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학년 첫 현장체험학습 날. 할머니는 제일 건강하신 할머니 한 분만 가시고 아이들 3명과 교직원 3명이 갔다. 이러니 마음이 편할 수 밖에 없다. 전엔 늘 마음 졸이며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인 건데... 다음에 다른 학교 가면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
학교버스를 타고 가는 길. 3학년 아이 두 명은 맨 뒤에 타고 계속 재잘재잘, 중간쯤 할머니, 그 앞에 특수샘과 특수반친구. 그리고 그 앞에 나. 높고 창 넓은 차를 타니 매일 다니는 길에서도 못 보던 걸 보게 된다. 봄도 더 잘 보이고, 새로 만들어지는 길이며 재해복구 공사 현장이며... 운전 안 하고 싶다. 계속.
도착해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다가 포기하고 두물머리 다리 밑에다가 댔다. 큰차가 차댈 곳이 참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자마자 몸이 크면 '외계인'이라고 놀리는 나무 기둥들을 지난다.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니... 외모를 비하해서 비만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제정신이 아니다. 표준이라니... 키가 다르면 표준도 달라지는 것을... 과학적이지 않다. 저런 게 양평에만 5개는 될 거다. 저걸 없애버려야 하는데... 만날 생각만 하고 있다.
유명한 연잎핫도그를 반개씩 먹고 강가로 갔다. 팔만큼 길쭉한 강준치? 들이 떼지어 강가에 있다. 거의 매번 그렇게 있었다. 낮아서 따뜻한가,,, 사람들이 먹이를 주나... 오늘은 처음으로 손바닥만하고 검은 점이 있는 물고기들도 봤다. 아이들이 물고기들을 한참 본다.
소원 나무 찾아가는 길. '용빵가족' 읽고 가서 아이들이 용 얘기를 계속 한다.
가면서 미리 공부한 가마우지, 물닭, 쇠오리, 왜가리들을 알아본다. 잘 기억해서 뿌듯했다.
한 20분... 두물머리 끝에 앉아 원하는 풍경을 그리고 글을 쓴다. 아~ 멋지다.
수학에서 곧은선, 굽은선의 특징을 배웠다. 곧은선이 제일 빠른 길이라는 걸 배우게 됐다. 생각도 못했던 수학 시간.
데크길 끝에 배가 묶여 있었다. 타보고 싶어 했으나 보기만 하고 끝. 남의 물건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 아무도 없어도.
일식집에서 알밥, 냉모밀, 새우튀김우동을 먹었다. 처음 25도까지 올라 간 날이라 냉모밀 먹은 아이가 아주 만족해 했고, 할머니는 알밥정식을 드시면서 처음 먹어보신다고 좋아하셨다. 알이 톡톡 터지고 뚝배기에 지글거리면서 눌어서 맛있다고 몇 번이나 다녀와서 자랑하셨다.
그리고 양평 제일의 아이스크림. 젤라떼리아 빤나. 작은 컵 하나에 4000원. 커피는 3천원 정도 했던 거 같다. 진짜 건강한 아이스크림맛. 우유맛이 약하고 별로 안 달다. 초코는 쓴맛이 강하고 생강맛, 럼 포도주 맛도 있다. 할머니는 내가 사는 건 줄 알고 가게에도 안 들어오신다. 학교 돈이라고 하자 거짓말 말라고 하시며 안 믿으시다가 마지못해 들어오셔서 '가장자리 거 먹을게요.' 하셨다. 다 똑같은데... 끝에 있어서 제일 싸다고 생각하셨단다.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에 진짜 블루베리가 들어있다며 신기해하시는 주무관님. 아, 뿌듯하다. 이 아이스크림집이 여기저기 있으면 좋겠다.
이제 몽양여운형기념관! 실내에 책 읽어주는 여운형 선생님 동상을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정말 책 읽는 것처럼 앉고 어깨에 손을 두르고 친한 척을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역시 책 읽고 오길 잘 했다. 내용은 조금 어려운지 열심히 안 봤는데 데리고 다니며 좋은 글귀들을 같이 읽고, 우리나라에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이 더 많았다고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암살당하실 때의 혈흔이 있는 옷과 만장을 아이들이 가장 기억하고 싶다며 사진 찍었다. 그리고 생가 터에서 디딜방아도 해보고 마루에도 올라보고 운동장쪽으로 왔다.
강현미 작가의 '몽양 여운형이야기'에 나오는 조선 스포-쓰 도장은 완전 사라졌다. 그 책을 읽을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는데... 대신 어린이 야구체험장이 생겼다. 아이들이 의외로 아주 좋아한다. 그 더운 날 20-30번씩은 쳤다. 할머니도 아주 잘 하셨다.
전철 시간에 맞추어 걸어내려오며 몽양 어록길을 보며 다시 복습하고 애오와 공원에서도 동상과 친한 척 매달리고 악수한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전철을 기다리며 대중교통에 대한 질문이 많다. 왜 길이 많냐, 저 기차는 왜 저렇게 빠르냐, 마스크 없어서 못 타면 어떡하냐..
버스 시간이 4시인데... 내리면 5분 안에 타려면 뛰어 가야 하는데... 갑자기 원덕에서 다른 기차 보낸다고 5분은 서 있는데... 이런 버스 놓쳤다. 근데 다행히... 한 아이 어머님이 큰 차로 나와서 장보러 오셔서 다 태워주셨다.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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