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3.16(목) 감사나누기, 온작품 '할아버지는 수레를 타고', 수학, 개별화지원팀 회의

홍풀 2023. 3. 17. 00:17

 할머니들은 8:20분부터 오신다. 한 분은 8시 정도면 오신다. 오셔서 같이 아침운동을 하시고 숙제 검사를 한다. 도덕책 옮겨쓰기, 수학문제 풀기. 옮겨 쓰는 거라서 띄어쓰기, 마침표, 맞춤법 공부가 될 거라고 믿으며 해보는 숙제. 세로셈을 이해하지 못하신다. 그런데 세 자리수를 3학년이라고 하고 있으니 당연히 모르시지... 돈으로 하면 좋을텐데... 얼른 동전을 모아야겠다. 이렇게 수학 덧셈 못해도 잘 살아오셨구나 싶기도 하고...  얼마나 기대를 낮춰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언제까지 하면 될까...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1학년 수학 더 연습하셔야 할 거 같다. 

 

 9시.감사나누기 시간. 아이들은 아주 간략하고, 나와 할머니들은 자세하다. 한 할머니네 황소가 태어나서 어미 소가 고맙다고 하셨는데 남자 아이가 질문한다. 할머니는 언제부터 소 키우셨어요? 아뿔싸.......... 할머니께서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뜨아...  정신차리자! 식당에서 7년 일하시고 나니 퇴직금처럼 천 만원을 주셨고 그걸로 500짜리 두 마리 사고, 이웃집 00 아빠한테 300을 봄에 빌려 가을에 갚으셨단다. 그 분이 지금도 부자지만 그 때부터 부자였다. 시동생이 소 장사이고... 거기에 맡겨 두었다가... 뜨아.... 안 끝난다. 5분? 들어드리고 ...

 네~~~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했는데 남자아이가 또 질문하려고 해서 쉬는 시간에 여쭤보라고 하고 넘어갔다. 

아.. 감사나누기 녹음하려고 했는데 까먹었네... 

 

 아,  한 할머니께서 농담을 하셨다.  내가 할머니들이 숙제도 열심히 하시고 일찍 오셔서 공부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니까 감사오라고 하신다. 하하하하... .하ㅏ....  작년 담임샘이 아재개그를 옮기셨나보다.  그래도 그냥 웃어드렸다. 이렇게 한 게 처음이라서. ㅎ 감사오세요~ 네~  

  

 '할아버지는 수레를 타고'를 읽었다. 나이들어 몸도 아프고 많은 일을 겪어 지긋해서 벼랑에서 죽고 싶은 할아버지와 하나뿐인 가족인 어린 페피토. 할아버지의 뜻을 모르고 할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할아버지를 수레에 태워 산 벼랑으로 가는 길. 여러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하고 할아버지가 다 해결해주면서 죽을 마음이 사라진다. 할아버지의 마음이 오락가락 변하는 게 재밌게 담겨 있다. 그 변화를 아이들도 잘 이해했다. 할머니들이 할아버지가 죽지 않고 내려와서 고맙다고하셨다. 할머니가 되어서 이런 책을 읽으면 어떠실까 ... 나는 어떨까... 내가 할머니가 되어 이 책을 읽으면... 한 번 그래봐야겠다. 책 읽을 때마다 할머니들 반응이 좋아서 ... 오버해서 읽는다. 조심해야겠다.

 

 아까 그 할머니께서 야한 농담을 하셔서 당황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자꾸 하지 말라신다. 네? 할아 빼고 말하면 00이라면서... 헐... "할머니 그런 말씀 하시면 안돼요.",  "언니! 그런 말을 왜 해!!" 다행히 2번 하시고 안 하셨다. 아이들이 못 알아들었길..  

 

 수학시간... 한 번 빠진 아이 기다리느라 한 아이는 스도쿠를 주었다. 그렇게 잘난척을 하며 시작했다. 아.. 선생님 벌써 한 줄을 풀었어요. 전 천재인가봐요... 나불나불.....  다른 아이가 조용히 해달라니 더 한다. 이 녀석... 

그러더니 조금 지나 조용해진다. 그러면서 자꾸 도와달라며 가져온다. 왜 천재라며... 아니었던 거야?   쉽다가 어려워지는 것도 있는데 그렇게 처음에 잘난 척하더니 기분이 어때? 좀 겸손해보자. 그리고 차근차근 혼자 해보고 안되면 와. 

그래도 계속 와서 같이 해서 풀었다. 이젠 다른 사람 집중하게 조용히 하며 푸는 거야~ 쉬운 거 풀 때 잘난 척 하지 말고. 

 앗.. 빈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속담을 가르쳐야겠다. 이제 생각나냐...

 

개별화회의. 1:30. 교감샘, 특수샘, 특수아 보호자, 담임. 이렇게 넷이서 하는 회의. 특수샘이 너무 말이 자세하다. 예도 너무 많이 들고... 직업병이신 거 같다. 나도 저럴 지도 모른다. 직업병... 조심하자. 

  아버님께서 아이가 국어는 못해도 수학은 잘 한다며 통합시키고 싶다고 하셨다. 헐... 

다행히 아버님께서 금방 마음을 돌려주셨다.  다른 때 수학 가르치고 있는데 글을 못 읽어서 계속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1학년 수준이라서 계속 손이 가야 한다. 3학년들도 다들 힘이 필요하다고 하니....바로, 아. 네.  안 하겠습니다. 해주셨다. 다행이다.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는 '작년 샘이 그래서 얼굴이 피셨구나.' 하신다. 이제 내 얼굴이 질 차례인가... ㅎㅎㅎㅎ 근데 힘들지 않다. 작년에 비하면 이건 뭐 아~~~ 무 것도 아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재밌다. 배우는 것도 많고. 

 

학교 마치고... 특수샘 교감샘 4시간이나 수고하셔서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눈이 마구 감겼다. 어제도 늦게 학부모총회하고, 오늘도 2시간 정신차리고 있었더니 많이 힘들었나보다. 아고... 나이는 못 속인다. 집에 오자마자 2시간 자고 밥 먹고 멍때리고 있다. 헐... 내 인성은 게으름으로 쓰이고 있다. 안돼~~~~~~!! 날 더 어딘가에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