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4.21(금) 다모임, 나무집, 체육, '책과 노니는 집', 리코더

홍풀 2023. 4. 26. 21:37

   다모임 주제는 5.4 체육대회.

먼저 하고 싶은 종목들을 말한다.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멀리 뛰기, 훌라후프, 윗몸일으키기, 축구 드리블, 2인3각, 농구공 컬링, 신발 던지기, 판제기, 다트, 투호, 림보, 물풍선 던지기, 볼링, 피구, 오래달리기, 장애물 달리기, 보물찾기. 

 이 모든 걸 다 섞어서라도 3시간 안에 다 해볼 예정이다.

 

 두 번째 안건 : 운동회 이름 정하기. '00 재밌는 한마당'으로 결정됐다.

가족운동회, 낑낑운동회, 우당탕탕 한마당, 재밌겠다 한마당 등이 후보였다. 

역시 아이들에게 맡기길 잘 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참여를 많이 하는 행사는 정말 오랜만이다. 

전에 학교에서 이랬었지...

쉽게 쉽게 샘들이 정해서 했었지. 업체 불러서 몇 백 주고 해치우면 편하긴 했었지. 그런데...

돈으로 쉽게 해버리면 항상 나는 없지. 돈 쓰고 즐거워하는 나, 또는 돈 썼는데 불평하는 나만 있지.

 

 

 나무집!!!  아이들이 또 칠판에 나무집을 그리고 시작한다. 좀 기다려줬다. 탁자를 만들잖다.

 - 음...  오늘은 안되겠다. 장식할 것들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 탁자는 다음에 재료 준비하자. 

 - 아, 지난 번에 00이가 만든 발을 만들자!! 낚싯줄에 솔방울이랑 조개랑 보석이랑 연결해서. 그러면 훨씬 멋있을 거 같아.

 = 좋아요!!

 - 그럼 솔방울 따러 가자!!

 

봉투를 챙겨 산으로 가려는데 소나무가 댕강댕강 잘라져있다. 마을 다리 보수한다고 하면서 소나무를 잘랐다. 방해됐나보다. 덕분에 쉽게 솔방울을 땄다. 음... 그 땐 신나게 땄는데... 마음이 아프네. 그래도...  고맙게 잘 쓸게. 

아, 남자 아이들이 겉에서 조금 따는데, 우리반 여자 아이는 씩씩하게 나무 덤불 안으로 들어가서 파파팍 딴다. 그래서 남자아이에게 던져주며 봉투에 넣게 한다. 남자 아이는 조금 하다가 싫은지 안 하고 자기도 덤불 안으로 들어간다. 하하하. 귀엽다. 용기있는 여자 아이를 이제야 따라할 용기가 났나보다. 나도 열심히 땄다.

 

교실에 와서 낚싯줄에 연결하는데 이 남자녀석들... 간단한 매듭도 못 한다. 음... 그럴 수 있지. 집에서 엄마가 다 해주면 그럴 수 있지.....으..... 10살이 매듭도 못하다니... 그 아이의 형도 왔는데... 으... 이 녀석도 못 하다니... 내가 키웠는데... 2년을... 이 녀석들...  일머리가 ... 으... 전 혀 .. 없다. 맨 아래부터 끼우는데... 중간에 어떻게 묶냐고 또 묻는다. 음...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엄청 단련시켜줘야겠다..  그런데.. 아이들이 무지 좋아한다. 어떤 보석을 끼울지, 어떤 조개를 끼울지 고민하고 선택해서 묶는 과정을 매우 즐긴다. 이 맛에 이런 거 하지.. ^^ 귀여운 녀석들... 

아, 조개. 구멍내기 어렵다. 작은 조개가 은근히 단단해서 백합처럼 구멍이 안나고 깨진다. 내가 못하니 아이들도 해본다고 하다가 다 깼다. 조개가 이렇게 단단하다는 걸 알았네... 어떻게 해야 구멍이 나려나... 

 

각자 한 개씩 만들어서 나무집으로 갔다. 걸었는데... 길어서 바람이 부니 서로 엉킨다. 아뿔싸...  그래서 띄엄띄엄 3개만 걸고 하나는 나무집 위쪽 가운데에 걸어서 늘어뜨렸다. 와~~~ 예쁘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마무리 했다.

 

 

2블럭. 탁구는 얼른 마치고 체육시간!! 아, 처음으로 우리반 도움반 친구가 탁구를 야구하듯 잘 쳤다. 천천히 각도 숙이는 연습만 하면 되겠다. 처음으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 체육은 아까 재밌는 한마당에서 하기로 한 것들 연습!!

 

달리기, 공몰고 달리기, 공으로 과녁맞추기, 줄넘기, 원피구를 했다. 한마당을 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아주 열심히 한다. 쉬지 않고 했는데 지치지 않는다. 고학년들이 탁구 기다리면서 와서 하고 싶단다. 비싸게 굴면서 끼워줬다. 이제 마무리는 윗몸 일으키기!! 

교실에서 했다. 3학년 남자아이 1분에 36개, 여자 아이 1분에 8개? 5학년 아이 32개, 6학년 10개 등등... 다 잡아주기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목표가 생기니 이런 것도 한다. 쉬는 시간에 가끔씩 시켜야겠다.나보고 해보라는 찰나... 급식시간이 됐다~~~~^^ 

 

3블럭, 밖으로 나갔다. 책과 리코더 들고. 책과 노니는 집 읽고~ 리코더 불고 들어왔다. 햇빛이 있는데 바람이 춥다. 햇빛에서 모자 쓰고 수업했다. 리코더 참 어렵다. 나도 처음에 어려웠을까? 난 잘 했던 기억만 있다. ^^;

 손가락으로 구멍을 다 막는 게 진짜 어렵다. 우리반 남자 아이는 손이 덜 야물어서 더 못 한다. 못한다는 얘기 듣고 싶지 않으니 자기는 소리는 안 내고 계이름 말하면서 검사 받겠다고 당당히 말한다. 큰일이다... 못할 수도 있는데... (너 그러다 한00 된다)... 표정으로 뭐 어떠냔다. 뭐가 잘못이냔다.  '그래. 처음엔 어렵지... 그런데 더 도전하려고 안 하고 순간 자기 잘 하는 걸로 모면하면 안되는 거야... '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그래. 잘 할 때까지 기다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