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58

3.14(화) 글소식지, 마을공부, 교사회의, 닭

1블럭은 영어. 할머니들의 영어 수업은 어떠시려나... 학기 초라 쉬는 시간에도 준비물 챙기고 하느라 이야기할 여유가 없네... 2블럭은 지난 주까지 수업시간에 쓴 글들을 읽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글소식지. 할머니들을 위해 17포인트로 만들었다. 굵은 글씨. 아뿔싸... 쪽번호가 너무 작다. 할머니들이 한 번 놓치면 못 찾으신다. 쪽번호 크기도 정할 수 있나? 글 순서대로 자기 글을 읽으며 글을 다시 한 번 고치는 시간이다. 남자 아이는 자기의 실수를 미리 고치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안 듣고 미리 앞서서 자기 글을 고치려고 하고 글도 마음이 급해 자꾸 잘못 읽는다. 여자 아이는 글 쓰는 건 느리고 맞춤법도 많이 틀리는데 글은 잘 읽는다. 그냥 잘 읽는 거 아니고 감정까지 넣어서 재밌게 읽는..

학교이야기 2023.03.14

3.13(월) 감사나누기, 디자인, 수학, 수탉알

오늘 감사나누기는 디자인하러 일찍 온 1학년들도 같이 했다. 할머니들은 아직 작은 일에 감사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신가보다. 주말은 길고 누워 있기만 하는데 학교에 오는 게 감사하다, 선생님들이 공부 알려주시는 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시면서 밭일 한 건 얘기하고 싶지도 않으시단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시는 것 같다. 우리 나라 사람들 먹여 살리시면서. 어떤게 훌륭한 일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야겠다. 디자인 시간에는 물건으로 사람을 표현한 화가의 그림을 보고 우리가 만든 것 중에 자연을 본따지 않은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보고 우리도 우리 주변에 우리와 비슷한 것을 찾아서 그려보자고 하셨다. 아... 도움반 친구 ..

학교이야기 2023.03.13

3.10(금) 다모임, 온작품, 수학

8시 출근해서 태극권으로 옆반 샘과 몸을 풀고 일찍 온 아이와 닭 관찰하러 갔다. 밥도 주고... 아침마다 닭을 풀어주는데 쪼르르 나와서 놀이터로 가는 빠른 뒤태가 참 귀엽다. 정말 공룡 같기도 하다. 공룡의 후예가 닭이라더니... 뼈에 구멍만 있는 거 아니구... 달리는 모습도 그런 것 같다. 닭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침 감사나누기를 하면서 녹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님들은 아직 글을 잘 못 쓰셔서 말씀하시는 걸 글소식지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모임은 번쩍 손을 든 5학년 세땡이부터 요즘 있던 일을 나누었다. 6샘이랑 산책을 다녀와서 좋았고, 아이들이 새로온 샘을 속여서 교회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단다. 사실은 차로 5분인데 '차로'라는 말을 안 했지 사실은 사실아니냐..

학교이야기 2023.03.12

3.9(목) 감사나누기, 모던타임즈

아침마다 짧게 눈감고 심호흡을 하고 아침시를 낭송하고 감사나누기를 하려고 한다. 오늘 감사나누기 내용을 글로 옮긴다. 한 할머니는 동네 큰 개 산책시키는 할아버지가 지팡이만 들고 봉투를 안 들고 다녀서 개똥은 치우시면서 다녀달라고 부탁하셨단다. 기내어 말한 자신에게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렇지... 바른 말 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단한 용기를 내셨다. 눈이 반짝 거리신다. 다음 할머니는 개똥이야기를 계속 하시려다가 제지를 받고 본론으로 돌아오셨다. 새벽 네 시에 개구리들이 울어서 잡아먹으려고 나가셨단다. 알낳기 전에 잡아야 약이 된다고 들으셨단다. 그런데 어둡고 깊은 곳에 몰려 있어서 못 잡으셨는데 생각해보니 안 잡은 자신이 고맙단다. 먹을 것도 많은데 더 좋은 거 먹겠다고 개구리를 많이 죽일 뻔 했다고 하..

학교이야기 2023.03.09

2023.3.8(수) '몽양 여운형 이야기', '헬렌 켈러', 급식

첫 시간은 아이들과만 수업했다. 3월 말 양수리와 여운형기념관에 갈 거라서 여운형 이야기 책을 꺼내들었다. 교사 출신이 쓴 책이라 양평의 이것저것을 담고 초등 중학년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 있다. 시간여행으로 태양이를 만난다는 이야기. 조선으로 가는 과정이 신기해서 아이들이 혹 빠진다. 책 내용 중에 배 서리하다가 태양이 실수로 태양이 얼굴이 긁혀 피가 났는데, 아빠가 노비들을 끌고 가서 과수원의 모든 배나무를 베어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래서 태양이가 울면서 자기 잘못이라는데도 그 아빠는 그랬다. 감히 나무 따위가 내 귀한 종손의 얼굴에 피를 내!!!! 이런 건가보다. 2년만에 읽는데 이 장면에 나도 화가 났다. 아이들도 나쁘다고 난리였다. 다른 사람의 밥줄을 끊은 아빠를 원망하며 모두가 평등한 세..

