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첫 월요일이라 그랬나... 교육과정 내야 해서 마음이 불편한가보다.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런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ㅎㅎ 내가 꼭 00이 같다. 날 이해시켜라~~~!!
일하러 일찍 왔는데 아이들이 일찍 온다. 내 시간이 없다. 일할 수가 없네... 그냥 할 일 하라고 해야 하는데... 집중이 안된다. 일 못 하는 사람들 특징. 핑계가 많다.
00이는 또 숙제를 안 해왔고, ##이는 일찍 와서 왔다갔다 한다. 중얼중얼... 에잇! 그냥 놀자!
"00아, 얼른 하고 나와~"
##이랑 나갔는데 운동장에 축구공이 많다. 공을 주고 받는데 생각보다 잘 한다. 내가 좀 많이 움직였다. ㅎ
딱따구리 소리가 나니까 딱따구리 어딨냐고 보러 가잔다. 그래서 보러 여기저기 다녔다. 이 나무에도 저 나무에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만 난다.
아이들이 많이 와서 수업시간인가 하고 들어갔다.
우리반 아이들이 다 와서 열심히 숙제 중이다. ㅎ
9시가 되어 콩주머니를 하는데... 그냥 자기 순서에 맞춰 하라는데 00이는 앞에 것이 안 된다며 뛰어넘어도 되냔다. 그래도 된다고 했다. 에공... 뭔가 처음부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크다. 말이 안되는 일인데 말이다. 노력해서 이루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9:05 감사나누기. 또 한참 걸린다. 역시 4학년 형아가 일찍 생각해서 말한다. 뭘 그렇게 잘 하려하는지... 맘에 떠오르는 거 편하게 말해도 되는데... 와그럴꼬~~~ 멍멍이, 해, 라면끓여준 형, 잘 챙겨준 나에게 고맙단다. 결국 다 들었다. 아직도 6학년 하던 게 남았나. 아이들 기다려주기가 힘드네. 점점 나아지겠지?
1블럭이 체육이다. 6학년 아이들이 뭐하고 싶냐며 피구가 하고 싶은 거냐며 강요스럽게 하고 갔다. 그래서 아이들도 기대하고 나갔는데... 갑자기 6샘이 오란다. 엥... 갑자기 스카이 콩콩을 하잔다. 고작 40분인데... 이랬다 저랬다... 불평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00이는 자기가 못한다며 또 한탄만 늘어놓고 전학온 %%이는 해볼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도움반 ##이는 나한테 가져와 잡아달라고 한다. 적극적이어서 다행이다.
왜 자기 맘대로 하냐고!!!! 아이들 의견 물어 놓고. 준비 하고 있는 아이들 왜 불러다가 딴 거 시키냐고!!!! 까라면 까야 되는 거냐고!!!!! 아이들 말 듣는 척 하다가 지맘대로 하고 ... 정말 한 마디 하고 싶다. 가슴이 답답하고 슬프다. 내가 이럴려고 여기 왔던가...
자기가 한 잘못은 모르고 안 하려는 우리반 00이에게 하는 말을 모두를 앉혀놓고 한다. 체면 구길까봐 차마 말을 못 했는데... 다시 그러지 못하게 할 거다.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 못 하게 할 거다.
2블럭 영어. 아이들을 보내고도 마음이 화가 났다. 분교장 맘대로 돌아가는 게 싫다. 사진활동에서 할머니들 빼는 것도 싫다. 똑같이 학생 하자며! 할머니들이 얼마나 잘 하실지 모르면서 왜 니맘대로 할머니 빼! 하는 마음이었는데.
알고보니 1샘의 뜻이었다. 엥... 1학년 아이들은 남한테 맡기고 자기는 할머니만 가르친다고? 아니다. 그건 다르게 비출 수도 있다. 똑딱이가 얼마나 쉬운데... 우리반 아이들이 1학년 모두와 친해지고, 서로 배울 기회를 자기 맘대로 빼앗나.. 할머님들 뜻도 안 묻고. 1샘한테 다 말했다.
휴~~~~ 이렇게 글 쓰니 좋다. 한번은 당하고 다음은 안 당할 거다. 그 자리에서 대꾸하지 못해도 다음엔 그럴 일 없게 할 거다.
