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4.6(목) 온작품 '나도 예민해질 거야.','나도 편식할 거야.', 학부모공개수업 - 칠교.

홍풀 2023. 4. 6. 22:29

  유은실 작가를 전 학교에서 만난 적 있다. 그래서 읽게 된 아주 얇은 동화책. 두 권 다 '정이'가 주인공이다. 아빠 닮아서 아주 건강하고 안 예민하고, 안 편식하는 귀여운 1학년.  문장이 아이처럼 짧고 단순한데 아이의 마음이 잘 나타난다. 3학년 아이들과 읽었는데 아이들이 중간중간 자기 경험담과 추임새를 넣느라 아주 바쁘다. 그림이 재밌다며 따라그리고 싶다고 한다. 연극도 하고 싶다고 해서 정이와 오빠, 엄마 역할도 했다. 우리 3학년은 정말 정말... 순수하다. 말잘듣는 학교인간이 덜 아주 덜 됐다. ^^

 

  작가의 말이 최고다. '편식할 거야.' 뒤에 있다.  작가는 어릴 적 코를 아무리 파서 코피를 내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먹고 싶은 장조림을 잘 못 먹었나보다. 이 책을 내고 작가님의 어머니가 읽으신 후 장조림을 잔뜩해서 주셨단다.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렇지 글에 자기의 마음이 담길 거고 어머님은 그 마음을 읽어 내셨고. 그 공감에 눈물이 날 뻔 했다. 책 중간중간 정이의 엄마도 정신차리고 정이에게 예민한 오빠에게 해주던 일을 한다. 그 순간순간의 감동이 있다. 이리 짧은 7,8세용 동화라고 쓴 글인데...

 모든 책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어른들. ... 어른들은 그림책도 다 읽어야 한다. 단순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훅 들어온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공개수업에 미리 오신 학부모님들께  책 한 장면 따라 그린 것을 보여주며 어느 장면인지 자신있게 설명한다. 너무 귀엽다.  코로나 덕분에 오랜만에 공개수업이었는데 아이들과 어머님들이 긴장을 싹 없애주신다. 교사는 수업 얼마나 잘하나, 내 아이한테 친절한가, 우리 애는 얼마나 공부를 잘 하고 돋보이는지 보시는 분들이 안계신다. 운이 너무 좋다. 이 학교에서 마무리 하고 싶을 정도다. 

 

 특수아이가 오늘 엄마가 와서 어깃장이 심하다. 청개구리가 됐다. 수업 시작했는데 그네 타다가 '학교 싫어.', '공부 안 해.', ' 밥 안 먹어.'..., 하면서 운동장을 슬금슬금 지나온다. 그래서 수업은 5분 늦게 시작했고, 다행히 두 아이가 부모님들과 신나게 이야기 중이었다. 휴~

 

 오늘 수업은 2단원 평면도형의 연장선으로 칠교를 준비했다. 특수반 친구가 요즘 4개 칠교를 잘 한다고 들었고 원래 퍼즐을 엄청 잘 해서 같이 수업하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런데...  칠교조각을 스스로 쓱쓱 집중해서 오리더니 풀을 들고 덕지덕지 붙인다. 그러더니 '손 들어. 안 그러면 쏜다!' 한다. 총이란다. 하하... 그래. 네가 이렇게 기대 이상으로 잘 오리다니...  다시 색종이를 주고 이번에 칠판에 붙여있는 축구선수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다시 덕지덕지 풀칠을 열심히 해서 그걸 연결한다. 지금 생각하니... 대단하다. 가상의 테두리를 만들고 칠교 조각으로 그걸 메운 거다.  다음 작품은 물고기였다. 정말 물고기 같다.  잘 했다며 진짜 물고기 같다며 원하는대로 칠판에 붙여 줬다. 그리고 그 다음도 꽃게를 만들었다. 와... 그 땐 목적에 치중해서 그게 대단한 건지 몰랐다. 미안하네.. 

 

 어머님들은 그냥 참관자가 아니었다. 적극적인 참관자였다. 칠판에 붙여진 아이들의 과제를 해보고 싶으시다며 색종이를 오려서 해보셨다. 칠교가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건데 너희들이 끈질기게 서로 도와가며 도전해서 만들어냈다는 걸 알게 해주셨다.  중간 중간 도와주시기도 하고  어렵다고 하시며 아이들을  따라해주시기도 했다. 아이들도 어머님들도 편하게 수업하시면서 이야기도 주고 받으시고 아이들도 칠판, 엄마 책상, 자기 책상을 왔다갔다하며 재밌게 수업했다. 

 

 그치... 어려운 건 함께 해결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자기가 도전해보고 싶은 칠교 과제를 골라서 도화지에 붙인 후 주변에 그림도 그리고 공부소감도 적었다. 아이들이 진짜 열심히 했다. 국수 그릇을 빙수 그릇으로 바꾸어 알록달록 과일도 많이 얹고, 한 아이는 캥거루를 완성하고 작은 친구 캥거루들을 많이 그리고 이름도 썼다. 아주 열심히 그렸다. 어머니도 할미꽃을 과제 종이와 똑같이 그리셨다.  나중에 아이들 칭찬을 해주시면서 '나는 선생님 말을 따라 종이에 있는 할미꽃 배경을 그대로 옮겨 그렸는데 아이들은 자기 생각과 마음을 넣어 바꾸어 그리는 게 인상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게 멋지다.'고 해서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그... 씨익 웃는... 세상 좋은 표정인데 겸손하려는. ^^

 

  이런 학부모 공개수업을 내가 또 할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내가 긴장을 안 하면 더 수업이 잘 된다는 걸 알았다. 준비를 많이 하는  수업이 더 안된다는 몇몇 강의를 들었었는데 요즘 실감한다. 그냥 나와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믿으면 된다. 여기서만 통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학교 가서도 해봐야겠지만... 우선을 그렇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