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3.15(수) 생태텃밭 절기 수업, 유관순(비룡소 새싹위인전), 학부모총회

홍풀 2023. 3. 15. 23:04

 아침에 할머니들 수학수업을 잠깐 했다. 0교시인가..  세 자리 수 받아올림있는 덧셈... 받아올림이 없으면 또 없다고 틀리시고... 아... 내가 너무 부족한 것인가... 속이 터진다. 그래도 가볍게 땡~ 하고 다시 설명하고 문제 내드리고 다 풀면 얘기해주세요. 하고 할 일을 하고... 그랬다. 친절하자 친절.  

 

 생태텃밭 강사 첫 수업. 1-6학년 대상이니 수업이 쉬울리 없다. 발도르프 공부를 하셨더래서 이야기를 읽어주시는데... 이런... 귀에서 튕겨 나가는 느낌. 애들 표정도 장난 아니다. 다행히 잘 듣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왜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없었을까? 뿌리 요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학년에 어울리는 책이어서 그런가보다. 그냥 그림 안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이야기는 눈을 보며 말해주는 게 최고인가보다.  봄에 뿌리들이 준비하는 이야기. 다시 책으로 읽어봐야겠다. 절기 수업도 해주셨다. 새로웠다. 입으로 계절을 세우고 햇빛의 양으로 춘분, 추분, 하지, 동지를 나누고, 더위와 추위, 비, 눈, 서리 이야기를 하며 24개를 배우고 노래 가사를 적고 부르고 절기 놀이판으로 놀았다.

 

 그런데... 이 날 00이가 너무 떼 써서 내가 수업 방해를 많이 했다. 특수샘이 다음에 떼쓰면 바로 자기 부르라고 수업에서 빼서 지도하시겠다고 하셨다. 휴... 새학년 들어 처음 땡깡...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안 고쳐지려나... 

 

 2블럭 온작품 시간엔 위인전을 읽어볼까 해서 '유관순'을 읽었다. 새싹시리즈.  할머니들과 책을 읽으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추임새가 좋고, 느낌도 바로바로 전해주신다. 덕분에 아이들도 자기 의견을 잘 말한다. 나도 유관순 책을 어릴 때 읽고 안 읽었나보다. 모르던 내용이 많았다. 허리에 칼을 맞고도 맞아가면서 끌려갔는데도 계속 만세운동을 하고 그러다 간수에게 맞아 방광이 터져서 특별사면 이틀 전에 옥에서 돌아가셨다. 어린 여자 아이도 마구 짓밟았던 일본놈들.

 그냥 주어진 땅에서 평화롭게 지들끼리 잘 살면 되지 왜 전쟁은 일으키고 욕심을 부리고 난리들인거냐 . 이 미개한 놈들아. 엄석대 되려고 싸우는 꼬락서니들이 강대국 사이에 보인다. 괜히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것 같은 불안함. 

 할머니들이 얘기만 들어도  화가 불끈 난다고 하셨다. 나도 읽으면서 그랬다. 대단하다. 어쩜... 그렇게 큰 기개를 가지고 있었을까.  00이는 나같으면 바로 도망갔을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는데 사실 나도 그럴 것 같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용기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래도 00이도 뭔가 독립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을 거야. 

 

요즘 정세에 대해 말하느라 글을 못 써서 숙제로 냈다. 글은 바로 써야 제맛인데... 아쉽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다같이 하고, 샘들이 롤스크린을 다는 것을 지켜보고, 복도 청소를 하고, 저녁을 먹고 학부모총회를 시작했다. 7시. 

 

모두 다같이 빙 둘러 앉아 부모님들부터 자기 소개를 하는데 모든 분들이 아이들이 학교 너무 좋아한다며 학교가 따뜻해서 참 만족스러우시단다. 한 아버님은 장애가 있는 아이가 여태 밝게 잘 다니고 있는 것만 봐도 행복하시단다. 기운이 나는 시간이었다. 그래... 잘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잘 하는 부분 칭찬하자.!!!! 기운 나서 뭐든 잘 하게 되니까!! 교사소개를 하고 학교 소개를 하고 작년 행사 사진을 보며 이렇게 지낸다고 설명을 하고 1부를 마무리할 때. 교사들이 노래 선물을 드렸다. '어릴 적 내 꿈은' 살짝씩 울컥거렸는데 잘 참고 불렀다. 분교에 딱 어울리는 노래였다. 교장샘도 함께 부르셨고, 부모님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춰주셨다. 가사가 잘 전달 되진 않았겠지만... 선율이 너무 좋다며 앵콜은 없냐고 하신다.  다음엔 부모님들도 노래 해주세요~~ 그랬다. ^^ 정말 그러면 좋겠다. 

 

 각반으로 흩어져서 9시까지 이야기 나누는데 코로나 3년간의 이야기 보따리가 다 풀어진 듯 다들 재밌게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다들 소탈하시고 긍정적이시고 재밌는 분들이셔서 다행이다. 올 한 해도 잘 흘러 갈 거 같다.

 중국인 어머님이 아이가 중국말을 안 배운다고 도와달라셨다. 하루 한자 하나씩 배우는데 중국어 발음을 아이 편에 알려달라고 했다. 영어, 중국어 배울 수 있는 반이 되겠다. 

 

 피곤하다. 그런데 즐겁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간 글을 쓰고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하며, 즐겁게 지내야겠다.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