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4.7(금) 첫째 할머니 보호자 상담, 나무집, 씨앗 뿌리기

홍풀 2023. 4. 9. 15:04

 첫 시간은 다모임이어서 부장님과 첫째 할머니 보호자 상담을 잡았다. 치매가 심해지셔서 안전에 위험이 있고 전문적으로 지연시키는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할아버지를 오시라고 했다. 9시 약속인데... 8:40에 오셔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 첫째 할머니만 숙제 검사 안 맡는 걸 보시더니 뭐라 하신다. 할머니는 변명을 하시고... 아..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어떻게 학교 생활하시는지 모르시니 제대로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상담시간. 학교에 나오셔서 어떠신지 설명드리니 할아버지도 학교 생활도 힘들 거 같다고 생각은 하셨단다. 그러시더니 너무 고생만 시켰다며 할아버지 군대시절부터 회사 다니다가 사업하시다가 땅 사신 이야기까지~~~ 쭉~~ 하셨다. 어르신 말씀이라 중간에 끊기가 힘들었다. 재밌기도 했다. 세세하게 기억하셔서 무슨 드라마 보는 것 같았으나 다모임은 40분이니.. 그 안에 끝내고자... 끊었다. 아드님이 전에 다녀가셨다던데 어떤 단계를 밟고 있냐고 하니 매달 삼성병원에서 약을 받아온다고 하고 곧 치매센터에서 등급 진단하러 올거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아들 사업 이야기를 주욱~~~ 하신다. 한 번에 얼마나 버는지까지. 

 할머니가 댁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냐고 여쭈니 자꾸 밥을 해서 밥통에 자물쇠까지 달았다고 하셨다. 열쇠를 어떻게 찾는지 찾아서 밥을 하신다고...  반찬도 잘 못하고.. 살림을 다 할아버지가 하신다고 하셨다. 

 "와~ 할머니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이렇게 좋은 할아버지랑 사셔서요. 감사합니다."

 "짠하지... 내가 가끔 화는 내도 짠해. 그리고 누워 있는 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고."

 "할아버지, 정말 멋지세요.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할머니 챙겨주시고... " 

 할아버지가 얘기를 너무 길게 하실 때는 좀 안 멋지셨는데... 그렇게 마음을 열고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등급 진단 받고 결과 알려주시기로 하시고 가시는데 할머니가 쉬는 시간이라 나오셨다. 할머니 좋으시겠다고 하니 '뭐이 좋을 게 있냐'고 하시다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엄청 사랑하시네요.' 하니 씩 웃으며 툭 치신다. '고마워요~ .'하신다. 갑자기 코가 시큰해지네... 무슨 마음이지.... 

 

 2교시는 나무집 만들기 시간. 

칠판에 각자 그림을 그리며 아이디어를 낸다. 탁자도 만들고 장식품도 걸잖다. 볏짚을 걸잖다.  내 아이디어는 오이도 따먹고 참외도 따먹는 집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랬더니 수박도 먹잖다. ㅎㅎ 수박은 너무 무거워서 줄기가 견딜 지 모르겠네...

 

그러려면 씨앗을 심어야겠네.

싹이 올라갈 길도 만들어줘야겠는데?

아~ 샘 노랑 철사 있어!!

그럼 오늘 철사 감고, 씨앗 심어요!

좋아~!! 

 

 거미가 된 기분이었다. 빈틈을 찾아 줄을 연결했다. 황금색 철사를 감았다. 약간 칙칙한 게 사라졌다. 

호랑이콩, 개이빨콩, 붉은꽃완두콩도 심었다. 심고 주위에 돌멩이로 원을 만들어 표시했다. 

씨앗을 심는 건 왠지 좋다. 

 

 3교시  탁구 시간. 나는 애들이 개인지도 받고 나올 때마다 같이 씨뿌리자고 했다. 여자 아이 두 명과 남자 아이 한 명이 좋단다. 수크령도 나무집 뒷배경으로 깔고, 자운영도 여기저기 뿌렸다. 나무를 심는 사람 아니고 씨를 뿌리는 사람들. ^^ 

 

 4교시 체육. 줄넘기 20개 이상 통과하고~ 원피구를 했다. 경기를 많이 하는 게 참 중요하다 싶었다. 자기가 공으로 맞추고 싶은데 잘 안되고, 샘은 나보다 잘 하고,  샘 맞추려고 원을 빙글빙글 돌아서 샘을 어지럽게 만들고, 친구는 쉬는 나를 갑자기 심폐소생술 한다고 하고... 화나고... 사과받고...  많은 걸 짧은 시간안에 경험할 수 있다. 

 미꾸라지... 아이들을 알까? 아이들이 하도 잘 피해서 미꾸라지라는 말을 선사했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다음엔 추어탕에 대해 얘기해봐야겠다. ^^ 먹어보기도 해야겠구나. ^^ 뭔가 으스스한 날... 딱 먹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