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전화하고 싶은 친구

홍풀 2024. 9. 9. 22:56

 오랜만에 한 친구랑 통화를 했다. 이 친구와는 정말 참다가 참다가 전화를 한다. 가족도 있고 동생도 많고 모임도 많아서 나까지 시간을 뺏으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가하고 별일없이 지내는 내가 가끔 너무 힘들어서 속을 터놓고 싶거나, 너무 좋은 걸 배우면 감동을 전할 사람이 없어서 이 친구에게 전화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왜 이 친구에게 전화할까? 잘 들어줘서 그런가보다. 잘 들어주기만 해서도 안된다. 중간중간 추임새도 해야 하고 온전히 들으며 적절한 질문도 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의견과 느낌도 표현하며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 나아지게 해주는 사람이다. 가끔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해결의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 그래. 이 친구는 완벽하다. 

 

 이 친구는 참 잘 들어준다. 나를 참 좋게 봐주기 때문에 늘 내 편이 되어 준다. 그리고 내 어떤 이야기에서도 자기가 배울 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자기 기분 표현도 잘 한다.  오늘은 특히나 더 그랬다. 내가 요즘 겪은 일도 이야기하고 그 일을 감이당 에세이 주제로 잡아서 쓴 글 이야기도 했는데 긴 시간 들으면서 욕도 했다가 감탄도 했다가 질문도 했다.  어느 부분에서 인생이 드라마 같다고 말했다. 요지경인데 사실 그 안에 자기도 살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요즘 보고 있기 힘든 일도 있는데다가 나이도 들고 에너지가 적어져서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 이야기 속에서 자기가 뉘우쳐진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늘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친구였다.  그래봤자 조금 덜 친절했을텐데 말이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부부의 대화를 늘 녹음해서 나중에 한 부분을 발췌해서 그 부분과 어울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는데 그 젊은 부부의 대화가 매우 사랑스럽고 재미지다. 부럽다. 평생 안 싸우고 잘 소통하며 재밌게 살 거 같다. 

 

 그 친구와 나도 그렇다. 대화가 잘 된다. 서로 잘 듣고 서로 잘 말한다. 배려도 있고, 존중도 있다. 인생에 친구가 많으면 좋겠지만... 하나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예의를 지키며 자기를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친구.

 

 아, 또 있다. 우리는 정치적 견해도 비슷하고, 매우 양심적인 편이고,   하는 일이 같고, 성공의 척도도 비슷하다.  음... 그렇네. 이런 게 같아야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거구나. 그래야 전화하고 싶은 거구나. 

 

 오늘 통화 마무리에 글쓰기 얘기가 나왔다.

 "질문 없이 생각없이 살고 있었는데 숙제로 글을 쓰고 보니 참 생각이 많아지더라. 좀 생각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졌어." 라고 말했다. 그 친구가 전율이 왔다고 했고, 각자의 방식대로 실천해보자고 했다. 서로를 더 나아지게 하는 친구.  그래, 그래서 내가 전화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썼다. 여러번 고쳐써야 하지만... 졸려서 못하겠다. 하지만 전보다 자주 쓰고 지난 글을 돌아보고 고쳐가며 살아봐야겠다.  

 

 전화하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