쉬는 시간. 30분. 숙제 안해오는 두 명은 교실에 남기고 다른 친구들과 개구리 알 관찰하러 갔는데 전화왔다. 우리반 00이와 **이가 싸웠단다. 얘네만 두고 어디 가면 안 되겠단다. 내가 항상 붙어 있을 순 없지. 무슨 소리인가. 그래도 싸웠다니 얼른 뛰어 갔다. **이는 억울하다며 말하고, 00이는 벌써 울 준비다. 그러더니 **이 말이 거짓말이란다. 불리하면 울 준비하는 거 보니 이런 일 많았나보네. 난 그렇다고 안 봐주지.
00이가 도와달라고 하는데 **이가 내 하고 도와준다고 하자 목을 한 손으로 졸랐는데 아프진 않았단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안 아팠단다. 으이구...
다른 아이들 숙제 펼쳐 놓은 거 보면 되는데... 심사가 뒤틀린 상태에서 시비 건 거 같다.
하나도 안 미안하단다. 들어가면서 **이 앞을 막으며 어떻게든 시비를 걸려 들어서 소리를 질렀다.
아... 월요일부터 ... 너무 힘들다. 화내지 말아야 하는데... 나 다시 마음 공부 시작이다.
3교시 국어시간. 지난 주 글 쓴 것들을 모아 소식지를 만들었다.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00이가 쿵쾅 거린다.
"너 아직도 화난 거 같은데 달리기하면 마음 편해진다고 했지? 두 바퀴만 돌고 와."
"3바퀴 돌 거예요."
"그래, 돌 만큼 돌고 화 가라앉으면 들어와."
계속 안 온다. 아이들과 수업하다가 나가보니 돌계단에 앉아 있다. 아직 화가 그대로란다. 그래 다 풀리면 들어와.
4교시 다모임 시간. 들어오라고 했는데 아니란다. 내비뒀다. 다른 샘이 불러도 들은 척도 안 한다.
돌아가며 한 주 동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나는 개구리알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 이야기를 해줄 걸 그랬나. 갑작스러워서 나도 당황했다. 시간을 주고 이야기하라는데 다들 너무 뜸을 들이니 뚱뚱할머니께서 먼저 이야기 하시고 할머님들이 연달아 하셨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난다며 글썽이시고, 7시에 일어나 준비하면서 부지런해졌다는 말씀도 하신다. 아이들은 부추 농사 시작한 이야기, 할머님들과 신입생 두 명이 들어와 안도감이 든다는 6학년, 1학년인 할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시는 걸 확인한 6학년 아이가 기억이 난다. 다음엔 이야기 얼른 마치고, 회의하고 싶다.
점심시간. 00이는 배가 안 고프다며 정글짐에 올라가 있다. 왠일이야. 두 그릇씩 먹는 아이가.
점심 다 먹을 때까지 안 들어 온다. 점심 먹고 나가보니 6학년들과 놀이터에 있다. 내가 가니 숨었다. 뭐지?
"00이 이제 들어갈 시간이야. 할 거 해야 해. "
순순히 온다. 쉴만큼 쉬었나보다.
"화는 좀 가라앉았어?"
"아니요. 아무 변화 없는데요."
"나가 있는 게 아무 소용이 없었구나. 다음엔 그냥 교실에 있어야겠다."
"쫓아낸 거 잖아요."
.....
화내기 싫어서 무시해버렸다. 말같지가 않다. 몇 번이나 들어오라고 하고 마음 확인했는데...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나보다. 작년 그 아이처럼. 내가 신뢰를 쌓아가는 수 밖에 없나보다. ㅠㅠ
"자연 속에서 뭐 했는지 글 써서 줘. 우리도 다 글 썼어. "
'그냥 잤다.'라는 글만 돌아온다. 나를 화나게 하려는 거 같다.
"어, 날짜 써서 줘."
5,6교시 수학시간
4학년 아이는 2단원 각도부터 시작이다. 혼자 하면서 모르는 거 물어보러 나오라고 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고 워낙 아이가 성실하고 정직해서 잘 물어볼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이 맞았다. 너무나 열심히 한다. 캬~~~
3학년들은 1단원 덧셈부터 한다. 무지 잘 하는 아이 2명, 느린 아이 1명. 그래도 다행인 건 연습 부족인 듯 보인다는 거.
