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을 안 준비해서 아침에 일찍 갔는데 화장실이 막혀서 여사님이 동동거리시고, 키보드가 안 먹는다. 왜 기계가 나를 안 도와주는 거냐... 여기 와서 정말...
아이들이 왔고 9시까지 자기 할 일 하라고 하자, 책보고, 사전 들여다보고, 알아서들 조용히 해준다. 오~ 덕분에 다는 못했지만 다음 주에 할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고맙다.
9시가 되고, 아침 운동을 하자고 했다. 콩주머니 던지며 몸과 노는 놀이다. 발도르프 연수에서 배운 것을 작년 아이들과 응용해서 20가지 동작을 만들었다. 이 아이들과 더 만들게 될 거 같다. '하나하면 손뼉, 둘 하면 손뼉 둘, 셋하면 손뼉 셋, 넷 하면 머리, 다섯하면 어깨, 여섯하면~~~ ' 오늘은 연습해보고 다섯까지 하는 거 알려줬다. 아이들이 신나한다. 잘 되어서 좋아하고, 안되면 못하겠다고 한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어. 연습해보자. 샘도 이거 2년 연습한 거야.
9:05 감사나누기를 했다. 말하기 전엔 항상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전에 학교 선생님이 자기를 제일 소중하게 대해주셨다, 내 몸이 건강해서 고맙다, 우리집 강아지가 고맙다, 아빠가 개에게 물린 나를 살려줘서 고맙다, 나는 경찰아저씨들이 어떤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는 걸 봐서 고맙다고 했다. 감사나누기를 하면 마음이 풀리고 환해진다. 지금 이렇게 옮겨적기만해도 마음이 녹는 느낌이 든다.
9:10 1블럭 시작. 1교시가 체육이다. 블럭을 할 수가 없다. 엥.. 1교시 체육인데도 학교 잘 안 온다던 6학년 그 아이가 안왔네... 5,6학년에 가서 체육 하실 거냐고 묻자 땅이 질어서 ... 포장된 마을길 산책 갈거라 하신다. ㅎㅎ 안 한다는 줄. 그래서 바로 아이들 데리고 나왔다.
신발을 갈아신는데 허벅지가 아프다. 어제 아이들하고 쉬는 시간에 달리기해서 그렇다. 애들은 안 아프다는데...
내가 허벅지가 아프다고 했더니 00이가 갑자기 말도 없이 두 손으로 허벅지를 주물주물한다. 앗.... 깜딱이야.
"고마워, 00아. 근데 샘 깜짝 놀랐어. 남의 몸에 손 댈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야. 놀라거나 간지럽거나 기분이 나쁠 수 있거든. "
00이 "샘이 아프셔서 그런 거예요."
나 "그래, 고맙다고. 그런데 샘은 갑자기 그래서 놀랐어. 간지러워서. 다음엔 물어보고 해줘~"
00이 "네~"
생각이 바로 행동으로 나가는 친구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키는대로 하는 것이다.
"가자~"
후문까지 갔는데 내가 카메라를 안 들고 나와서 아이들이 6샘 따라 갈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기다리고 있다. 어허... 이런 의리있는 녀석들이라니. ㅎㅎ
동네 할머님들이 앉아계셔서 다같이 인사드렸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우리 보고 전학년이냐고 하셔서 3,4,5,6, 12명이예요. 하니 학교 커졌다고 좋아하신다. ^^ 마을엔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물론 어르신들도 계셔야 한다. 인사를 마치고 6학년 따라잡자고 하며 달리기 하게 했다. 천천히 달리는데 도움반 ##이가 내 손을 잡는다. 작년 1년 동안 아이들을 만지지도 못했는데 여기 오니 좀 느슨하다. 코로나라 안된다고 하면 기분이 나빠할 거 같아 그냥 잡아줬더니 이제 잘 잡는다. 처음 손 잡을 때 참 좋았다. 나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둘째날이었나보다. 손잡고 뛰었다. 약해보이는데 나만큼 뛴다. 내 체력만 기르면 되겠다.
