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4.19(수) 텃밭수업, 온작품 '이순신(비룡소 새싹인물전)', 산책 시

홍풀 2023. 4. 19. 23:05

진짜 오랜만에 아침부터 안 춥고, 하늘도 맑은 날.

 

오늘 텃밭 수업은 저학년 식물이름표 만들기, 3-6학년은 농기구 보관함에 꽂을 쪽동백나무 자르고 다듬기.

식물이름표는 압축된 종이... 물에 넣어도 잘 안풀어진단다. 실험 삼아 그 종이를 써 보기로 했다. 

 

톱 드는 법. 톱은 양손으로 자루를 잡고 칼날이 아래, 자기 방향으로 오도록 잡는다. 팔꿈치를 몸 옆에 딱 붙여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당길 때 힘을 주어 자른다. 처음에 살살 '나무야, 내가 여기 자를 거야.' 하고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하며 살살 마무리 하면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단다. 2인 1조가 되어 자른다.

 

접목도 사용법. 싼 걸 샀더니 양날을 쓰게 되어 있어서 위험하단다. 이런 역시 싼 게 비지떡.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의자에 앉는다. 오른 무릎에 오른손을 고정하고 나무를 뒤로 빼며 껍질을 조금씩 여러번에 나누어 벗긴다. 겉껍질, 속껍질까지 벗긴다.

 

성격 급한 한 아이만 살짝 베이고 다 괜찮았다. 위험한 걸 하니 안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신 덕분이다. 서로 멀리 않고 칼 들고 다니지 않고. 조용히 집중한다. 역시 우리 친구들. ^^ 

 

나는 그동안 통나무 3덩어리를 다듬었다. 톱질해서 내가 피곤하구나. ;; 그리고 약간 디귿 자로 배치했다.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자연도 보고 친구도 보고.  6학년 아이가 마지막에 도와줬다. 이 친구는 진짜 진국이다. 세상 이런 녀석이 없다. 공감능력 짱!

 

쉬는 시간 없이 쭉! 하겠다고 한다. 오~ 몰입의 즐거움을 알았구나!!

역시 자연과 하는 수업은 다르다. 단순한데...  집중도 잘 되고... 성취감도 있다. 

 

 

2블럭. 위인전 읽기. 오늘은 이순신이다. 일본 얘기도 많이 나오고 사회가 시끄러우니 역사에서 뭔가 배우며 지낼 때이다. 몸과 머리, 마음을 잘 쓰는 사람. 올바른 사람.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이 나온다.

반대로 내 배만 채우려 정치하는 사람, 권력에 굴복하고 서로의 사익을 챙겨주는 사람, 내 편이 아닌 사람을 모함하는 사람도 나온다. 이 모든 사람들을 보며 좋은 점을 잘 닮아가길 바란다.... 제발. 

 이순신 읽을 때도 반응이 좋았다. 해전할 때 지형과 물살을 이용해서 적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매우 신나했다. 한 할머니는 왜군의 배가 바다로 빠질 때가 신났다고 하셨다. 한 할머니는 이순신이 마지막에 죽었지만 다른 군인들이 그걸 모르고 이겨서 많이 살아돌아와서 좋았다고 하셨다. 한 아이는 바다이야기를 들으니 바다의 왕자 장보고를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한 아이는 13척의 배로 133척의 배를 이긴 게 대단하다며 자기 돌배기 쌍둥이 남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겠단다. ㅎㅎ 

 위인전. 역사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고, 참 좋다. 하긴... 안 좋은 책은 없는 거 같네. ^^

 

5교시 과학을 끝내고 아이들이 날도 좋으니 산책을 가잔다. 내 수업은 끝났지만... 날 좋으면 산책 가야지!!

어제도 산책 갔었는데... 어젠 비온 뒤 흐렸고, 오늘은 이렇게 날이 좋으니  아이들이 다녀와서 시공책에 시도 쓰겠단다. 1,2학년 때 산책하고 시 쓰는 게 습관이 되었나보다.  50분 밖에 시간이 없어서 우리반 할머니댁에 놀러 갔다.

 요즘 길에 차가 많아졌다. 공사도 많고, 사람도 늘었나보다. 재잘재잘 무서운 얘기했다가, 재밌는 얘기 했다가... 차 와서 멈췄다가... 아이들은 참 즐겁게 산다. 난 할 얘기가 별로 없는데.  하늘이 아주 파랗고, 산에 나무들도 목욕하고 아주 반짝반짝 거린다. 봄잎의 색은 아이들 같다. 꽃도 여기저기 피고 벌도 날고... 힘들 쯤 할머니댁에 도착했다. 안아드리고 앉아서 질문에 대답하다보니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방과후 수업이 있어서 얼른 인사드리고 나왔다. 

 

 여자 아이가 벚꽃이 예쁘다며 사진찍어달라고 선다. 한껏 포즈를 취한다. 귀엽다. 거침없다. 

마을 정자에서 쉬었다. 자리에 앉으려고 보니 먼지가 뽀얗다. 빗자루로 먼지를 털었다. 거의 다 털고 이렇게 말했다.

"아, 오늘도 기여 하나 했다!"  

그러자 3학년 아이 둘도 먼지를 턴다. 예쁘다. 억지로 하는 기여지만... 습관이 되면 좋겠다. 

 

오늘 해가 뜨거웠는데 운동장에 도착하자 전나무 그늘이 우릴 반긴다. 

"아이스크림의 마음을 알겠어요. 이제부터 녹지 않게 얼른 먹을 거예요." 하하

오늘 급식으로 나온 딸기 아이스크림이 너무 더웠을 거란다. 지금 우리처럼.

 

산책 후 시는 아이스크림이 주제가 됐다. 아이고... 그래.. 내가 너무 뻔한 시를 기대했구나. 

 

아이스크림 - 윤00

 

산책을 갔는데

너~무 더워서

내가 아이스크림 같았다.

이제 아이스크림의 기분을 알겠다.

 

 

기분을 알았다. - 신00

산책을 갔는데

돌아오다가 

아이스크림의 기분을 알았다.

너무 덥다.

다음부터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