다 하고 다음 쪽 푸냐고 물어봐서 안된다고 했다.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자세가 거만하다. 이쯤 다 안다는 거다. 정말 꼴보기 싫다. 미리 배워서 아는 척하는 녀석들. 내가 이래서 예습해오는 게 싫다. 뭐 좋은 거 배웠다고. 겸손하고 지혜로운 거나 가르쳐 보냈으면 좋겠다.
"똑바로 앉아. 선생님은 척 하는 거 제일 싫어해. 잘난척, 아는 척하는 거 아주 싫어해. 느리게 오는 친구들 기다릴 줄 알고 도와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모르면 바로 물어봐서 성장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다행히 암말도 없다.
그래서 뒤에는 편안히 진행된 편이었다. 아이들이 바로바로 물으러 나왔다. ^^ 예쁜 녀석들. ^^
'공부해랑' 검사해서 나눠주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하는 거다.
3시 방과 후 수업이다. 불쌍하다. 그냥 놀게 두지. 아이들 뜻대로 놀 시간이 없다. 갑자기 한국화여서 준비물 찾느라 바
쁘시다. 책상이 아직 안와서 마을회관에서 수업하러 가는데 방과후샘이 가셔서 가다가 안 갔다.
00이 엄마와 통화했다. 아이들에게 손을 댔고, 화를 내서 가라앉히고 오라고 했는데 점심까지 안 먹고 밖에 있었다고. 2시간이나.. 다행히 단단히 야단치겠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학교가는 거 좋아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단다. 정말 뇌가 이상이 있어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이렇게 가다간... 정말 아이들이 싫어할 수도 있을 거 같다.
4:10? 아이들 데리러 가는겸 달리기를 했다. 한참 숨이 찼다. 끝까지 못 갔다. 다음엔 끝까지 가야지~~~
앗... 아이들이 마구 나와서 멈추게 하고 기다리는데 00이가 또...
이번엔 6학년 누나를 때렸다. 머리도 배도 때렸단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힐 거 같아 걱정되었다.
"제가 맨 뒤로 가며 이야기 할게요."
차가 와서 몇 번이나 멈추는 연습을 하며 갔다. 1학년 남자 아이는 역시나... 천방지축...
"00아, 선생님은 자기가 잘못 하나도 없다는 사람하고는 얘기할 수가 없어."
"00이 얘기할 준비 됐니?"
"네, 제가 잘못하긴 했어요."
"언제든 남의 몸에 손대면 안돼. 가족도 마찬가지야. 지금 손 잡은 것도 그래. 너 샘한테 말도 안 하고 손 잡았지? 엄마한테 안기고 싶거나, 엄마를 안고 싶을 때도 엄마한테 물어보고 하는 거야. "
"그리고 샘은 누가 나한테 먼저 잘못해도 복수하지 않아. 똑같이 굴면 똑같은 사람되는 거거든. 기분 나쁘니까 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돼. 말로도 충분해."
"00이 기분나쁘다고 때리는 사람 되면 **이 보다 더 나쁜 사람되는 거야. 어리석은 사람. 지혜로운 사람은 안 그러는 거야. 다음엔 어리석게 그 사람이랑 똑같은 사람되지않는 거야."
"네."
1학년 여자 아이가 엄마랑 정문 근처에 서있다. 그런데 00이의 인사를 안 받는다. 아까 00이의 폭력을 본 것이다. 큰일났다. 6학년 누나도 나오는데 인사를 안 받는다. 아빠차 타며 쌩하고 창문도 올려 버린다. 00이가 큰 소리로 사과하는데도 너무 화났다.
"어쩌냐. 누나 너무 기분이 상했나보다. 거봐. 폭력쓰니까 그렇잖아. 내일 다시 사과하자. 알겠지?"
다행인건가. 00이가 똑같이 씩씩대지 않는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는데... 진짜 쎄하다. 내일 잘 받아주면 좋겠다.
운동장 지나 건물에 왔는데 6학년 누나 아버님이 오신다. 딸이랑 얘기했는데 생리중이라 기분 나쁜데 배랑 머리랑 맞았단다. 얘기 좀 잘 해주란다.
죄송합니다... 잘 지도 하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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