6샘이 마을회관 앞 마당에 분필로 원을 그리고 다 들어오란다. 5발 밖으로 나가란다. 그리고 원을 보고 마스크로 눈을 가린 후, 다섯발을 걸어 들어오란다. 앗.. 원에 다 못 들어갔다. ㅎㅎ ##이가 내 손을 잡는다. 같이 해서 더 잘 하고 싶은가? 10발 도전. 들어 갔다. 욕심 안내고 편안했던 걸음으로 하니 된다. 15발 34학년이 했는데 다 들어갔다. 00이는 반칙한다고 지적받는다. 잘 하고 싶으니 양심을 버리는 거다. 에공... 6학년도 했는데 1명 성공. 재밌었다. 이 단순한 놀이가. 6샘은 재밌고, 아이들을 좋아한다. 일도 잘 한다. 약간 생각이 다르지만 괜찮은 사람이다.
다같이 다시 원에 모였고, 특별히 이 원 안에 이름을 적을 수 있는 한 사람을 뽑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한다. 많은 것이 지는 거다. 앗. 한번에 다 보자기, 한 명만 주먹. 이럴 수가!!!! 이렇게 마음이 잘 맞다니! 아이들도 놀란다. **이가 좋아라 하며 자기 이름을 크게 썼다. 그랬더니 6샘이 똥꾸 라고 붙이신다. 하하하. 뭔가 좋은 줄 알았는데 안 좋은 거가 된다.
큰 차가 비료를 잔뜩 싣고 왔다. 그래서 마을 산책 간다. 전학온 00이도 내 손을 잡고 간다. 도움반 ##이가 잡으니 자기도 잡고 싶은가보다. ^^ 귀엽다.
00이는 달리기 하면 마음이 뻥 뚫린다는 걸 어제 알았다. 그래서 오늘도 틈만 나면 달렸다. 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도 두갈래길에서 멈춰있다. 그러면서 두 반이 따로 가잔다. 그러면 만날 거라나... 자기 머리에 있는 게 진리가 아닌데. 6학년들이 안된다고 하자 그래도 멈춘다. 나쁜 생각은 아니다. 자꾸 나쁜 리더처럼 자기 의견을 밀어붙이려고 해서 반발이 나는 것이다. 6샘이 전화하다가 왔고, 정자까지 가는데 똥꾸**이를 이기는 사람만 사탕을 준다고 한다. 난리가 났다. ㅎㅎㅎ
근데 이거 아주 간단하다. 모두가 행복하려면 세찬이가 맨 뒤로 뛰어가주면 된다. 세찬이에게 우릴 위해 천천히 뛰어줘라고 했는데 들을 생각이 없다. 이거 한 번 이야기 해야겠다. 뛰는데 ##이가 내 손을 잡는다. 힘들어서 같이 천천히 뛰자는 건가? 그래도 천천히 계속 뛰었다.
도착하자 어르신들이 나오신다. 와글와글하니 나와보셨나보다. 인사드리고 몇 년동안 사셨나 여쭈니 20년 되셨다고 하신다. 마을 역사 공부하긴 좀 짧군. ㅎ 여기서 태어나신 분 계세요? 하니 한 집 알려주신다. 오호... 가보니 마침 아주머님이 나와계시고 마을 역사 공부 좀 하려고 한다고 하니 근처 87세 할머님을 알려주신다. 우리가 온다고 연락주면 할머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하신다. 와... 이 친절함... 알고보니 교회 다니셔서 아이들을 다 아시는 거다. 마스크도 안 하시고 아이들을 막 안으신다. 앙... 뭐라고 못 하겠다. 뭐, 밖이니 괜찮은 건가... 아이들 키가 작으니 좀 다행이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4학년이 또 떨어졌네. 이 녀석들, 그냥 6샘 따라가지, 이야기 나누는 동안 또 기다렸다. ㅎ 뭐지 ... 어색하다.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다. ㅎㅎ
다시 6학년을 따라잡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 놀리는 말을 더 써 놓고 있었다. 살짝 씩씩대지만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이다. 작은 기분 나쁨은 그냥 넘길 수 있는 거...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줄 거 같다.
"오늘 경칩인데 개구리 나왔나?"
6샘 "샘, 여기 양동입니다."
도움반 ##이 "양동이는 물통이죠? 물통? "
나 "샘 ##이가 양동이는 물통이래요."
6샘 "하하, 그래, 여기가 물통에 담겨서 이렇게 추운가보다.
6학년 아이 "저 개구리 봤는데요?"
나 "저도 어제 퇴근하다가 밟을 뻔 했어요."
벌써 깬 아이가 있나보다. 갑자기 추워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4학년 @@이가 전에 본 개구리알 보러 가잔다. "좋아~ 쉬는 시간에 후딱 다녀오자! 숙제 한 사람들만!"