학교이야기 2023.03.08

3.7(화) 영어, 나는 황금알을 낳을 거야, 마을산책

오늘 첫 영어시간이었다. 할머니들 소감 좀 들어볼 걸... 원어민샘이 한 분은 가만히 계시고 한 분은 잘 하신다고 하셨다. 다음 주에는 꼭 여쭤봐야지.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랑 뭘 한다고 바쁘다. 2블럭 우리반 첫 수업이니까 명상을 하고 아침시를 읽어드렸다. 명상을 하고 나서 감사나누기를 하는데 한 할머니께서 머리 위해 시냇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면서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어서 너무 좋으시단다. 나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신기하고 좋았다. 할머니 마음이 나에게 전달된 거 같다. 아침마다 하고 싶다. 2블럭엔 온작품읽기를 했다. '나는 황금알을 낳을 거야.' 치매할머니는 아예 이야기를 안 들으신다. 책이 있어야 듣지 그러신다. 귀가 어두우신 건 아니신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한 ..

학교이야기 2023.03.07

3.6(월) 디자인, 수학, 급식

첫 디자인 수업. 디자인과 미술의 차이는 목적과 계획이 있냐의 차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발명품 외에 다 디자인에 속한다는 것도 알았고, 우리나라가 신호등이 앞에도 있어서 정지선을 안 지킨다는 것도 알았다. 치밀해야 한다. 디자인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불편한 걸 찾아 그림으로 나타내는 걸 잘 해서 깜짝 놀랐다. 9개월 쌍둥이 동생들을 위한 장난감을 리모컨으로 조정하고 싶다는 1학년 아이, 강아지에게 사료와 물을 주는 기계를 디자인 한 아이, 더운 물이 바로 나오는 수영장을 그린 아이. 한 할머니는 모르겠다고 안 하시고 두 할머니는 일할 때 쓰는 편한 의자를 그리셨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 아이들 말도 잘 들어주시고 대답도 재치있게 바로바로 잘 해주신다. 다행이다. 첫 수학 시간. 세 자리수의 덧셈. 할머니..

학교이야기 2023.03.06

3.3(금) 첫 숙제장, 마음일기 연습

정토회 교사회에서 배운 마음일기. 잘 쓰고 있다. 동사섭에 다녀왔다는 샘의 아이디어도 더해져서 마무리 글쓰기가 꽤 어렵다. 처음엔. 보통 잘 쓸 때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 오늘 처음 숙제장 쓰는 법을 배우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할머니들은 정말 느리고 하나하나 봐주지 않으면 대충이라도 무슨 글을 쓰는지 알아챌 수가 없다.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런 건 하나도 안 힘들다. 당연한 교사의 일이고 조금씩 나아지니깐. 배배 꼬이고 삐뚤어진 힘든 아이는 없다. 나에게 감사한 걸 쓰는 칸이 있는데... 너무 생각을 오래 한다. 나한테 고맙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다. 그렇구나... 그렇지. 10살은 그럴 수 있지.... 그런데 80살... 그럴 수 있지. 그런 기회를 갖기 어렵지. 하긴 나도 ..

학교이야기 2023.03.04

3.3(금) 첫 다모임

첫 다모임. 간만에 1학년이 있으니 귀욤귀욤하다. 사는 이야기를 돌아가며 나누는데 베트남 외가댁을 다녀온 1학년 아이, 1학년에 새로 온 여자 아이가 맘에 드는지 입학식 끝나고 엄마랑 그 아이 얘기를 했다며 눈을 들지 못하는 귀여운 1학년 남자 아이, 공부가 너무 싫다는 1학년 아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새로 온 샘들은 이제야 소개를 하고 작은 학교라서 형식적이지 않은 입학식, 모두가 참여하는 입학식을 보고 1년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들을 하셨다. 할머니들은 새로 온 샘들도 다 좋으셔서 맘이 편안하시단다. 새로 온 샘 중 한 분이 뒷산 산신령과 내기 장기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묘하다. 그래요, 들어드릴게요. 하는 ... ^^ 아이들에게 물어봐야지. ^^ 1학년들은 왠지 믿을 거 같다. 휴지를..

학교이야기 2023.03.03

2023.3.2 3월 시작. 작은 입학식, 할머니들과 첫 만남.

삼일절에도 여전히 업무카톡이 울렸다. 일부러 안 봤다. 어케든 되겠지. 입학식 뭐. 난 업무시간 외에 업무 얘기하는 게 싫다. 정 급하면 따로 전화하겠지. 나는 나대로 마음만 바빴다. 뭘해도 집중이 안 됐다. 3학년에 할머니들이 계신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할머니들끼리 갈등이 있다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공부도 안되고 집안일도 안되고 마음만 심란했다. 난 왜 아직도 새학년 맞이가 힘든가... 하면서. 3.2 아침 7시 알람이 울렸고... 잠시 생각하다가 미리 해야 할 일 때문에 학교에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간만에 챙겨입고 길을 나섰다. 학교 교실에 갔는데... 아뿔싸... 한 할머니가 일찍 와 계신다. 난 할 일이 있는데... 나만 보신다. 그냥 할머니 ..

학교이야기 2023.03.02