... 내가 맨날 잔소리 하던 친구였는데... 나랑 아주 친한 것처럼 나물친구를 했다. 쑥이 양지에 가면 더 크다며 날 이끌기도 하고, 동생들 얘기도 하고... 뭐지... 용서받는 느낌? 품이 아주 넓은 친구구나 싶었다. 단둘이 봄볕을 받으며 풀밭 위에서 도란도란... 정말 낭만적이다. 내 나물친구. ^^
5시 밥 준비하는 시간. 팀이 나뉘어서 준비한다. 너무 간단한 음식 팀은 서로 할 일을 달라고 난리. 우리팀은 김밥이라 소소하게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김밥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밥을 양념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참기름을 안 샀다. 처음이라 시뮬레이션을 안 해봤다. 허둥지둥... 샘들이 다 지시를 내려줄 줄 알았나보다. 아~~니~~ 다음엔 너희가 일도 잘 나눠줘. 할머니는 자꾸 애들이 못 하게 하셔서 난 그것만 못 하게 하고, 칼질 알려주고, 나중엔 김밥을 썰었다. 아이들 시킬걸. 너무 오래 걸려서 맘이 급했다. 아이들에게 더 맡겨야겠다. 1학년도 지단과 햄을 아주 잘 자른다. 정리도 하면서 하고 아이들 진짜 많이 컸다.
할머니는 늦게까지 김밥 싸시다가 꼬다리만 드시려고 하시다가 나한테 마이너스 10점 얘기를 듣고 멈칫하셨다. 버리다니요. 우리 사랑하는 닭들 주려고 하죠.. 라고 잘 말할 걸. 다른 샘들이 '예쁜 총각샘들은 항상 예쁜 거 먹으니까 할머니 걱정 마시고 같이 드세요.' 그러셨다. 아... 이렇게 좋게 말할 수도 있구나... 난 진짜 멀었다. 협박이나 하고. ,,
참치김밥을 다 먹고, 부추전, 김치전도 먹고 다른팀의 짜장떡볶이도 먹고.. 배가 잔뜰 불렀는데 한 어머니께서 두릅을 가져다 주셨다. 와... 이 귀한 걸... 별강사분들도 오시게 했다. 나도 한 개 먹었다.
7시 실내에서 수업이 시작됐다. 와... 전 학년의 눈길을 한꺼번에 사로잡으셨다. 영상을 쓰기도 했지만 영상 구성이나 강사분의 친절하고 재밌고, 무슨 질문이든 다 받아주는 능력이 좋으셨다. 1학년의 엉뚱발랄한 질문력이 빛을 발했다.
8시 밖에 나갔다. 엄청 춥다. 비온 다음 날이라 땅이 다 식었나보다. 시리우스, 북두칠성, 인공위성, 성단을 알려주셨다.
그런데... 아이들 17명만 체험비 내기로 했는데... 학부모님들이 거의 다 오셨다. 형제들까지 데리고. 거의 40명이 넘었던 거 같다. 너무 죄송하다. 말씀드리니 괜찮으시다고 사람 적은 것보다 낫다고 하시는데 추운데 2배나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다시 맞춰주며 설명하기가 쉬운가. .. 다음엔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너무 추워서 불을 먼저 피우고 고구마를 넣었다. 아버님들이 오시니 불 피우는 게 금방이다. 우리끼리 했으면 잘 못했을 건데.. 너무 감사했다. 중간중간 불도 쪼이고 별도 보고 좋았다. 아이들이 별보는 걸 이리 좋아할 줄 몰랐다.
사온 과일을 준비하고 유치원돌봄샘이 주신 치킨 6마리도 차리고 끝나길 기다렸다.
강사분들께 드시고 정리하시라고 하니 좋아하신다.
아이들 야영이 학교 잔치가 됐다. 뭐지 이 궁합. 부모님들도 다 선하고 재밌으시고 센스도 있으셔서 마무리도 다같이 척척해서 금방 끝났다.
9:30 다 끝나니 급 피곤해졌다. 교사들끼리 돌아보기 하고 훈훈하게 마무리하면 좋았으련만...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휙 나왔다. 차를 타는데 허리가 안 굽혀진다. 생각해보니 5-6시간을 앉아본 적이 없다. 아고.. 정말 산까지 갔음 뻗었을지 모른다.
6월 별공부야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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