학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체육 소감을 쓰게 할 생각을 못하고 계획된 활동을 한다. 이래서 뭔가 계획해 놓는 게 때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하는 거 같다. 우리반 약속, 우리반 이름 정하기를 했다.
우리반 약속 8개 나왔다. 1주일동안 살아보니 우리반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밀치지 않기, 숙제 잘 해오기, 맨발교실 잘 지키기,,, 등등 얘기가 나올 때마다 00이가 변명을 한다. 다행히 찔리긴 한 모양이다.
"괜찮아. 우리도 다 그랬어. 앞으로 다같이 안 그러자고 약속하는 거야."
배움공책을 나눠주고 이름을 쓰고, 첫 장에 우리반 약속을 적었다. 띄어쓰기, 맞춤법 잘 보고 써 오라고 했다. 틀린 거 있으면 다시 잘 보고 오라고 했다. 다들 한 번에 잘 써오진 못한다.
"00이 3군데 다시 보고 써야겠다."
00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요. 전 찾을 수가 없다고요."
"아니, 넌 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잘 봐봐."
00이 이미 성질난 눈이다. "못 찾겠다고요. 찾아주세요."
"아니, 넌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샘 도움이 필요 없어."
포기하고 칠판 앞에 선다. 한참을 있다가 밝은 표정으로 온다.
"옳지~잘 했네. 샘은 잘 할 줄 알았어."
"제가 때를 실수 했더라고요."
꼭 한 마디씩 더 하게 만든다. "그래, 다들 실수하며 배우는 거야."
앞으로 때는 안 틀리겠지....라는 생각이 드나... 또 틀릴 거 같다. ㅎ
우리반 이름짓기.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씩 돌아가며 말한다. 그러면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몇 명인지 확인한다. 그래서 6이 되는 칸과 5가 되는 칸의 단어를 2-3개 조합해서 만들기로 했다.
00이. 코딩, 소프트웨어. 말했다가 자기만 좋아했다. 내가 내는 건 다 1이라고 투덜거린다.
"그럴 수도 있지. 그게 싫다면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걸 생각해내보자. "
태극기, 용, 과일, 사과, 산책, 등등... 한 30개 정도 말하고 5,6칸에 있는 걸로 조합해서 의견을 냈다. 18가지였던가? 산책용, 용산책, 용산, 태극용, 용태극, 경찰용, 경용, 등등 줄임말이 시대흐름인 거 같네. 태극용이 뽑혔다. 남자 아이들 답다.
함께 읽는 시. 서정홍님 동시다.
어머니 마음
서 정 홍
우리집 뒷산에 산불이 났습니다.
어머니는 세찬 겨울 바람이 어디로 불지 알 수 없다며
묶인 진돌이부터 풀어 주었습니다.
말 못 하는 짐승부터 풀어주어야 한다며
묶인 진돌이부터 풀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외운다.^^ 동물을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걸 00이도 안다. 다행이다. 전달됐다.
함께 부르는 노래 - 다 봄님이에요. - 김희동
개나리피고, 진달래피면, 봄이 왔어요.
짹짹 참새들, 뺏쫑 종다리, 다 봄님이에요.
바람은 부드럽고요, 햇님 따스해.
온누리에도 내 마음에도 다 봄님이에요.
내가 실로폰 치면 아이들이 따라 쳤다. 오.. 음감이 좀 있는 아이들이다. 올해는 리코더와 실로폰, 우쿨렐레 해야지~~ ^^
그리고... 일은 미뤄두고 @@이와 나무꾼이 되었다. 죽은 나무를 베고, 덩굴을 정리하였다. 나무집이 잘 될 거 같다.
외부 강사 수업이 너무 많아 내가 뭘 할 시간이 없는데... 무슨 교사별 교육과정까지 짜란 말이냐!!!
'학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309 화요일. 각자 책 읽어주기, 1년 살이 계획 실천, 리코더 (0) | 2021.03.10 |
---|---|
20210308 체육, 영어, 글소식지, 다모임, 수학 (0) | 2021.03.08 |
20210304 1년 살이 계획2, 형태그리기 (0) | 2021.03.05 |
20210303 다모임, 1년 살이 계획, 날이랑 쓰는 법, 체육 (0) | 2021.03.03 |
20210302 분교 새학년 시작! (0) | 202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